숲 속의 단상(斷想)

-올겨울 첫 환상의 눈꽃산행 (하남 검단산)

천지현황1 2009. 12. 5. 14:45

-올겨울 첫 환상의 눈꽃산행 (하남 검단산)

 

* 2009.12.05 / 집(09:50)-안창모루-유길준묘소-정상-곱돌약수터-호국사-집(12:50)

 

 새벽잠에서 깨어보니 간밤에 비가 내렸다. 그런데 발코니에서 보이는 검단산과 예봉산 정상에는 흰 눈으로 치장하고 나를 유혹한다.

 

  내일 제천 백곡산 산행이 예정되어 있지만 눈꽃 보너스 산행을 마다 할 수 있는가. 느즈막하게 배낭을 챙긴다. 하남으로 이사와서 여섯번째 검단산을 오르니까 4일에 한 번 꼴로 검단이를 만나는 셈이다. 집에서 걸어서 10여분이면 산 아래 들머리까지 접근이 가능하니 이렇게 좋을 수가 있을까. 역시 이사오길 잘 했다. 한강둔치 하이킹도 즐겁고 무엇보다 저녁식사후 10분 거리에 있는 하남도서관에 들러 책구경하는 맛이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토요일이라 들머리엔 산객들로 넘쳐난다. 안부를 지나 능선길에 오르자 한강에서 세찬 바람이 얼굴을 얼린다. 매서운 칼바람이다. 바람이 심술이 낫나보다. 여느 때의 한강 바람이 아니다. 목덜미를 할퀴려 들자 나는 수건으로 목도리를 만들어 방어한다. 그러자 귓볼을 얼리고 쌩쌩 저만치 달아나다 다시 콧물을 공격한다. 그러나 6부 능선 쯤에서 세한송이 반긴다. 함초로이 눈을 뒤집어 쓰고 있는 모습이 매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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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부 능선을 지나자 나목들이 제법 눈이 많이 쌓여 눈꽃을 매달고 섰다. 올 겨울 들어 첫 눈꽃 산행인지라 이곳 저곳에서 산객들의 탄성이 터진다. "와! 아름답다" 또는 "Fantastic !!!"  나도 덩달아 디카를 내미는 회수가 늘어난다. 능선 암릉길을 탔다. 미끄럽고 위험하지만 아름다운 조망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젊은 부부도 서로를 찍어주며 추억쌓기에 바쁘다. "아름답지요? 내가 한 컷 도와 드릴까요?"하고 프로인 양 포즈를 취하게 한다. 그들도 이 눈꽃산행에 연방 감탄사를 연발한다. 

 

 

 

 

 

 

 

 

 

 

 

 

 

 검은 머리 박새도 정상에서 어느 산객이 놓아 둔 비스킷 한 조각에 눈이 팔렸다. 

산 아래 마을은 고요하다. 눈도 없이 평온하다. 그러나 산 정상엔 이처럼 별천지이고 보니 내려가고 싶지 않지만 매서운 바람이 나를 산아래로 몰아댄다. 

한나절 별유천지에서 꿈을 꾼 것 같은 착각이 들 때 발걸음은 호국사를 비켜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