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모산 240818
* 수서역6번출구(07:55)-대모산-일원공원-일원역(10:30) ... 5,5 km
옛 선인들은 무더위를 쫒는데 '풍즐거풍'이란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산에 들어가 아랫도리를 드러내놓고 볕을 쬐는 풍욕을 즐겼다.선인들의 흉내를 내볼까.요즘 계속되는 폭염탓에 심신이 피로하다.그래도 주말이 되면 산행하는 루틴은 계속한다.
요즘 열대야때문에 밤잠을 설친다.자다깨다 하다보면 어느 덧 꼭두새벽이다.김시습의 '금호신화'를 집어들었다.몇 독을 해도 항상 새롭다.어제 새벽엔 '이생규장전'을 읽었다.오늘은 '취유부벽정기'를 읽는다.명문장이다.
김시습은 누구인가
매월당 김시습은 1435년생이니 조선초기 인물이다.신동으로 명성이 자자했던터라 세종이 불러 감탄하고 상을 내렸다는 일화도 전해온다.1449년 모친 별세후 3년상을 치르고 조계산 송광사에 머물면서 불법을 배운다.1453년 과거낙방후 세조의 왕위찬탈 소식에 책을 불사르고 방랑길에 오른다.전국을 방랑하다가 1465년 금오산에 들어가 7년간 머문다.아마 1470년 쯤 금오신화를 쓴 것 같다.그 후 1493년 병사한다.
금호신화를 읽으며 그의 글에서 나무 이름 여러 개를 만난다.
(이생규장전)
...전략...
황매화 피는때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앵무새는 회나무 그늘에서 지저귀고 제비는 주렴 사이로 날아든다/이렇게 또 한 해의 봄 풍경 저물어 가고/멀구슬나무꽃 지니 대순이 뾰족하게 올라온다
...후략...
(취유부벽정기)
...전략...
대동강 물빛 쪽빛보다 푸르러도/천고 흥망의 한은 견디지 못하리라/임금님 마시던 우물 말라 넝쿨 가지 드리워 있고/돌로 쌓은 단 이끼 능수버들 녹나무 에워싸고 있네/.../밝은 달은 아래 난간에 잠 못 이루는데/깊은 밤 계수나무꽃 지는 소리/
...후략...
그는 문장에서 여러 나무 이름을 거명했다.이 외에도 오동나무,뽕나무,가래나무 등 글감에 불려나온 나무 이름은 여럿이다.특히 멀구슬나무는 남쪽에 서식하는 식생이라 일반인들에겐 낯선 나무다.매월당은 전국을 방랑하며 여러 곳의 식생을 살폈을 터.특히 순천 송광사나 경주 남산 금오산 기슭에 거주했기때문에 남쪽 식생에도 익숙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엔 글을 쓰는 사람은 적어도 다음의 세 가지 공부는 기본적으로 해 두면 좋을 것 같다.첫째는 성경과 불경공부다.둘째는 로마 그리스신화 이야기를 읽는다.셋째는 식물공부다.동식물의 행태는 대자연의 섭리를 대신한다.나는 이제껏 구약 신약을 완독하지 못하고 서두에서 포기하고 만 경험이 있다.로마 그리스신화는 몇차례 읽었으나 신들의 제왕인 제우스신이 바람피운 사례만 기억이 날 뿐,우둔한 머리 탓일게다.은퇴후 식물학도로서 열심히 식물공부를 했으나 지금은 게울러 식생들과 친밀도가 점점 멀어진다.그래도 위 세 공부를 해두면 사유의 폭이 넓어진다.
곤히 잠든 동숙인을 깨워 배낭을 싼다.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숲 중의 하나,대모숲을 간다.대모숲을 걸으며 새벽에 읽었던 금오신화 얘길 청강생에게 들려준다.오늘따라 그녀의 반응은 시큰둥하다.더위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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