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이다지도 금년 봄은 더디 오느뇨 / 갯버들
내일 지나고 모레면 입춘이다.그런데 봄이 들어선다는 입춘 절기에 서울의 봄은 아직 멀기만하다.오늘 기온이 영하 17도를 나타냈다.로제트로 땅에 납작 엎드려 겨울을 나는 봄 들풀들이 행여 얼어죽지나 않았을까 걱정이 앞선다.봄 꽃을 만나기 위해 얼마나 학수고대하며 기다리는 봄인가.여느 봄과는 기대가 다르다.작년 여름부터 숲 공부를 시작하며 여름 들꽃을 만났다.가을 들꽃도 만나고 나무의 겨울눈(冬芽) 관찰도 열심히 했다.이젠 봄 꽃을 만날 차례다.금년 봄을 학수고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제는 일을 대강 마치고 검단산 언저리를 기웃거렸다.개암나무,가죽나무,가래나무,산초나무 모두 겨울눈이 그대로 더 이상 한 두달 전과 변화가 없다.생강나무 꽃눈이 조금 더 크게 부풀어 오른게 작은 변화다.아~,그런데 음기 속에서 양기가 오르고 있는 식생 하나가 눈에 띈다.바로 우리에게 '버들강아지'로 더 잘 알려진 '갯버들' 겨울눈이다. 원래 버드나무과는 겨울눈의 아린이 한 개다.숲 언저리에서 관찰된 갯버들 겨울눈 아린이 막 벗겨질려고 하고 있다.기온만 예전 기온이었다면 완전히 아린을 벗고 솜털 숭숭히 봄의 전령사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었을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디카를 들이댄다.
빨간 겨울눈이 솜털을 달고 가지에 붙어 있는 모습이 앙증맞다.'와,이리 춥노,겨울이 아직도 계속되는가? 봄 전령사 노릇 하기도 힘들구나' 하는 갯버들의 독백이 들리는 것 같다.하지만 갯버들의 독백은 필자에게 삶의 속도를 늦추라고 교훈을 준다.이순(耳順)은 시속 60km의 속도는 과속이다.삶의 속도를 늦추자 보이지 않던 많은 것들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던가.산 언저리를 어슬렁대다 보면 봄은 이미 그 속에 살포시 와 있을지도 모르겠다. '왜,이다지도 금년 봄은 더디 오느뇨?' 제목을 붙여놓고 보니 참으로 썰렁한 제목이다.시속 5km로 달려오는 봄을 시속 6km로 맞이하러 가면,남 보다 이른 봄을 맞이하겠지.갑자기 남도 바닷가가 그리워진다. (2012.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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