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단풍 241103
* 북한산우이역2번출구(09:30)-소귀천계곡-대동문-보국문-중성문-북한산성탐방센터(13:40) ... 9.5km
북한산 단풍이 절정을 지나 스러지기 전에 보고 싶었다.친구와 약속 산행일자를 일주일 앞당겨 오늘 소귀천계곡으로 들어선다.벌써 단풍은 산아래에서도 절정을 지나고 있다.그래도 북한산의 아름다운 단풍지 모습을 보여준다.북한산 여느 코스보다 오늘 계획한 등로가 단풍코스로는 으뜸이다.
계류는 '돌돌돌' 소리내며 흐른다.이따금 머리 위로 단풍잎이 낙엽되어 떨어진다.대다수 산객들은 도선사 방향으로 해서 백운대로 향하고 우리는 소귀천계곡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입산한다.호젓한 산길이어서 좋다.왠지 번잡함을 싫어하는 성격탓인지 산행시 산객이 덜 붐비는 등로를 찾는다.묵언하며 오르다가도 빨간 단풍이 나타날 때마다 아름답다는 탄성을 내지른다.
어젯밤 늦게까지 이용순님이 쓴 옥중수기, <카메라 없는 사진가>라는 책을 읽다가 잔 탓인지 새벽녁에 오랫만에 꿈을 꿨다.오늘 산행을 같이한 친구가 젊은 날 형사로 나타나 내 방에서 나에게 수갑을 채우러 온 꿈이다.뭘 잘못했는지 이유도 묻지 않고 점퍼 속주머니에서 수갑을 내보였다.그리곤 꿈을 깼다.희안한 꿈이다.꿈을 잘 꾸지 않는 내가 옥중수기를 읽으면서 꿈을 꾼 것이다.꿈이야기를 친구에게 해주었다."수갑 가지고 왔느냐?"고 라며 얘기를 시작했다.친구는 무슨 이야기냐고 한다.얘기를 다 듣고나더니 그냥 웃고만다.개꿈이라는 뜻일게다.
사진작가인 이용순님의 옥중수기는 경험해 보지 않은 옥중생활을 자세하게 그렸다.2.2평의 감방에 5명이 살아간다고 했다.시골목장의 소나 돼지가 사육되는 공간보다 훨씬 좁은 면적에서 벌어지는 생활상을 그렸다.두 평의 공간에서 죽은 멸치처럼 잠자야 하는 공간인데도 그는 감옥생활이 사색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그는 사진작가답게 " 사진은 시간과 공간의 기록이라며 사진은 곧 시다"고 했다.그의 슬픈 공감 표현이 슬프다.'하늘에서 슬픈 비가 온종일 내렸다'라든가 '어둠의 비가 내렸다'고 했다.
그의 <멸치>라는 시에서 '2.2평 화장실 포함/설날의 멸치 세트처럼/멸치가 되어 상자속에 갇히고/튼튼한 쇠창살이 다시 상자를 덮으면/멸치는 잘 정돈되어 잠자리에 든다/...(중략).../새벽 네시 반에 잠에서 깨고/멸치로 변신했음을 눈치챈다/그리고 다시 슬픔의 강을 건넌다'. 죄수를 멸치에 비유한 그의 시가 가슴을 울린다.
그는 지인의 사기행각에 공범으로 몰려 2년반의 옥고를 치루고 쓴 옥중수기가 나에겐 생소한 글이었으나 미지의 세계를 탐험한 글이었다.부디 저자의 인생에 좋은 일만 있길 기도하며 책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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