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01.15 / 유성구 외삼동 구암사입구(09:40)-연화봉-우산봉-갑하산-계룡산휴게소(13:30)
주말마다 바쁜 일이 발목을 잡는다.딸아이가 둘째 해ㅇ이를 낳고,우리 부부의 생활 패턴이 변화를 가져왔다.여느 때처럼 금욜 밤에 딸네집을 방문한다.매주 일요일에 즐기던 산행도 언제 가고 멈췄는지 가물가물하다.산휴를 마친 딸의 회사 출근으로 평일엔 이웃에 사는 고모할머니가 큰 손녀 윤ㅇ이의 보육을 맡고,주말엔 우리가 맡는 걸로 묵계가 되어 이를 실행하고 있는 셈이다.간혹 친할머니께서 급한 일로 손주들 보기가 힘들 때 흔쾌히 오셔서 도와주시니 결국 손주들은 세 집의 보살핌을 받는 셈이다.하루가 다르게 기쁨을 선사하는 윤ㅇ이의 재롱과 해ㅇ이의 눈맞춤이 즐겁다.무럭무럭 건강하게 잘 크는 손주들을 볼 때마다 감사하다.
아내가 예술꽃 씨앗학교 관리자들의 1박2일 워크숍이 있어 토요일 오후에 입소한다고 하기에 나도 특별휴가를 얻어 일요일에 동네 산악회를 따라 공주 우산봉을 간다.오랫만에 가는 산행이라 겨울나무도 좀 들여다보고,가벼운 산행으로 심신을 추스릴 것을 생각하니 즐거운 마음으로 충만하다.
구암사 절집까지 버스가 올라가 산객들을 토해 놓는다.오늘 걷는 거리는 고작해야 7km 남짓 되지만 겨울산이라 능선 언저리에 가끔 눈이 쌓여 미끄러운 길이다.산사나무,자작나무,때죽나무,쪽동백나무들이 길가에 도열하며 발 길을 잡는다.겨울눈을 들여다 보며 디카를 들여댄다.몇 컷을 찍다가 홀로 뒤쳐진 자신을 발견하고 부지런히 발길을 재촉하여 된비알을 오른다.한 참을 가다가 또 개옻나무의 훤칠한 겨울눈이 시야에 들어온다.바로 옆엔 덜꿩나무 겨울눈이 눈맞춤하자고 대기하고 서 있다.이 친구들에게 붙잡혀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이내 발걸음을 서두른다.눈 딱 감고 겨울나무들의 외침도 외면한 채 10여 분을 지나서야 후미를 따라 잡는다.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치는 건 아닌지 불안한 마음도 든다.하지만 어쪄랴.산정에 들었으니 산행도 하고,또 겨울나무 친구들도 만나야 하지 않겠는가.물푸레나무 겨울눈을 닮은 친구가 반갑게 인사한다.(나중 집에 와서 도감을 살펴보니 '쇠물푸레'다) 우산봉 정상을 올라 잠시 휴식하는 사이 붉나무가 아는 체를 한다.고개를 들어 계룡산 줄기를 바라보는 것도 예전만큼 신나지 않다.숲 공부를 하고 부터는 산행시에도 들풀과 나무가 1촌 맺기를 하자고 덤벼드니 산행의 즐거움은 이미 뒷전이 된지 오래다.
우산봉에서 갑하산까지 긴 능선 길을 걷는다.우측으론 공주시이고 좌측으로 대전광역시로 국립묘지 현충원이 내려다보인다.갑하산 정상에 서니 계룡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동학사 골짜기에 산촌마을도 정겹다.능선길 내내 진달래의 지난 열매와 겨울눈 그리고 생강나무의 꽃눈이 방울방울 매달려 봄을 재촉한다.금년 봄엔 산행할 때 눈이 더 즐거울 것이다.여러 봄 꽃들이 앞다투어 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상상하며 비탈길을 내리는데 예전에 다친 무릎 연골이 다시 아파온다.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무리한 것 같다.산을 내려 차를 유성으로 돌려 '청주해장국'집에서 늦은 점심을 든다.음식점 앞 공원에서 '야외 좌욕장에서 발을 잠깐 담구고 이내 귀경길에 오른다.점심때 한 반주 한 잔에 졸음이 몰려와 자다깨다 하는 사이 벌써 버스는 서울 톨게이트를 지난다.오랫만에 감행한 즐거운 외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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