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 - 낙산대불 - 황룡 - 구채구여행 / 2012.09.29 - 10.04
금년 한가위에 또 조상님께 사죄를 올려야만 했다.송죽회회원들과 중국 구채구를 여행하기로 오래 전부터 의견이 모아져 실행하기 때문이다.각지에 흩어져 살며 사업상 여러 날을 같이 할 수 있는 일정을 뽑아내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그래서 추석연휴를 활용하기기로 일찍 합의를 봐 구채구여행을 기획했다.먼저 형수님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다.대신 우리집 대표로 아들 혼자 추석차례에 참석한다.
전회원 13인 (여섯부부와 화씽1인)이 단독행사로 패키지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하도록 단골여행사에 부탁을 했다.여행 떠나기 5일전 화씽이 집안에 급한 일이 생겨 결국 함께 하지 못했다.여행비의 10%를 페날티로 물고 나머지를 환불받는 일은 썩 유쾌하지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어찌할 수 없지 않은가.나머지 회원들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비행기를 탄다.
첫날,
밤 20:10분발 청두행 비행기(OZ0323기)는 네시간10여분을 날아 한국시각으로 자정을 넘긴 시각에 우리를 성도(청두)에 내려놓는다.피켓을 들고 있는 현지가이드,'이상명'님을 만나 호텔로 이동하여 중국에서의 첫밤을 맞는다.
성도(成都)는 사천성의 성도(省都)로 대륙의 서남쪽에 있는 중국의 삼국시대 당시 촉한을 통일한 유비가 수도로 삼았던 곳으로 오늘날까지 사천성의 셩도로 내려오는 유서 깊은 도시이다.인구 1,000만명의 이 도시는 중국의 9대도시에 들 정도로 크다.또한 '등소평'이 이곳 출신이다.구채구와 황룡이 가까워 이곳 비행장을 이용하여 관광객이 드나드는 곳이다.이곳은 2008년5월12일 '스촨성 대지진'이 일어났던 바로 그 도시이다.
둘째날,
팬더사육장
성도에서 구채구까지는 450여km로 문천을 지나면 구불구불한 강물과 산길을 따라 간다.7시간쯤 걸리는 길이다.지금 고속도로가 건설중이라 완공되면 두시간쯤 단축될 전망이다.구채구로 이동하기 전 우린 팬더곰을 만나러 팬더곰 사육지를 먼저 찾았다.중국 전체에 2,500여 마리가 산다는데 이곳 사육장에서 70여 마리가 산다.현지인들과 섞여 관람을 한다.팬더는 잡식동물이지만 주식은 죽순을 먹는다.하루 15시간여를 대나무 죽순을 벗겨 먹는다고 한다.우린 대나무숲 길을 요리조리 걸으며 팬더들의 생활상을 들여다본다.가이드 이선생이 묻는다."팬더가 꿈이 하나 있는데 그 꿈이 무엇일까요?"아무도 대답을 못하자,"관광객들이 사진을 찍는데,칼라로 한번 찍혔으면 소원이다"고 한다나.팬더는 흰색과 검정색으로 두 색상만을 갖고 있기 때문에 흑백사진만 찍히기 때문이란다.나무 위에서 자리다툼하는 팬더,혼자 낮잠 자는 팬더,넷이서 죽순을 맛있게 까먹으며 관광객들에게 사진을 찍으라고 포즈 잡는 팬더가족들 모두가 귀엽다.현지인 관람객들도 많다.마침 이곳 중국도 양력 10월1일이 중화인민공화국 건국기념일이라 우리의 추석명절과 겹쳐 일주일간 휴일이라 관광지가 많이 붐빌 것이다.
룽운산(凌雲山) 낙산대불
팬다와 만나고 다시 차를 타고 낙산으로 향한다.낙산대불은 민강,청의강,대도하의 세 강이 만나는 곳에 위치하며,절벽에 아주 큰 부처를 조각해 놓았다.큰 암벽 전체를 깎아 대불을 만들었다.우리는 뒷산을 오르지 않고 배를 타고 선상에서 감상한다.
