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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갈>,<천경자>작품 전시회를 다녀와서(서울시립미술관)

천지현황1 2005. 7. 28. 12:29
 
 

 

                 - <샤갈>,<천경자>작품 전시회를 다녀와서


 난 일요일 가평 운악산 산행 약속을 취소하고, 아내와 함께 그림 속에서 꿈을 꾸게 만드는 색채의 마법사 ‘샤갈’과 ‘천경자’의 작품들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만났다. 프랑스 화가 <샤갈>의 작품 120여점이 미술관 2, 3층에 7개 테마별로 전시되어 있었다. 색채의 마술사답게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빨강, 파랑 원색의 작품들이 꿈을 꾸게 만든다. 


 시아에서 태어난 ‘샤갈’은 1985년 98세에 작고하기 까지 오랜 삶을 통하여 동심의 세계로부터 무용과 꿈 그리고 성경의 세계까지 시공을 넘나들며 현란한 원색의 색채와 기법으로 독특한 회화 세계를 구축한 뛰어난 색채 화가였다. 그는 당시 추상 미술의 거대한 흐름이 형성되던 상황 속에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초현실주의 화풍을 이룩하였다. 훗날 ‘피카소’가 그를 일러 ‘마티스’와 더불어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색채 화가였다고 술회했다고 한다. 전시실에는 7개 테마 (연인, 상상, 파리, 서커스, 성서, 오디세이 그리고 지중해 등) 로 나뉘어 전시되어 있었는데 모스크바 국립 트레티아코프 미술관 소장의 ‘도시 위에서’ 라는 표제의 유화는 보는 순간 “아~ 이건 꿈속에서나 보는 그림이야” 하고 독백을 하였다.


 번 ‘샤갈’의 작품엔 남녀와 동물들이 동일한 존재로 등장하며 주위 풍경 속에서 크게 부각되어 표현되고 있는 것이 그의 전 그림 속에 나타난 공통적인 모습이었다. 강한 원색의 빨강, 파랑의 색채가 관람자의 눈을 화려하게 물들인다. 마지막 테마 지중해 편엔 첫 부인과 사별 후 둘째 부인과 지중해 연안 도시 ‘생 폴 방스’에 정착하여 그린 그림들이었다. 한결같이 지중해의 풍광들이 강렬한 빛으로 묘사되어 있다.


 요일이라 젊은 부부들이 초등학교 아이들을 데리고 많이 관람하고 있었는데 아이들도 그림이 만화처럼 재미있는 모양이다. 서로 자기들의 동심세계를 그린 탓인지 재미있어한다. 메모하며 그림감상에 열중하는 젊은 미술학도들의 눈빛도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2, 3층을 돌고나니 미술관2층 한쪽 전시실에 ‘천경자의 혼’이라는 표제를 달고 있다.  샤갈전시회 한 켠에서 전시회를 하고 있어서 <샤갈전>을 관람하러 온 사람들이 덤으로 천경자의 작품을 감상할 수가 있었다. 천경자 화백은 지금 미국에 살고 있는데,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그의 작품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했고, 미술관에서는 상설전시를 열고 있었다.

 

 림들이 그녀 자신의 생활감정을 포함하여 자연의 아름다움, 생명의 신비, 인간의 내면세계, 문학적인 사유의 세계 등 폭넓은 영역을 포괄하고 있었다.   그의 작품세계에서 중심적인 이미지로 떠오르는 꽃과 여인은 일반적인 관점에서 아름다움의 대명사로 통한다. 일상적인 감정을 그림 속에 그대로 연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체험적인 인식의 산물이기도 하다. 꽃과 여인은 아름다움 그 자체이면서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 상징성을 내포한다. 일상적인 생활 감정 뿐만 아니라, 속내를 은유적이고 암시적으로 표현하는 상징적인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년 전 한 미술관에서 사들인 미인도 위작 사건으로 시끄러웠던 일을 기억한다.  천경자화백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발언을 했는데 그 미술관과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그 그림은 천경자 화백의 것이 맞다하고 몰아갔던 일이 있었다. 나중엔 결국 위작이라고 판명이 난 사건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그림 그린 사람이 자신의 작품인지 아닌지도 모를수 있을까? 결국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묵살 당하자 미국으로 건너 가버렸다. 참으로 안타까운 사건이다. 화백이 한 참 유명세를 타던 날, 젊었을 때 자신의 초기 작품을 비싼 가격에 되 사들인다는 얘기를 들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오래전의 기억 속에 묻히는구나. 그녀의 그림들 속엔 세계를 여행하며 꽃과 여인들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전시장 한 켠에는  그녀가 쓴 에세이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의 열정에 또 한번 놀랬다. 그녀는 가버리고 10여권의 수필집이 쓸쓸하게 웃고 있구나.


 내와 전시장을 나오며 매표소 입구를 바라보니 입장객 매표 줄이 끝이 없다. 전시장을 나오며 아내에게 “어서 노인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의아스런 눈빛으로 쳐다본다. 매표소 가격표에 ‘65세 이상 노인은 입장무료’라는 조그만 글씨를 읽어냈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서도 공짜 지하철 타고 와서 보고 싶은 전시회를 공짜로 본다고 생각하니 아름다운 노년 생활이 그리 서러울 것도 없을 성 싶다.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서 군데군데 벤치에 누워 오수를 즐기는 노숙자들을 바라본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덥수룩한 구레 나루, 두껍고 찌든 옷차림! 도대체 언제쯤 그들이 그네들이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이 오려나.  한 참을 고민하며 길을 걸었다. (2004.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