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윽한 솔향 맡으며 (제천 백곡산)
* 2009.12.06 / 명도2리 버스정류장(09:05)-봉수대-백곡산-피재 삼거리-솔봉-까치봉-솔밭공원(13:10)
전국의 지방산을 자주 다니며 솔향을 많이 맡아 보았지만 제천의 백곡산만큼 산에 소나무가 많아 산행 내내 솔향에 취한 적은 없는 것 같다. 무릎 가깝게 빠지는 심설산행을 즐기며 걷는 줄거움이 꽤 쏠쏠하다. 주문진의 삼형제봉 산행시 소나무 군락지가 있었지만 백곡산은 온통 소나무 천지다. 이 산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계절이나 다시 또 찾고 싶은 산이다. 연인과 단 둘이 밀어를 속삭이며 걸어도 좋을 트레킹 코스다.
능선 길의 바람은 매섭다. 바람의 속성이 보이지 않으면서 움직이고 소릴 동반하지만 백곡산의 바람은 소나무 가지 위에 두껍게 쌓인 눈을 흩날리니 바람이 보이고 귀마개 모자를 쓴 탓으로 소리마저 들리지 않는다. 어디메쯤에서 모자를 벗어보니 산이 우는 소리가 들린다. 역시 바람의 속성대로 거처는 없어도 머무르지 않고 자유롭게 정처없이 유랑한다. 김시습, 유랑인처럼 나도 바람같이 유랑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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