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남한산으로 처녀치마 만나러갔다가 230423

천지현황1 2023. 4. 23. 16:13

남한산으로 처녀치마 만나러갔다가  230423

 

* 산성역1번출구(09:10)-지화문(남문)-성남누비길2구간 걷다가-남장대-개원사-서흔남묘지석,부용지-현절사-북문-서문-마천역(13:00) ... 11,5km

 

 

문득 '처녀치마'가 생각났다.지금쯤 요염한 자태로 치맛자락을 깔고 우아하게 꽃대를 올렸을거야.엊그제 새싹이 났었는데 숲은 이미 초록빛과 연두빛 세상이 되었다.나홀로 산성을 오른다.괴테처럼 걷다가 긴 계단을 만나면 계단오르기에 열중한다.푸르름 속에서도 하얀 보석처럼 빛나는 요염한 꽃을 피워대는 노린재나무가 시선을 끈다."그래,너도 예쁘다".신갈나무 잎도 어느새 어른 손바닥보다 두 배는 더 커 버렸다.세월이 자연의 오묘함을 일깨운다.

 

멀리서 산비둘기가 '구구구' 울어댄다.멀지 않은 숲 속에서 딱따구리가 산의 정적을 깨며 목탁을 친다."또르르똑 또르르르르...". 1초에 15번쯤 목탁을 치니 가히 목탁치기 명수다.자연과 교감하며 숲길을 걸으니 마음이 평온하고 즐겁다.단숨에 지화문에 당도한다.내쳐 성남누비길2구간길로 접어드니 한적하다.산성길을 따라 성남 검단산 방향으로 걷다가 남장대로 올라선다.남장대 아래에 '처녀치마'가 살기 때문에 그녀를 방문하기 위해서다.숲을 두리번대지만 그녀는 꽁꽁 숨어 만나주질 않는다.미리 예약없이 불쑥 찾았다고 만나주지 않는 걸까.그녀가 토라졌다.

 

발걸음을 개원사로 돌려 절집을 서성인다.개원사는 남한산성을 보수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승려들을 총지휘하는 사찰로 건립되었다고 사적은 설명하고 있다.역사가 깊은 절집이다.고요가 흐르는데 보살님들 세 분이 풀밭에서 풀밭 정리에 여념이 없다.

 

절집을 구경하고 발길을 서흔남묘비가 있는 곳으로 돌린다.서흔남은 청나라군대가 조선을 침입할 때 인조를 등에 업고 남한산성으로 피신시킨 나뭇꾼이다.훗날 정2품 가의대부로 책봉되고 종2품동지중추부사까지 된 인물이다.초등학교 사회교과서에 등재되어 손주들과 몇 해 전 서흔남의 자취를 찾아 본 경험이 있다.

 

다시 발걸음을 현절사로 옮긴다.병자호란 때 청에 항복하기를 거부하다가 청나라 심양으로 끌려가 처형당한 홍익한,윤집,오달재 등 삼학사를 기린 사당이다.이 사당을 지날 때마다 이들 삼학사의 충절이 회상된다. 

 

오늘 처녀치마를 만나러 왔다가 헛탕치고 남한산성 동서남북으로 산성길을 배회했다.생각해보니 2주전쯤 처녀치마는 피었다가 졌을 것 같다.내가 시절을 착각했다.게다가 금년 봄은 개화시기가 2주는 빠른데 오늘에서야 너를 생각하다니.솔숲의 숲바람도 잠시 일더니 이내 멈춘다.서문 솔숲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입산한지 세 시간만에 취하는 휴식이 달콤하다.걷기에 몰입하다보니 시간이 이렇게 지난지도 몰랐다.잠시 눈을 감으니 피로가 몰려온다.탁주 한 사발이 간절하다.하산길을 재촉한다.  

 

 

 

귀룽나무

 

 

서흔남묘지석

 

 

   (창고사진 / 남한산성 12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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