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돌아서지 마세욧" (덕수궁 나무 체험)

천지현황1 2011. 6. 27. 11:04

 

"돌아서지 마세욧" (덕수궁 나무 체험)

2011.06.26

 

오늘은 2004.9월에 다녀오고 난 후 7년 만의 덕수궁 나들이 같습니다.그 사이에 한번 미술관을 찾은 기억이 나기는 합니다.아마 대만의 유명하다는 화가와의 만남이었지요.이번에는 궁 탐방 목적이 덕수궁에서 사는 나무들과의 만남입니다.숲연구소 입문 마지막 현장 수업이지요.태풍 '메아리'가 북상하면서 많은 비를 뿌립니다.문을 들어서자 예술적으로 배배 꼬인 산수유가 우릴 맞이합니다.옛날에는 산수유 수확으로 대학을 가르쳤다고 해서 '대학나무'라고 했다는 해설이 곁들여집니다.우리나라 나무 종류가 1,100여가지 중 덕수궁에는 그 중 10%인 110여 종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그 중에 우린 40여 종 이상을 만났습니다.

 

 시인이신 반칠환 선생님의 구수한 해설이 빗 속 세시간을 금방 흐르게 합니다.일본 히로시마 폭탄 투하 후 생명력이 강한 나무는 은행나무였답니다.풀에서는 쇠뜨기가 살아남구요.은행나무는 겉으론 활엽수 같지만 목질을 해부해 보면 가도관이 발달해 침엽수로 분류한다는 말씀도 기억됩니다.주목의 씨앗은 독과 약의 두 가지 구실을 한다네요.'택솔'의 원료가 바로 이것이랍니다.극과극은 통하는 이치입니다.독과 약의 이치 말입니다.복어알은 치사량을 먹으면 독이지만,죽지 않을 만큼의 미량은 약이 됩니다.만사의 이치가 다 그렇습니다.주목도 그 이치를 시현하고 있는 게지요.라일락의 우리말이 '수수꽃다리'라고 하던데,집에 와서 찾아 보니 라일락 비슷한 종이더군요.

 

 절집 탱화에서 관세음보살이 들고 있는 나무가지가 버드나무 가지라는 설명도 있었습니다.힘든 중생에게 병을 낫게 해주는 효험이 있나 봅니다.버드나무의 끈질긴 생명력은 필자도 오래 전에 이미 목격했습니다.경회루 앞에 서 있는 고목 한 그루에서 끈질긴 생명력을 느꼈습니다.

 

경복궁 경회루 앞 버드나무(2004.09.14촬영)

 

 

 

 느티나무는 귀족목이었습니다.3대 우량목(느티나무,오동나무,먹감나무) 중 하나입니다.산림청 지정 2000년 밀레니엄나무로 등극하기도 했다지요.조선시대 양반은 느티나무가 있는 뜨락안에서 태어나 느티나무로 만든 가구와 함께 살다가,느티나무 관 속으로 들어갔답니다.반면 서민은 소나무 등걸 옆에서 태어나,소나무로 만든 가구와 함께 살다가 소나무로 짠 관 속으로 인생을 마감한다는 얘기는 웃음을 자아냅니다.그만큼 느티나무는 좋은 수종이라는 얘기죠.

 

 그외에도 한 번 꼬이면 영 풀 수 없는 등나무 얘기하며,3대 우량목에 뒤질세라 화초장목으로 쓰이는 모과나무며,한단지몽의 배경나무인 회화나무 얘기 등 시인인 선생의 해설은 재밌고 끝이 없습니다.천진난만스런 웃음과 해학 속에 따스한 시(詩)가 흐릅니다.영락없는 시인입니다.외모도 정양 시인을 닮았습니다.백일홍은 배롱나무라고도 한다지요.장성에서는 백골같다고해서 백골나무라고도 부른다고도 들은 것 같습니다.자귀나무는 수만개의 부억칼을 달고 서 있습니다.이파리가 부억칼과 너무 흡사했습니다.그래서 무당이 든 칼처럼 보여 '귀신나무'라고 불렀나요?이 외에도 많은 나무 해설이 곁들여졌으나,돌아서면 잊힙니다.그래서 선생은 말씀하셨습니다,"돌아서지 말라고".마치 젊은 날 민법학 종강시간에 담당 선생님이 우리에게 마지막 당부의 말,"여러분들은 절대 빚 보증 서지 마세요,설령 절친한 친구 사이에도 돌아가신 아버님의 유언이라고 핑게대고 절대로 서지 마세요"라고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그러나 필자는 1990년 후반 아엠에프 (아이엠에프라고 하니 이상하네요)때 그 말씀을 깜빡 잊고 친구에게 연대보증서에 백지 도장을 한 번 찍어줬다가 된통 혼이 난 적이 있습니다.집이 가압류되어 상당한 돈을 대납했던 기억하기 싫은 과거가 떠오릅니다.그래서 앞으로는 선생님의 마지막 부탁 말은 잊지 않고 실천하려고 노력합니다.졸지 않고 항상 맑은 정신으로 깨어나려합니다.

