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여행

진도여행 (1박2일 남도여행)

천지현황1 2012. 2. 28. 17:05

진도여행 (1박2일 남도여행)

 

* 2012.02.26-02.27  / 첫날, 서울 은천동 출발(04:40)-서해안 고속도로 고창 고인돌휴게소 (아침식사)-우수영(09:35-10:30))-진도대교-운림산방 주차장 (11:02)-첨찰산 산행시작-정상(485m)-쌍계사 상록수림 탐찰-운림산방(15:00-15:55)-접도 웰빙 등산로(16:20-17:15)-남도석성(17:50)-급치산 일몰(18:19)-골든비치 모텔(19:50)     /    둘째날, 우수영 명랑대첩 승전 전망대(06:30)-목포 남농기념관(09:20)-유달산(09:50-12:00)-익산 왕궁묘원(16:30)-하남 집 도착(20:18)

 

삶의 속도를 줄이겠다는 목표도,나이 들면서 욕심도 줄이겠다는 자신과의 약속도 저버린 채 감행한 남도 여행이다.세살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잘못된 습관을 '버리고,줄이고,바꾸자'는 삶의 슬로건이 무색한 남도여행이었다.후회는 없다.그러나 이번처럼 빡센  여행 스케줄은 내 생에 마지막이었으면 싶다.과속 난폭운전을 빼면 그래도 이번 여행이 정말 좋았다고 아내는 입이 벌어졌다.

 

 주말에 손주들 재롱에 하루를 보내고,일요일 새벽 단잠을 자는 아내를 깨워 서해안 고속도로를 탄다.솔직히 예전처럼 미리 도상연습 여행도 하지 않은 채,그저 남도여행,그것도 진도로 행선지를 잡았다.그곳엔 산이 있고,상록수림 숲이 있어 식생 탐찰도 가능할 것 같고 또 소치선생의 운림산방이 있기에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거기다가 진도 특산의 먹거리가 있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아내도 진도는 초행길이라 많이 달뜬 모습이다. 

 

 고창 고인돌휴게소에서 아내가 어젯밤 준비한 찰밥으로 아침식사를 때웠다.일요일 새벽길이라 그런지 도로가 뻥 뚫려 고속도로를 전세낸듯 하다.젊은 날 습관대로 여행길은 새벽에 남보다 두 세시간 앞당겨 출발하는 습관이 아직도 행해지고 있으니 습관이란 참으로 무섭다.진도대교 넘기 전 우측 샛길로 핸들을 꺾어 전라우수영을 둘러본다.유명한 명랑대첩의 전승지,울돌목이다.바람이 세차다.여행복장을 가볍게 하고 나온 걸 얼마나 후회했는지,울돌목의 물살은 왜적선을 침몰시킨 기세로 모자를 날려보내려 한다.

 

<울돌목/우수영>

 

 

 한 시간여동안 전라우수영을 돌아보며 명랑대첩을 상상으로 그려본다.세계해전사상 유례가 없는 기적의 싸움이라 하지 않는가.이곳 우수영은 명랑대첩지,울돌목에 자리하고 있다.울돌목은 바다가 운다고 하여 한자로 명랑(울鳴,대들보梁)이라 부른다.해남군 우수영과 진도군 녹진 사이를 잇는 가장 협소한 해협이다.목측으로 300여 m쯤 될까 싶다.그런데 굴곡이 심한 암초가 있는지 소용돌이치는 급물살이 육안으로 봐도 또렷하다.이순신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13척의 배로 133척의 왜선을 이곳으로 유인하여 참패를 안겨주었다는 곳이다.

 

 드디어 아치형 진도대교를 건너 진도 땅에 들어섰다.진도하면 몽고에 항전하던 삼별초가 떠 오르고 소치선생의 운림산방 그리고 진도홍주와 진돗개가 떠오른다.먼저 운림산방주차장으로 차를 몰아 진도여행의 수순을 정리한다.먼저 첨찰산(485m)을 산행하고 날머리 부근의 쌍계사 부근의 상록수림을 탐찰하기로 한다.그리고 운림산방을 돌아보기로 작정한다. 

 

 첨찰산은 비록 해발은 얼마 되지 않지만 진도의 최고봉이다.운림산방과 쌍계사를 품고 있어 유산객이 많을 것 같다.주차장엔 대형버스 한 대와 자가용 30여대가 주차되어 있다.우리는 들머리를 역으로 잡았다.운림산방을 끼고 아리랑비에서 오른다.초입부터 동백나무 숲이 하늘을 지붕삼는다.계류가 갈수기인데도 마치 심산에 들어온 양 착각을 할 정도로 콸콸콸 줄기차게 계류가 흐른다.광나무도 보이지만 들머리쪽엔 주로 동백나무가 숲을 이룬다.상쾌하다.계곡에 떨어진 나뭇가지엔 고드름이 달려있고,계류는 소리쳐 흐르고 아내의 얼굴에도 기쁨이 빵빵하다.

