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창동 연자방아를 찾아서 (120508)
남한산성 아랫마을,고골로 더 알려진 마을을 따라 숲언저리까지 다달으면 조그만 마을이 하나 있다.예전에 남한산성을 돌다가 이 방향으로 길을 내린 적이 한 번 있기도 하다.그 때 날머리로 이용한 이 숲 길이 문득 가 보고 싶었다.오후 4시에 배낭에 물 한 통을 챙겨 길을 나선다.햇볕이 따가워 눈 뜨기가 부드럽지 않다.이젠 한 여름이다.외출 시 선글라스를 착용해야 할 듯 한 그런 한 여름 낮이다.
집에서 그곳까지 걸으려다 이내 포기하고 마을버스(100번 버스)를 탔다.돌아오는 길에 도보로 걷기로 마음을 먹고.향교가 있는 서부농협 사거리를 지나자 작은 골목으로 버스가 마주오는 자가용을 비키면서 아슬아슬하게 통행한다.종점까지 가는데 집에서 20여 분 걸린 듯 싶다.상사창동 연자방아를 찾아서 마을 길을 오른다.1930년 쯤 제작연대가 추정된다고 하니 80여 년이 지났다.이젠 농경사회였던 그 당시 추억의 공동기구로 남아 마을을 지키고 있었다.
마을 한 바퀴를 돈다.
어느 주택 담장에서 파수꾼 노릇하던 매발톱이 '누가 왔나?' 하며 불청객을 살핀다.
마을 어귀를 돌아 풀밭에서 국화과 '사스타데이지'를 만난다.풀섶에서 다른 친구들과 오손도손 잘 놀다가 이 친구 역시 디카를 들여대자,손녀 윤슬이처럼 '기~임치'하며 포즈를 잡아준다.
골목을 누비자 담벼락 아래서 하늘매발톱이 매발톱과 볕을 쬐다가 화들짝 놀란다.
역시 기별하지 않고 갑자기 방문한 내방객에게 기쁨의 표시인가.
흰씀바귀도 풀섶에서 졸다 깨어난다.
더 깊숙히 소로를 따라 산 밑으로 들어가니 냇가에 미나리냉이 가족이 화장을 하고 벌 나비를 부른다.
길가에 음나무는 가시를 숨기고 하늘 높이 오르다가 길손에게 온 몸에 무장한 가시를 들켰다.
냇가 소로를 따라 내리다가 고로쇠나무가 푸른 잎을 자랑하며 마을을 지키고 있다.
수국인지,불두화인지 멀리서 인사만 하고 지나친다.
마을을 한 바퀴 돌자 아내에게서 위치를 묻는 전화가 왔다.고골이라고 하자 춘궁동에 있는 손만두가 맛있는 집,<손만두 행복 칼국수>집(031-791-6266)에서 만나자고 한다.향교에 들르자 대문에 큰 자물통이 걸려있다.하는 수 없이 담 너머로 안을 기웃거리다가 정적의 그림자만 봤다.
나오는 길에 불두화가 소담스럽게 만발해 있어 수인사를 나눈다.불두화는 수국 꽃과 비슷하나,인동과의 백당나무의 꽃을 개량한 품종으로 모든 꽃이 장식꽃으로 되어 있고 주로 절에서 심어 가꾼다.
이처럼 백당나무나 불두화의 잎 끝에는 2개의 꿀샘이 있다.
향교를 나와 맛집을 가기 직전 사거리에서 모란 아씨를 만났다.모란만 보면 선덕여왕 생각이 난다.역사서에 따르면 그녀는 너그럽고 지혜로운 왕이었다. 일연 스님은 ‘삼국유사’에서 선덕여왕에 대한 설화 세 개를 별도로 서술해 그녀의 지혜로움을 보여준다. 향기 없는 모란, 여근곡을 침입한 적군을 알아차리고 죽는 날을 예언해 도리천에 묻어줄 것을 지시한 이야기가 그것이다. 당태종이 덕만공주(선덕여왕)에게 선물한 병풍그림도 모란이었다.그런데 벌 나비가 없었다.그걸보고 덕만공주는 모란이 향기가 없다고 얘기한다.그러나 사실 모란도 향기는 있다.아마 당태종이 놀려줄려고 벌 나비가 없는 모란 그림을 선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세상사람들은 덕이 있는 미인을 모란에 비유한다.후덕한 모습이다.
맛집에 도착해보니 아내는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다.시장기를 홍천 옥수수 막걸리로 때우고,떡만두와 왕만두를 시켜 포식하고 나와 옆 옷 가게에서 티셔츠 하나를 선물받고 덕풍천을 걷는다.미국물칭개,개구리자리가 지천이다.덕풍천을 걷다보니 오늘 하루가 또 추억 속으로 숨는다. (120508)
개구리자리
지칭개
백합나무
벌노랑이
덜꿩나무
나도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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