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쇼쇼,운무와 바람이 만든 천변만화 / 한라산 - 영실코스
* 2014.10.03 / 영실휴게소(08:30)-윗세오름-남벽분기점 전망대-윗세오름-영실휴게소(14:30)...11.6 km / 6시간
현란한 춤사위다.저건 구름과 바람이 주연하고 한라산이 조연 노릇을 하는 대자연의 서사극이다.제주사람들은 영실기암과 함께 사는 오백나한을 오백장군이라 불렀다.아침 일찍부터 매서운 바람이 산 아래에서 부터 불기 시작했다.제주 산객들은 이미 쌀쌀해진 제주 가을 날씨에 파카와 머프 그리고 장갑 등으로 중무장한 채 산길에 나타났다.다만 우리같은 여행객만이 여름 바지에 바람막이 겉옷 하나 달랑 걸치고 추위와 맞서야했다.윗세오름에 오를 때까지도 세차게 휘몰아치는 운무가 산등성이를 넘어가고 있었다.영실기암과 오백나한은 운무속으로 꽁꽁 숨어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선작지왓에 도착하자 운무가 조금씩 거치기 시작한다.오늘은 윗세오름까지 간단한 코스만 다녀가려고 마음 먹었다.그런데 왠일인지 아내가 한라산 남벽을 보러가자고 먼저 제의한다.속으로 '얼씨구 좋구나'하고 쾌재를 불렀다.사실 많은 산객들이 어리목과 영실코스로 해서 윗세오름(1,700m)까지만 올라 윗세오름 표지석을 안고 증명사진만 찍고 내려간다.그러나 윗세오름에서 남벽분기점까지의 산행이 백미이다.한라산과 오롯이 만날 수 있고 운무와 바람이 만드는 천변만화의 한라산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흘러가는 구름은 변화무쌍하다.백록담 분화구를 감싸는 남서벽을 두 개로 만들었다가 하나로 만들었다가 다시 없애버린다.가장 느긋한 느린 걸음으로 전망대까지 가서 마루바닥에 퍼질러 앉았다.흘러가는 구름에게 시간을 맡긴 채,그렇게 넋을 놓았다.그러는동안 제주산객들과 또 나주산님들과 둘러 앉아 산행얘기며 여행얘기 등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지난 3주간의 제주생활이 꿈결같이 지나갔다.앞으로 일주일이면 집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한라산이 더욱 그리워질 것만 같다.남벽을 바라보는 산객들이 감탄을 쏟아낸다.운무와 바람이 합작하여 만들어 낸 천변만화의 한라산 모습은 누구에게나 감탄의 대상일 것이다.하산 길에 영실기암과 오백나한이 밝은 모습으로 배웅을 해준다.
사진모음
제주여행 마무리 전에 한번 더 한라산을 알현할 기회가 주어질지.
한라구절초가 암벽에서 추위에 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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