 

  

<첨찰산>

 

 

 

 나무를 관찰하며 걷는 걸음인지라 느림보 걸음이다.정상에 다가서니 바람이 세차다.사방을 둘러보니 조망이 좋다.약간 흐린 날씨탓에 시야가 확 트이진 않지만 그런대로 즐길만하다.정상 소사나무군락지 옆 바위에 앉아 바람과 동석하며 시장기를 때운다.반주 한 잔에 추위가 좀 물러서는 듯 하다.쌍계사로 내리는 길이 자연숲 회복을 위한 휴식년 실시로 우회 능선길로 내린다.날머리 거의 다 내려와 쌍계사를 둘러싸고 부근에 상록수림이 조성되어 있다.후박나무,참가시나무,감탕나무,종가시나무,생달나무,모새나무,참식나무 등 그 수를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로 상록수림이 다양하다.남쪽식생이라 필자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지난 연말에 안면도수목원에서 미리 한번 만난 탓인지 낯이 설지 않다.

 

 운림산방 입장시간에 늦을세라 쌍계사 절집을 대충 구경하고 바로 소치선생 산방으로 향한다.전라남도 지방문화재 제51호로 지정된 산방은 조선말의 남화의 대가인 소치 허유(뒤에 허련으로 개명,1808-1893)선생이 말년에 기거하던 당호이다.선생은 20대에 대흥사의 선승이었던 초의선사와 완당 김정희 선생에게 사사받아 서화의 대가가 된 분이다.얼추 2~3천평에 달하는 대지에 운림산방 당호를 포함하여 뜰을 잘 꾸며놓았다.뜰엔 금목서와 목서(은목서),유자나무와 광나무 등 상록수가 많이 심어져 있어 운치를 더해준다.

 

 

<운림산방>

 

 

    

          운림산방 연못 속의 배롱나무        ▶                            왼쪽 그림이 여름이 되면 이 그림이 된다(출처:박길림님 블방에서 모셔옴)

 

 

 

 

 산방 안내소를 나오면서 진도여행 안내책자 한 권을 얻었다.섬의 남쪽 끝 해안에서 일박할 요량으로 접도의 웰빙등산로가 있는 남망산으로 향한다.자동차로 30여분 거리다.진도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드라이브가 시작된다.아직 해가 질려면 두 시간은 여유가 있다.남망산을 올라 바닷가를 내려다본다.웰빙등산로라고 명명은 했지만 산길이며 안내판이며 모두가 초라하다.

잘 만한 모텔을 찾는데 눈에 띄질 않는다.그래서 다시 우린 해안 드라이브에 나섰다.죽림리에 있는 아리랑마을을 둘러보고 여귀산을 바라보며 남도석성을 찾아간다.낙안읍성이나 해미읍성처럼 성안이 잘 정비되어 사람이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갔으나, 성만 동그랗게 둘러쳐저 있고 성 안팎에 마을이 혼재한다.                                                ▶ <남망산>

  ◀ <남도석성>

 

두서없이 민가가 모여 사는 평범한 여느 시골마을이다.성 밖에 세워진 작은 돌다리가 인상적이다.1800년대 조성된 다리라는 명패가 붙어 있다.사진의 쌍다리는 길 밖의 다리다.

 

 

 

 해는 늬웃거리기 시작했는데 잘만한 곳은 없고 다시 세방낙조대를 향해 간다.그 곳에 가면 낙조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있을테니 아마 모텔이 있지 않을까 지례 짐작하고 차를 몬다.가던 도중에 일몰이 아름다운곳,급치산 전망대 푯말을 봤다.해는 곧 수평선 너머로 질 것 같아 핸들을 급히 꺾어 전망대로 오른다.전망대 아래 공터에서 일몰을 본다.

 

 

                 <급치산 일몰전망대>

 