 

"선생님! 돌아서지 않으려고 노력하겠습니다".

     

 

 

* 아래 나무 사진은 차후 공부용으로 게재합니다

 

산수유

 

 

 

 

수수꽃다리

 

 

 

회양목

 

 

 

골담초

 

 

 

 

 

국수나무

 

 

 

 

 

 

 

 

 

백송

 

 

 

 

 

 

 

 

주엽나무

 

 

 

 

 

쪽동백나무

 

 

 

 

 

 

 

 

개암나무

 

 

 

 

 

 

 

 

 

 

 

 

 

 

 

 

 

 

 

모과나무

 

 

 

 

앵도나무

 

 

 

 

댕댕이덩굴

 

 

 

 

 

소나무

 

 

 

 

 

싸리

 

 

 

 

 

조록싸리

 

 

 

 

회화나무

 

 

 

 

 

 

 

 

 

 

 

 

 

 

 

 

자귀나무

 

 

 

 

(덕수궁 후원의 정관헌 지킴수,향나무 : 2011.06.26)

 

 

 

 

 

* 다음 글은 글 창고에서 끄집어내 다시 읽어봅니다

-덕수궁 대한문(大漢門)  이야기

(2004.09.05)

  

 

 지난 일요일 덕수궁 돌담길을 걷다가 보니 정문으로 사용해 오던 대한문이 보수 공사 중이었다. 천으로 얼키설키 가려진 채 대한문은 보이지 않고 사진 몇 장이 붙어 있다. 사진을 들여다 보니 대한문(大漢門)은 원래 대안문(大安門)이었다.

 

 

 

 현판 이름을 고친 것은 1906년경이었다. 도참설에 의해 국운번창을 위해서였다는 설도 있고, 안(安)자에 계집녀(女)자가 들어 있어 좋지 않다는 당시의 통념 때문에 개명되었다는 설도 있다. 요즘 같이 여성 상위시대엔 다시 대안문(大安門)으로 개명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쯤 여성부에서 검토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가 정작 대한문이 덕수궁의 정문 인 줄 알지만 사실은 정문이 아니다. 모든 궁궐의 정문은 가운데 화(化)자가 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창경궁의 홍화문(弘化門), 경복궁의 광화문(光化門), 창덕궁의 돈화문(敦化門)이 그렇고 경희궁의 흥화문(興化門)에도 가운데 화자가 들어 있다.,


 그렇다면 덕수궁엔 중화전(中和殿)이 가운데 떡 버티고 있으니 중화문(中化門)일까? 글쎄, 우연하게 문화재 이야기 책을 보다가 그 해답을 찾았다.  덕수궁의 정문은 원래 남쪽에 있던 인화문(仁化門)이었다. 지금 현재 서울 시청 별관 자리다.


 그러나 일제시대 그곳에 건물을 짓고 길이 나면서 지금은 덕수궁 돌담길만 남았다. 세월은 흐르고 덕수궁 인화문도 자리를 옮겨 대한문으로 바뀌었다. 시청 앞 로터리도 시원한 물줄기를 뿜으며 잔디 광장으로 변했다. 10년 후쯤 이 자리는 또 어떻게 바뀔까. 노숙자들의 쉼터로 바뀔 수도 있겠구나하고 발길을 돌리며 쳐다본 북악산은 말없이 나를 내려다보며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어서 집으로 가라고 냉소 짓고 있다.     (2004.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