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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구인사

천지현황1 2005. 7. 26. 12:08
 

소백산 구인사


불교신자가 아니라도 구인사 얘긴 주변 어느 누구의 입을 통해서도 한번쯤 기도발이 잘 듣는 사찰이라고 들었을 것이다.아내도 몇 년 전에 지나가는 얘기로 나한테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강원도와 충청도 여행길에 구인사 행선지 팻말이 눈에 가끔 보일 때마다 다음엔 꼭 들려야지 하기를 수차례,아내는 아예 9월 마지막 일요일에 구인사행을 정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른 새벽에 집을 출발하여 여주 휴게소에서 우거지 해장국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안개가 피어 오른 나지막한 산들과 누른 벼가 익은 들판이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시야에 들어온다. 우리는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호법 IC에서 영동고속도로로,다시 만종 IC에서 중앙고속도로로 바꿔 탄다.가깝고 먼 산의 경치를 구경하며 단양의 도담삼봉 앞에서 잠깐 쉰다.


정자를 내려다보고 있는 우리에게 누군가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즉석사진 한 장 찍으세요.” 돌아보니 초로의 시골 사진사다.아내에게 “한 장 찍을까?” 했더니 빙그레 웃는다.일금 3,000원을 주고 받아든 사진 속의 인물들은 꽤나 다정하게 꼭 붙어 다음 생까지도 동행할 폼으로 웃고 있다.산을 돌고 내를 건너 200여 Km를 달려 소백산 구인사 주차장에 도착한다.


구인사는 충북 단양군 영춘면 백자리 132-1 번지에 소재한다.소백산 구봉 팔 문 중 제4봉에서 흘러내린 산줄기 영추봉 계곡(해발 708m)에 자리하고 있다.중국 무협 영화에 나오는 절처럼 대법당, 조사전등 50여동의 건물들로 계곡 양편에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구인사는 대한불교 천태종의 총본산으로 상월원각 대조사가 억조창생과 구제중생이라는 뜻을 가지고 1945년에 창건하신 대가람이다.우리나라 최대의 관음 영험 사찰 기도처로 이름나 있기도 하다.누구든지 소원을 빌면 한 가지 소원은 이루어진다 하여 더욱 유명하다.우리는 절 안내도를 유심히 보다가 너무 많은 건물들로 꽉 차 있어 놀랐다.


서예가 일중(一中) 김충현(金忠賢) 선생이 쓴 “小白山 救仁寺” 일주문 현판이 계곡 현관에 호랑이처럼 떡 버티고 서서 우릴 내려다본다.비탈진 길을 앞에서 오르며 아내를 이끄는 손은 신혼 때처럼 감촉은 없었으나 밋밋하지는 않다.일요일이어서 그런지 구인사 신도들이 3~4일씩 숙박하며 기도 참선하는 사람들이 많다.5층 대법당엔 비신자인 관광객 전용 법당이 있다.기도비를 헌금하고 참배를 한다.아내는 내가 돈을 잃지 말게 해달라고 열심히 기도를 하는 것 같다.스님 네 분이 한 조를 이루어 독경하고 북치고 종(?)으로  독경소리와 강약을 오묘하게 조율하며 정성을 다하고 있고 관광객들은 합장하고 기도에 열심이다.


우리는 살짝 법당을 빠져 나와 계곡 제일 윗 쪽에 위치한 조사전에 들린다.상월원각 대조사를 모신 곳이다.조사전 옆으로 영추봉으로 오르는 작은 길이 나있다.“관광객은 절대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군데군데 꽂혀 있었으나 우리는 이를 무시하고 소로 길을 따라 계단을 구비 구비 돌아 영추산 정상까지 오른다.그곳엔 상월원각 대조사의 유택이 있다.신도들만이 줄을 지어 참배하고 있다.불교 스님들의 화장 문화 대신에 매장되어 있어 몹시 의아스러웠다. 돌아가시면서 유언으로 매장해 달라고 하여 그랬다는 것이다.아내는 스님이 화장을 않고 매장했다는 사실에 대하여 참으로 이상한 일이라고 산을 내려오며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실은 진작부터 아내는 구인사에 와서 기도를 드리고 싶어 했다.그런데 유택을 보고 조사전 창문에 금 매끼를 한 것 등을 보더니 자꾸 고개를 저어댔다.아마 실망했다는 표현으로 나는 이해했다.종교가 다 그런걸 아내는 몰랐을까? 나는 속으로 ‘기도도 좋지만 실천이 더욱 중요한 거야’라고 말하고 있었다.  


몽매한 중생이 부처님을 욕보이나 싶기도 하지만,지금 현재가 극락이고 지옥이지,현생이 따로 있고 내생이 따로 있겠나?지금 현재 이 순간을 최선을 다 해서 살자.그리고 잘 못을 반성하고 허물을 고치자.산을 내려와 점심 식사 때 동동주 한잔을 곁들이니 밥맛이 더욱 좋다.분주하게 상경 길을 재촉한다.앞차 꽁무니를 열심히 따르다 보니 어느덧 서울이란 이정표 푯말이 시야에 들어온다. (2002.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