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불국낙토가 어디메뇨? / 사자산법흥사 적멸보궁 가는 길 201024

천지현황1 2020. 10. 24. 21:58

불국낙토가 어디메뇨? / 사자산법흥사 적멸보궁 가는 길 201024

 

일주일동안 틈 날 떄마다 '주말에 어디를 가야 불국낙토,천국을 찾을까'하고 고심했다.물론 '일체유심조'라 만사가 마음먹기에 달렸음을 입에 달고 산다.단풍철인지라 마음이 달떴다.금년 가을은 코로나19 때문에 유난히 더 성찰의 계절 같다.영월에 무릉도원이 있음을 찾아냈다.'영월군 무릉도원면' 소재 사자산 법흥사 적멸보궁이다.5대 적멸보궁중 유일하게 아직까지도 미답의 적멸보궁이다.아내 몰래 야무지게 하루 일정을 짰다.그녀의 달콤한 새벽잠을 앗았다.하루를 25시간으로 늘려 쓰자. '가자,적멸의 시간' 속으로.

 

1.영월 구봉대산 / 집출발(05:20)...법흥사주차장(07:40)-널목재-1~9봉-음다래기골-일주문-주차장(12:10) ... 8.5 km

2.사자산법흥사 적멸보궁 / (12:30~14:00) ... 1.5 km

3.원주치악산 황장목길 / 치악산주차장(15:30)-구룡사-세렴폭포-주차장(17:35) ... 5.4 km   / 총 15.4 km

 

 

 

1. 영월 구봉대산 / 불교의 윤회설이 얽힌 아홉 봉우리

 

새벽 공기가 알싸하다.강원도 산들이 아침잠에 취해있는지 산그리메가 설핏하다.영월 무릉도원면에 들어서자 서리가 하얗다.법흥사주차장 찻 속에서 아침식사를 한다.아직 절집은 고요하다.적멸보궁이 지척이지만 우린 절집 앞산을 오른다.구봉대산(870m)은 사자산 법흥사 적멸보궁의 앞산이다.백덕산-사자산 능선의 연장선상에 있는 지능선이다.구봉대산은 각 봉우리마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과정을 스토리텔링해 놓았다.

 

산문에 들어서자 적막강산이다.숲정이의 단풍은 곱다.널목재 오름길에서 적멸을 생각한다.간혹 친구와 단풍때문에 탄성을 내지르지만 고요에 더 집중한다.제5봉,대왕봉에 오르자 시야가 터진다.만산홍엽이다.사자산 아래 적멸보궁은 아늑한 폼새다.백덕산과 사자산이 감싼 명당 같다.신라의 고승 자장율사가 643년 신라 선덕여왕 12년에 사자산 연화봉에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하고 흥녕사(興寧寺)로 창건했다고 하지 않던가.  

 

아홉 봉우리에 서서 설명문을 읽을 때마다 회한이 밀려왔다.불교신자가 아니면서도 불경을 읽으며 자랐다.불교는 나에겐 종교가 아니라 생활이다.김제 금산사 미륵불을 모신 절집에서 직선거리로 300 m 떨어진 고향집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냈다.지금은 옛집이 철거되어 사라졌지만 아직도 마음 속엔 유년시절의 추억을 고스란이 간직하고 산다.아홉 봉우리를 걸으며 옛 시절이 소록소록 소환됐다.음다래기골을 내리며 떠나가는 가을을 보았다.

 

 

2. 불국낙토가 어디메뇨? / 사자산법흥사 적멸보궁 가는 길   

 

천상의 길이다.구봉대산에서 바라 본 적멸보궁은 아늑했다.절집 요사채를 지나 적멸보궁으로 가는 길은 환상의 길이다.아내는 그 길에서 "와~우와~"하며 탄성을 마구 질러댔다.적멸의 길이 이런 길인가.번뇌를 완전히 벗어난 길이다.울창한 소나무 숲에 붉은 단풍길은 이곳이 바로 적멸의 길이었다.불국토다.선계이고 천국이다.적멸보궁을 참관한 후 우린 약사전 벤치에 앉아 적멸보궁 처마에서 울리는 풍탁소릴 듣는다.오전에 걸었던 앞 산 구봉대산 아홉 봉우리를 바라보며 멍을 때렸다.시간 가는 줄 몰랐다.햇살도 동석해 대자연을 만끽했다.인생 망칠십에 맛 본 여유로움이었다.

 

3. 치악산 구룡사 황장목길

 

귀경길에 핸들을 치악산 언저리로 돌렸다.작년 12월에 찾았던 황장목숲길이다.비로봉을 다녀오는 사람들로 인파는 만원이다.폭포도 아닌 것이 폭포라는 멋진 세렴폭포라는 명찰을 달았다.치악산 청솔모에게는 오를 수 없는 큰 폭포로구나.구룡사 은행나무 가지 위에 반달이 걸렸다.한 폭의 진경산수화를 보는 것 같다.어둠이 깔리자 산문을 떴다.다시 속세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