스촨성대지진의 흔적
2008.05.12 그날은 아비규환이었을 것이다.스촨성 중에서도,우리가 구채구를 가는 도중에 있는 문천이 제일 많은 피해를 입었다는 말을 전해 듣는다.문천에서 90여km가 가장 피해가 컸다고 한다.차창 밖을 바라보자,절벽으로 이루어진 많은 산들이 경사가 거의 70-80도에 가깝다.그리고 나무가 없고 키 작은 풀만 듬성듬성 자란다.
건너편 당시 국도가 흔적없이 사라지고
다리가 끊기고
학교 건물이 무너져 찌그러들고 (복구하지 않고 놓아둠,지진 당시 제일 피해가 컷던 문천의 학교)
'차마고도'의 옛길
구채구 가는 길에 먼저 만나는 것은 '차마고도'의 흔적이다.지금은 도로가 나서 강물따라 차가 씽씽 달리지만,그 옛날에는 마상들이 차마고도를 따라 오지를 내왕했다.강을 따라 절벽에 외길을 내 차를 팔러 가던 길,'차마고도'는 희미한 길을 산아래 허리에 그 흔적을 드러내놓고 있었다.
장시간 버스투어라 피곤한지 일행의 절반 이상이 눈을 감고 있다.그러나 난 눈을 감을 수 없다.항상 창밖에 시선을 두며 보다 많은 것을 보고싶고 많은 상념에 잠기는 버릇때문이다. 성도를 떠난지 거의 대여섯 시간을 달려 오늘의 숙박지 모현에 도착한다.
모현에서의 해프닝
황룡으로 들어가는 길에 모현이라는 작은 도시가 있는데 어젯밤 이곳에서 잠을 잤다.아침 5;30분에 모닝콜을 부탁하고 잠이 들었다.그런데 깨어보니 5:50분이다.프런트에 시각이 잘못 전달되었는지 아니면 까먹었는지,모닝콜이 오지 않아 허둥대며 일행들 각방에 모닝콜을 직접 넣었다,"니하오"하자, 잠에서 깨어 수화기를 들었다가 놓는 사람,"네,알겠습니다"라고 하며 끊는 사람,가지각색의 반응이 전해온다.약속시각에 늦을세라 간단히 샤워하고 아침식사하러 로비에 6;20분까지 모이기로 했는데,회원중 한사람이 일행 다 모였는데,."왜 안내려 오느냐?"고 역으로 나한테 전화가 왔다.그 때서야 시계를 들여다보니 한 시간을 잘못 본 것이다.시치미를 떼고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다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내가 휴대폰 전화를 잘 못 본 탓(로밍된 휴대폰 팝창에 현지시각과 한국시각 둘이 나란히 나타난다)에 일행 모두 한 시간의 수면시간이 줄며 잠 손해를 보고 로비에서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약속시각에 로비에 내려오니 모두 모여 우릴 기다리고 있다.그러면서 모닝콜을 착각해서 너무 일찍 부탁했나보다고 하며 아침인사를 한다.'키득키득'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내가 아침에 시각을 잘 못 보고 모닝콜을 했다"고 자백하자 웃음바다가 됐다.
모현에서 3시간을 달려 작은 마을에서 중국인이 경영하는 한식으로 10시30분에 이른 점심식사를 했다.황룡에 가면 음식이 맞지 않아 좀 일찍 그곳에서 한식으로 한다는 게 이유였다.식사를 한 후 우린 회족마을과 장족마을을 지나 황룡에 도착했다.가는 길에 현지가이드의 해박한 역사강의가 깃들여진 소수민족들의 생활사 설명을 듣는다.간혹 질문이 오갔다.
