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경의 섬,홍도와 흑산도 포토기행 (120527-120528)
『여행은 설렘이다』언제 들어도 가슴을 콩당거리게 만드는 요술 같은 문구다.지금이나 청소년 시절이나 여행은 항상 설렘으로 다가온다.그래서 여행지는 마음속에 품었던 낯선 고향이기도 하다.그렇게 마음에 오래 두고 가보고 싶어야 더 절절하다.그 섬,홍도는 마음 속 여행지 중 상위 순위에 올라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순위가 뒤로 밀렸다.물론 정약용선생의 유배지인 강진 어느 구릉에서 발돋움을 하며 다산이 바라 보았던 마음의 섬(정약전선생의 유배지 섬),흑산도 또한 마찬가지다.
07:25분 용산을 출발한 KTX는 3시간 20분만에 우릴 목포역에 내려놓는다.황금연휴인지라 여행객으로 온 나라 곳곳이 인파로 몸살을 앓는듯하다.12시30분 홍도행 페리를 타야 함으로 짜투리시간을 활용하여 유달산 자생식물원 탐방계획은 내일 귀경길로 미룬다.목포항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낙지비빕밥으로 중식을 들고 곧 바로 배를 탄다.패키지여행이라 매표에 신경 쓰지 않아 편리하다.몇 년전 남해 거제도까지 자동차로 여행 중 외도를 갈려다 표가 없어 발을 동동대던 기억이 되살아났다.여행사들이 앞다투어 뱃편 표를 싹쓸이하기때문에 개별 승선은 하늘에 별따기다.그 후 우린 조금은 자유스럽지 못하지만,연휴나 주말엔 패키지여행을 이용하는 편이다.
홍도 10경 지도
홍도는 저녁놀이 붉고 아름다워 '홍도'라고 했다던가.그러나 역사관에 있는 유래엔 '바위들이 홍갈색으로 섬이 빨갛게 보인다'고 해서 '홍도'라고 한다고 설명한다.목포항에서 서남쪽으로 115㎞ 떨어진 곳에 위치해 페리 직항로로는 2시간 20여분이 걸린다.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제 170호로 지정되어 있다.홍도/흑산도지구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홍도 10경으로 일컬어지는 홍도의 진면목은 유람선을 타고 섬 주위를 돌아보아야 알 수 있다는 길라잡이 안내에 순응한다. 남문바위, 시루떡바위, 물개굴, 석화굴, 기둥바위, 탑바위, 원숭이바위, 전자바위, 독립문바위, 홍어굴, 병풍바위, 남문바위, 실금리굴, 석화굴, 탑섬, 만물상, 슬픈여, 일곱남매바위, 수중자연부부탑 등 이루 다 거명하기가 쉽지 않다.기암과 푸른 바다, 그리고 섬 주위에 펼쳐진 크고 작은 20여 개의 무인도와 깎아지른 절벽들 모두가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 황홀하다.
깃대봉에 올라
오후 3시에 홍도에 도착한 후 호텔 방을 배정받은 후 우린 바로 깃대봉 등산에 나섰다.해발고도는 367.8m의 비록 낮은 산이지만 한국100대명산 중 하나이다.들머리 나무데크계단을 오르기 전 제일 먼저 등대풀이 인사를 한다.이어 돈나무가 흰 꽃을 활짝 피우며 반갑게 길손을 맞는다.전망대에 올라서서 몽돌해안가를 바라본다.원래 그 쪽이 정박항이었으나 몇 년 전부터 그 반대 편인 동쪽에 배를 댄다.오름길에 남쪽식생들이 줄 지어 서서 인사를 건넨다.동백나무,참식나무,후박나무,구실잣밤나무,예덕나무가 산행길에 눈맞춤을 많이 한다.특히 동백나무 잎은 우리가 온다고 가죽질 잎을 말끔히 닦아 윤이 반질반질 광을 내며 반긴다.길섶 저 편엔 털머위도 잎을 키워 반질반질하게 윤을 내며 화장한 얼굴을 내민다.모두 길손을 반기는 얼굴들이다.골무꽃들이 활짝 피어 있는데,꽃 색갈은 영락없는 '산골무꽃'이다.그러나 섬에서 피어난 꽃이므로 정명은 '참골무꽃'일 것이다.청미래덩굴 잎은 육지에서 본 그 잎이 아니다.이색적이다.역시 해풍을 쐰 잎이라 그런지 육질도 두껍다.