 이젠 잠자리를 찾아야 했다.처음 출발할 땐 느긋하게 바다가 바라보이는 해변 산자락에 자리잡은 전망을 즐길 수 있는 숙박지에서 분위기 있게 와인 한 잔을 곁들이며 식사하고 쉴 수 있는 곳을 선택하리라는 야무진 꿈이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이다.해안도로를 끼고 돌면서 모텔을 한 곳도 발견하지 못했다 아마 읍 소재지에 옹기종기 모여 있을 듯 싶다.세방낙조대를 가려던 계획을 바꿔 목포 바닷가로 가려고 계획을 수정한다.읍내를 지나며 보니 오래된 낡은 모습의 모텔 몇 개가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그냥 지나친다.진도대교를 넘기 전 올 때 들렸던 울돌목에 모텔 간판이 몇 개 보인다.그래,여기서 쉬자.깨끗해 보이는 골든비치모텔(061-542-2255) 바닷가 쪽 4층 방에 짐을 풀고(특실 @50,000),저녁식사를 하러 바로 앞 바다식당(061-542-4083)을 소개받아 식사하러 갔다.횟집이라고 되어 있으나 수족관엔 횟거리가 없다.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청국장 메뉴가 있기에 주저없이 시킨다.주인 아주머니의 음식 손맛이 상당히 깔끔하고 정갈한 맛에 밥 한 그릇을 비운다.27년을 식당을 운영한다는 노부부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내일 아침식사를 농어 생선매운탕으로 부탁하고 모텔로 돌아온다.모텔은 지은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아 깨끗하고 침구가 깨끗해 마음에 든다. 오늘 하루 일정이 얼마나 빡세었던지 며칠 지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다음 날 아침식사 전 녹진전망대를 오르려 갔으나 공사중으로 통제가 되고 있었다.아내는 통제를 하니 돌아가자고 한다.그러나 항상 문제가 있으면 정면돌파를 선택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는지라 현장 근무자를 찾았다.발파위험 등이 도사려 있으나,일 시작 전이라  현장 근무자에게 부탁하여 유의하기로 하고 허락을 받고 전망대를 올랐다.전망대엔 발파작업을 해서인지 어지럽게 파헤쳐져 있어 대충 조망하고 울돌목 산책길을 걷는다.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해변가에 서 있는데,

 

 

              <울돌목>

 

<진도대교>

마치 라오스 비엔티엔의 메콩강가에 서 있는 안후봉왕의 동상처럼 한 손엔 칼을 잡고 한 손을 앞으로 내민 채 서 있는 모습이 비슷했다.한 시간여 산책을 끝내고 농어해물탕으로 식사를 하고 짐을 챙겨 목포 남농기념관으로 길을 떠난다.

 

 아뿔싸!  아침에 분명 모텔에서 월요일이지만 개관한다는 인터넷을 확인하고 왔는데 입구에 'closed' 라는 팻말이 쇠줄에 걸려있다.

 

<남농기념관>

 

대부분의 박물관들이 공통적으로 월요일에 휴관을 한다.그래서 인터넷으로 확인을 하고 온 것이다.쇠줄을 넘어가 창문에 붙은 전화번호(061-276-0313)를 알아내 전화를 해 보지만 응답이 없다.나는 아주 오래 전에 이 남농수석관을 관람했지만 아내는 초행이라 기대를 잔뜩 걸고 왔는데 문이 굳게 잠겨 있다.은근히 화가 났다.옆에 자연사박물관인가 하는 곳에도 가 보았지만 그곳은 박물관이라 월요일은 휴관하고 있다.( * 화요일인 오늘 오전에 남농기념관에 전화를 걸어 어제 어찌 된 일이냐고 물었더니,월요일은 휴관한단다.그러면 인터넷 그물망집의 안내 문구도 수정하고 기념관 앞에 놓인 안내푯말의 연중무휴도 고쳐놓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고 얘기했더니,직원 한 사람이 근무하기 때문에 죄송하다는 말만 연발한다.수정해놓겠다는 답변을 듣고 전화를 끊었다.어찌 조금 찜찜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차를 6km쯤 떨어진 유달산으로 몰았다.                                                                                  <유달산>

중학 때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며 목포에 하루 묵어 유달산을 올라갔던 기억이 났다.산을 오르며 시선은 나무에 박힌다.아내는 앞 서 성큼성큼 올라가고,나는 멀구슬나무와 굴피나무 열매 그리고 양버즘나무의 열매가 한 개에서 세 개까지 달려 있는 것을 관찰한다.도감에는 열매가 한 개가 주로 달려 있고 간혹 두 개가 달리기도 한다고 기억하는 데,3개가 대롱대롱 달린 것도 보인다. 그렇다고 버즘나무는 아닌 것 같다.유달산에서 대박을 만났다.자생식물원을 갖고 있었다 온실과 야외식물원엔 남도의 식생들이 수십종이 살고 있었다.,아마 기억으로 나무 종류가 78수종으로 기억한다.디카 밧데리가 추위에 얼어 방전된 탓에 사진을 찍지 못한 게 유감이다.하지만 눈으로 하나 하나 반갑게 만났다.명찰을 달고 서 있어서 더욱 알기쉬워 반가웠다.도감에 나오는 남도 수목 거의 다 이곳에 살고 있는 것 같다.목포를 출발하기 전 북항 회타운에서 우럭매운탕으로 점심을 들고 서해안 고속도로를 탄다.

 

 남도여행지,진도 첨찰산의 상록수림과 운림산방의 수종 그리고 유달산 자생식물원에서의 식생 들을 만난 기쁨은 이루 표현할 수 없는 행복감을 선사해주었다.상경길에 익산 영묘원에 들러 조상님들 산소에 들렸다.1박2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만난 소중한 여행길이었다.   (12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