황룡풍경구 가는 길에
황룡풍경구 오채지
드디어 그림같은 황룡풍경구 입구에 들어섰다.에머랄드빛의 환상적인 연못이 7.5km에 걸쳐 3,400여개나 있다는 오채지의 모습은 경이롭다.석회암 연못으로 쓰러진 나무와 버드나무가 물속에서 잠겨 자라는 기이한 풍경뒤에 5,160m의 '옥취봉과 '5,588m의 설산,'설보정'이 멀리 뒷배경을 이루며 한 폭의 그림을 선사한다.우리가 밟은 곳중 가장 높은 곳이 4,070m이다.그래서 산소가 부족하여 뇌압이 올라 머리가 아파오고 고산 휴유증이 나타난다.일행 거의가 전날 고산약을 사먹고, 오늘 오는 길에 산소까지 사 들고 와서 부족한 산소를 호흡하기도 한다.나는 안나푸르나트레킹을 경험한 터라 아무 준비도 하지 않고 그저 평상시처럼 산행하듯 오른다.머리가 조금 띄엇띄엇 할 뿐 견딜만하다.오채지는 물감을 풀어놓은 듯 황홀하다.
구채구로 이동하는 길에
황룡풍경구 관광을 마치고 구채구로 이동하는 버스 창가엔 아름다운 산야가 펼쳐진다.
물의나라,구채구
황룡에서 3시간30여분을 달려 물의나라,구채구에 다달은 것은 늦은 오후였다.일행은 저녁식사전 맛사지숍부터 들려 피로를 푼다.사실 나는 맛사지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받고나면 더욱 몸이 찌푸등하고 기분이 상쾌하지 못하다.그러나 친구들과의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 동행해서 서비스를 받았다.늦은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귀환해 샤워하고 꿈나라로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조반을 마치고 서둘러 구채구를 찾는다.중국도 휴일이라 구채구는 만원이다.샤틀을 포기하고 풍경구까지 2km를 걷는다.30여분만에 도착한 입구에는 관람객으로 만원이다.샤틀 버스 500여대가 쉴세없이 사람을 퍼 나르는데도 줄이 여러겹으로 서서 아비규환이다.60,000여명이 입장해서 종일 북새통이다.
구채구 풍경구는 유네스코에서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곳곳에 빼어난 연못,호수,폭포 등은 많은 유산객을 불러모은다.비취빛 영롱한 물빛은 산빛을 깨치고 물속의 플랑크톤과 어울려 비경을 만들어낸다.수정구는 수정궁,분경탄,호위해,수전폭포,낙일랑폭포 등 아름다운 비경을 품고 있다.수정궁의 물 속은 용궁을 보는 듯하다.물이 맑고 산빛이 그대로 물에 투영되어 아름다운 비취빛,옥빛을 만들어낸다.인위적으로 연출한다고 하더라도 이보다 더 나을 수는 없을 것이다.락일랑폭포 또한 140여m의폭으로 물이 솟구치는 모습 또한 장관이다.진주탄 폭포 또한 일품이다.
구채구 관광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저녁을 들며 반주 한 잔에 우정을 타 나누어 마시고
구채구에서 성도로 귀환하는 버스 속에서
무후사와 금리거리 관광을 하고
무후사는 유비 현덕과 제갈공명의 묘가 안치된 사당이고,금리거리는 삼국시대의 거리 모습을 재현해 놓은 거리로서 젊은이들이 많이 모여 들었다.
장비의 상
사천문화의 진수,'천극'을 보고 공항으로 이동하여 귀국 비행기 (00:10)를 탄다.
5박6일 황룡,구채구여행은 이렇게 훌쩍 지나갔다.추석 때 조상님들께 차례를 올리지 못하고 마음으로 대신하는 죄송함은 이루 말 할 수 없이 송구스러운 일이다.그러나 어쪄랴.여러 날을 함께 할 수 있는 일정을 잡기가 어려워 하는 수 없었다.송죽회 회원들의 구채구 여행은 이렇게 끝났다. 친구들의 건강과 행복을 빌며 고향집으로 뿔뿔이 헤어지는 얼굴엔 피곤이 밴 얼굴들이지만 다음 여행을 기약하고자 하는듯 기쁨도 빵빵한 얼굴들이다.이번 패키지여행이 지난 수차례의 중국여행 때보다 편안하고 만족스러웠던 것은 무엇보다도 현지가이드,이상명선생의 친절하고도 헌신적인 도움과 안내가 우리를 만족스럽게 했음을 지면을 통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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