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들여다보아야 예쁘다 / 정관자득
'정관자득(靜觀自得)'.'사물을 고요하게 들여다보면 스스로 얻어진다'는 선지식의 말씀이 요즘 뇌리에서 맴돕니다.이는 송나라 때 정호(程顥) 라는 시인이 추일우성(秋日偶成)이라는 시에서 썼던 말입니다.만물을 고요한 마음으로 관찰하면 스스로 이치(진리)를 알게 된다는 말씀이지요.
숲 공부를 시작한지 7개월이 흘렀을 때 겨울을 맞았습니다.여름과 가을을 들풀 공부로 보내고 겨울부터 나무공부를 시작했습니다.그런데 들풀은 하심(下心)으로 대한 탓인지 곧 잘 일촌을 맺었습니다.겨울나무들은 휴지기를 맞이하여 잎을 떨어뜨리고 나목으로 겨울을 맞습니다.그래서 겨울눈과 수피를 중심으로 공부하는 수 밖에 도리가 없습니다.몇 번 나무 조사차 숲 속을 드나듭니다.그러나 숲 공부 입문생으로서 겨울눈 공부가 만만치 않았습니다.잎이 돋고,꽃이 피는 봄까지 기다렸다가 공부를 할까하고 많이 망서렸지요.그런데 그 때 글귀 하나가 뇌리를 스칩니다.바로 '정관자득'이라는 글귀입니다.사물을 꾸준히 들여다보면 스스로 자연스럽게 알아진다는 글입니다.선지식의 말씀이라 체험에서 우러나온 말씀일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고쳐 먹습니다.'그래,선지식의 말씀은 허투루 들으면 안되지.분명히 그 말씀이 옳을거야'하고 위안을 삼습니다.
소설가 이재운은 그의 소설,「소설 사상의학 」에서 '관찰'이란 말을 명쾌하게 정의합니다."그냥 눈에 보이는대로 보는 게 아니라,유심히 주의깊게 보는 것 그것이 관찰이다". 작은 것도 허투루 보아 넘기지 않습니다.그래서 구경하는 눈과 관찰하는 눈은 같은 눈이면서도 보는 게 다르다는 얘깁니다.관찰은 남들이 대수롭지 않게 그냥 넘긴 것을 유심히 주의깊게 살펴봄으로써 확연한 앎에 이르고,거기에서 새로운 발견이나 기쁨을 이끌어내기도 합니다.
나태주 시인도 그의 시,「풀꽃 」에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라고 썼습니다.관찰과 정관자득의 지혜를 시어를 빌려 단순명쾌하게 정리했네요.작고 평범한 것이라도 관심을 갖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존재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는 일깨움을 담았습니다.풀꽃을 자세히 관찰하듯,상대하는 사람도 그렇게 보아야 예쁘고 사랑스럽다는 얘기일 것입니다.어느 날 아내에게 이 시어를 읊었습니다.화사한 웃음이 화답으로 돌아왔습니다.그리고 다음 말까지,"너도 그렇다의 너는 나인가요?" 이 말에 대답을 '글쎄'하면 되겠습니까? 빙그레 웃으면 그만입니다.중국의 유명한 시인,이백의 <산중문답>에 나오는 표현,'소이부답(笑而不答')을 흉내냅니다.
특히 자연과학분야는 관찰이 알파요 오메가입니다.꾸준한 관찰을 통하여 숲과 생태를 들여다보고 우리의 허물을 고치는 계기로 삼는 것이 삶의 지혜입니다.숲 공부 역시 마찬가지라고 봅니다.겨울눈을 꾸준히 들여다보니 하나 둘씩 그들의 특징이 눈에 들어옵니다.이제 겨울나무 공부도 점점 재미가 붙습니다.포기하지 않고 들여다 보길 잘 했습니다.하나,둘,알아질 때마다 얻는 즐거움이 요즘 세상 사는 맛을 더해줍니다. '배우고 익히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논어에 나오는 글귀입니다.이 글귀가 요즘 내 삶을 대변하는 것 같아 살포시 미소짓습니다.
물오리나무 지흔 물오리나무 겨울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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