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남도여행 (2010.02.28-03.01)
1박2일 남도여행길은 일상탈출의 한 가닥이다. 살며 개미 쳇바퀴 도는 인생길에 빨레 짜듯 조금만 생활을 비틀어보면 거기엔 삶의 묘미가 숨겨있다. 고성에서 거류산을 만나고 한려수도 300리 뱃길을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 정상에서 눈으로 훓는다. 포구의 먹거리를 즐기고 다음날 통영 연화도 연화봉을 둘러보았다. 안개와 운무에 젖은 연화도 동두마을은 꿈에 본 무릉도 같았다.
-고성 거류산(571m)
◎ 출발일시: 2010년 2월 28일 (06시 30분 서울출발) - 고성 감동마을(10:50)-거류산-엄홍길기념관(14:50)
고성 거류산(巨流山)은 먼 옛날, 여염집 규수가 부엌에서 밥을 짓다 밖에 나와 보니 산이 움직이고 있기에 "산이 걸어간다"고 소리쳤고, 산은 누가 보면 움직이지 못한다고 하니 그 자리에 서고 말았다. 그때 걸어가던 산이라고 '걸어산'이라고 한 것이 오늘날 “거류산”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 높아 뵈지도 험준해 뵈지도 않지만, 여러 산들과 어울려 있지 않고 벌판 가운데 솟아 있는 모양새이기에 양쪽에 당동만과 당항만을 사이에 두고 솟구친 바윗길이 아름답다. 봉우리 조망이 사방으로시원하고 거류산 정상을 지나 문암산에서 장의사로 내리는 소로는 마치 지리산 둘레길을 걷는 착각을 일으키기도 했다.문암산 가는 길에 뒤돌아 본 거류산 모습은 큰 거북이 한 마리가 거류산 정상을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가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와 자주 가던 길을 뒤돌아보곤 했다.
(빨간 화살표 역방향으로 산행)
들머리 감동마을에 들어서자 마을 뒷편에 우뚝 거류산이 걸어가다 멈춰섰다
정월 대보름을 맞이하여 마을사람들이 달집을 만들고 있었다
산 중턱에서 뒤돌아보니 당항만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ㅇㅎㅎ님 촬영 펌)
거류산성
거북바위가 거류산 정상을 향하여 땀을 흘리며 기는 모습
나도 저렇게 한가롭게 명상에 잠기고 싶은데 다음 스케줄때문에 그저 지나쳐야 하니...
그녀들은 무엇을 보았을까? -장의사 가는 길에서
-통영 미륵산
거류산 등반을 마치고 이어서 찾아가는 통영 미륵산(461m)은 ‘통영의 북한산’이라 불리는데, 정상에 오르면 한려수도의 푸른 바다와 섬들이 하롱베이보다 더 멋지다. 숙소에 가기 전의 여유 시간을 이용하여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 정상에 올라 한려수도의 멋을 1시간 정도 즐겼다.
-연화도 연화봉 (03.01)
어젯밤 통영 포구 궁전횟집에서 거나하게 뒤풀이를 한 후 해저터널을 걸어 시장구경을 하며 넥슨모텔로 돌아왔다. 어촌다찌에서 한 잔 더 하자는 청을 뿌리치기는 꽤나 어려운 일이지만 나는 휴식을 택했다. 다음날(3월 1일)에는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관광지인 연화도를 가기 때문에 체력을 비축해 두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아침 6시50분 첫배를 타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든다. 새벽 5시에 깨어 샤워하고 수정식당에서 졸복지리로 아침조반을 든다. 그리고 바삐 서둘러 연화도행 배를 타는데 이른 아침부터 봄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승선한지 50여분만에 연화도포구에 닿는다. 이 섬의 자랑인 연화봉(蓮花峰)은 북쪽에서 볼 때 한 떨기 연꽃 같은 형상 때문에 그런 이름을 갖게 됐다고 하는데, 규모는 작아도 기암괴석이 도열한 수려한 해안 풍광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연화도는 통영항에서 남쪽으로 24km, 뱃길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섬이다. 통영은 새삼 말할 것도 없이 수려한 자연경관과 청정해역을 자랑하는 고장인데, 그러한 통영의 8경중에서도 첫째로 꼽히는 곳이 연화도 용머리다. 연화도는 바다에 핀 연꽃이라는 뜻이고, 청정한 바람 때문일까, 선착장과 마을 주변, 산길과 솔숲들이 안개에 녹아들고 갈매기 울음소리가 빗속에 요란하다. 연화도의 산행로는 섬의 주능선을 따라 이어진다. 초입에 약간의 오르막이 있을 뿐 이후는 완만하여 산책로와 같고, 곳곳에 쉬어가기 좋도록 나무의자를 설치해 놓고 있어서 천혜의 절경을 여유있게 감상할 수 있는 곳이지만 오늘은 내리는 봄비와 짙은 운무속에 더 이상 망망대해를 바라보기는 틀렸다. 하지만 운무와 빗속을 걷는 길이지만 중간중간에 틈틈이 끼어있는 숲길을 걸어가는 재미도 있고, 희미하지만 보덕암과 어우러진 해안 절벽이 아스라하게 그 위용을 나타내다가 숨곤한다. 대바위길을 지나 장쾌하게 굽이치는 용머리바위와 갖은 형상을 빚고 있는 해안절벽의 기기묘묘한 경관은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용두마을의 무릉도 모습은 퍽 인상적이다. 연화도는 작지만 예쁜 섬이다. 빗속을 거닐며 연화도를 즐기느라 걸음이 더디다. 일행들은 뒤로 쳐져 중도에서 연화사로 다 내려서고 아내와 다른 일행 셋이 용두마을 끝까지 트레킹을 즐겼다. 오후 1시20분 출항 뱃시간은 넉넉하나 우의를 입었는데도 옷까지 비가 스며 온 몸이 젖었다. 용두마을을 내려다 보다가 선착장으로 회귀한다. 가는 길에 해상 기상악화로 출항이 11시40분으로 앞당겨졌다는 휴대폰 연락을 받고 일행은 발걸음을 서둘렀다. 다행히 30여분 전에 도착하니 일행들은 거의 모여 이른 점심을 참돔회로 즐기고 있다. 젖은 몸을 말린 틈도 없이 하산주로 몸을 녹인다.욕지도에서 나오는 배가 뱃고동을 울려댄다. 불콰해진 얼굴로 선창가에 도착했을 땐 갈매기가 서럽도록 끼룩끼룩 이별곡을 불러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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