등대풀 / 돈나무 / 보리밥나무
청미래덩굴 / 갈퀴꼭두서니 / 비쭈기나무
후박나무 / 참골무꽃 / 소사나무
구실잣밤나무 황칠나무
예덕나무 붉가시나무
몽돌해안
구실잣밤나무 두 그루가 연리지를 만들고 사랑을 속삭이고 있는 듯
저녁식사후 다시 일몰을 보기 위해 깃대봉 전망대에 섰다.
붉은 노을이 바다 속으로 침잠하더니 이윽고 사위에 어둠이 내리고
우리는 밤 바다를 바라보다 입을 닫는다..
오랫만에 만끽하는 고요다.
절경...그리고 또 절경
다음 날 새벽 깃대봉 둘레길을 다시 산책 후 이른 조반(05:30)을 들고 섬 일주 유람선을 탄다.홍도는 유람선 관광이 백미다.기기묘묘한 바위가 파도와 만나 아름다운 그림을 만든다.이름하여 홍도 10경이니,33경이니 하는 신조어를 만들어놓았다.설명없이 함께 감상해보자.
일출
정약전의 유배섬,흑산도와 '현산어보'
지금부터 약 200여년 전 정약용의 둘째 형,정약전은 순조 원년(1801년) 신유박해 때 동생 약용과 함께 유배 조치되어 흑산도(黑山島)에서 생을 마치고 말았다(1816년). 이 흑산도 유배생활에서 남긴 저서 중 하나가 바로 '玆山魚譜'. 글자 그대로는 '玆山'의 물고기 계보라는 뜻이다. 여기서 玆山은 중의적이다. '자'는 '흐리다'의 뜻도 있고, '현'은 '검다'의 뜻도 있어 흑산도의 별칭일 때는 현산으로 읽힐 수 있다. 그 당시에는 한문체로 기술했기 때문에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자산어보'로 읽혀왔다.그런데 그 후 학자들이 흑산도가 검은 섬이란 뜻이고,검을 '현'으로 읽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 '현산어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기도 한다.필자도 후자가 더 설득력이 있다고 보는 편이다.
홍도 유람을 마치고 흑산도로 향한다.이 섬은 버스투어를 신청했다.투어 전에 섬 식생을 한 시간여 동안 관찰한다.버스투어는 두 시간쯤 섬을 돌며 운전기사가 구수한 입담을 곁들여 안내한다.투어 내내 다산의 형,정약전 선생을 그리며 섬을 돌았다.목포로 나가는 뱃편 시간이 30여분 남아 바닷가에서 전복과 해삼 한 접시를 시켜 소주 반 병을 비운다.졸깃한 전복 맛이 일품이다.
신안군 섬들이 1004개라던가.하롱베이보다 훨씬 아름답다.이름하여 '1004롱베이'라 작명한다.목포여객터미널에 도착하여 택시를 잡아탔다.금년 2월에 다녀갔던 유달산 자생식물원을 한 번 더 보고 싶었기 때문에 열차 시간이 조금 남아 탐방하기로 한다.2월엔 노란 열매가 주렁주렁 달렸던 멀구슬나무에 보랏빛 꽃이 자잘자잘하게 달려 우릴 반긴다.실내 식물원은 제껴두고 야외식물원을 탐찰한다.시간이 금방 흘러 우린 다시 택시를 타고 목포역 앞 음식점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밤 기차에 몸과 마음을 실었다.이번 여행은 등산,남도식생 탐방과 유람으로 세 마리 토끼를 좆는 기쁨이었다.그러나 욕망을 내려놓을 수만 있다면,세마리 토끼는 잡지 않았을 것이다.지내놓고 보니 나도 숨찬 일정으로 몸이 녹녹치 않다. (120531)
흑산성당 입구에서
해안도로 건설에 27년이나 걸렸다나...
흑산도 어느 마을의 팽나무 두 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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