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 달 방랑기

용두암이 쪼맨해졌다 / 올레17코스

천지현황1 2014. 9. 18. 21:28

용두암이 쪼맨해졌다 / 올레17코스

* 140918 /용두암~이호테우해변까지 일부 구간은 왕복, (10.5km,4시간) 

 

제주에 와서 버릇이 하나 생겼다.일어나자마자 날씨 검색부터 한다.오늘 아침에도 날씨 검색을 하니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다.그래서 행선지를 급히 절물자연휴양림에서 올레17코스로 바꿨다.비내리는 올레길을 걷고 싶었다.

원래는 광령에서 산지천까지 19.2km이지만 용두암에서 이호테우해변까지 부분 왕복을 택했다.차는 용두암해수랜드에 세우고 걷기 시작한다.걷기를 마치고 뜨거운 해수탕에 몸을 담글 예정이었다.

 

하늘은 흐리나 비가 올 것 같지는 않다.도두봉에 가까워지자 검은 구름이 금방 비를 뿌릴 태세다.앞 바다엔 가끔 해녀들이 물질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해변에 용출수가 나는 곳마다 오래된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 듯 하다.제주에는 순오름정신이라는 것이 있다.몸(일)부조,돈부조,음식부조,물부조 등의 형태로 이웃과 서로 도와가며 협동하며 사는 정신이다.

 

길을 걷다가 '다끄네물'이라는 간판을 보았다.다끄네 포구 근처에 용출수가 나와 샘물을 이루었다.그런데 이 물을 아주 효율적으로 활용했다.들여다보니 제일 윗칸은 먹는물,다음 칸은 야채 씻는 물,그 다음 칸은 목욕하는 물 등으로 하나의 줄기에서 나오는 물을 칸을 막아 효율적으로 쓴다.어영마을의 용천수도 '섯물'이라 하여 '다끄네물처럼 용도별로 칸을 막아 사용하며 공동체로 관리해왔던 모양이다.이런 것들도 제주인들의 물부조 형태의 순오름정신의 발로라고 본다.  

 

도란도란 얘기하며 걷기도 하고 길섶에 난 꽃들을 들여다보기도 한다.때론 눈 앞에 펼쳐진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잠시 쉬기도 한다.비는 내리는 듯,아니 내리는 듯 오락가락한다.하염없이 걸으려다 올레걸음을 이호테우해변에서 돌렸다 시장기가 들어 아까 지나 온 도두항에서 점심을 들기 위해서다.여러 횟집이 있지만 중국인 관광객 몇 무리가 식당을 빠져나와 김과 김치 파는 곳을 기웃거릴 뿐 음식점마다 한산하다.마땅한 음식점을 찾지 못했다.그러다가  '도두해녀의집'(064-3692-4989)간판이 시야에 잡혔다.바로 그 집으로 들어간다.몇 번의 제주여행때마다 해안도로를 타다가 음식점을 찾을 때 '해녀의집'간판을 달고 있는 음식점에 들어 갔을 때마다 음식 맛이 무난했기 때문이다.음식 맛이 괜찮은지 10여명의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주인 아주머니에게 권할 만한 메뉴를 청하자,선뜻 전복성게물회(@10,000)와 한치덮밥(@10,000)을 추천한다.과연 먹어보니 맛이 있다.

 

         

 

 

반주 한 잔을 곁들여서인지 걷기가 귀찮아졌다.택시를 잡아타고 자동차를 둔 곳 까지 왔다.다시 그곳부터 용두암까지 걸었다.중학시절 수학여행와서 본 용두암은 컸었는데 오늘 보니 많이 쪼그라들었다.그동안에도 몇 번 스쳐지나며 보았지만,오늘처럼 작게 보인 적은 없었다.세월이 흘러 작아졌는지,아니면 내 안목이 커져버렸는지 모르겠다.해수목욕 대신 해안드라이브를 즐기다 일찍 귀가한다.

 

 

사진모음

 

 

 

 

 

 

 

문주란

 

 

 

 

 

 

 

 

 

 

 

 

 

 

 

 

 

 

구기자나무

 

 

기생초

 

 

 

어저귀

 

 

 

 

 

 

 

 

"어이,뭐하는거여" (길 걷다가 동네 악동들과 딱지치기 한 판하는 김에우니케)

 

 

 

용두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