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동팔경 : 오봉산 낙산사
"딸그락 딸그락..." 이른 새벽이다.주방에서 나는 소리에 잠을 깼다.창밖엔 비가 내린다.아내는 오늘 동해바다 구경 간다고 준비를 단단히 한다.어제 혼자 여행길을 떠나겠다고 아내한테 허락을 받아 놨다.박경리의 ‘토지’를 읽다가 비가 이틀 동안 내린다는 예보도 있고 해서 그만 주저앉았다.그런데 아내가 동해 바다가 보고 싶다고 한다. 오늘 새벽 빗속을 달려 동해바다를 가슴에 껴안는다.
두 시간쯤 달리니 강릉이 보이고 곧 이어 38선 휴게소다.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을 뽑아 홀짝거리며 푸른 동해바다를 응시한다.가슴이 탁 트이는 상쾌함을 느낀다.해마다 서 너 차례 동해바다를 구경하곤 했다.지난번에 들렸던 하조대가 오른쪽으로 보인다.핸들을 돌려 하조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계단을 올라 육각정 하조대에 오른다.
멀리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졌다.해변엔 기암절벽이 우뚝 솟아 그림같은 경치를 선사한다.안내판에는 조선 개국 공신 하륜과 조준이 이곳에서 만년을 보내며 지냈다는 설명문이 이어진다.하씨와 조씨 성을 한자씩 따서 ‘하조대’라 칭하였다고 쓰여 있다.노송이 어울려 아름다움은 극치를 이루고 있다.
차를 몰아 해안도로를 타고 양양으로 올라간다.오봉산 낙산사가 쉬어가라고 손짓을 한다.낙산사는 671년(신라 문무왕11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3대 관음기도도량중 하나로 알려져 잇다.양양군 강현면 전진리에 소재하고 있다.858년에 범일이 중건을 하였으나 6.25때 소실되었다.지금의 건물은 1953년에 다시 창건되었다.우리는 경내를 둘러보며 세조때 세웠다는 7층 석탑을 비롯 원통보전, 홍예문등을 보고 의상대에서 기념촬영을 한다.
관동팔경중 하나인 양양의 낙산사는 기암절벽과 바다가 절경을 이루고 있는 명승지중 명승지이다.관동팔경은 양양의 낙산사를 비롯하여 간성의 청간정, 강릉 경포대, 고성의 삼일포, 삼척의 죽서루, 울진의 망양정, 통천의 총석성 그리고 평해의 월송정이다.북한 쪽에 위치한 고성의 삼일포와 통천의 총석정만 구경하면 관동팔경은 다 관광한 셈인데 두 곳은 언제쯤이나 볼 수 있을까?
척산 온천에 들려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아내가 정성껏 만들어온 찰밥을 김치와 먹으니 꿀맛이다.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얘기는 이럴 때 쓰이는 말 같다.바라보이는 설악의 모습은 더욱 아름답구나.온천물에 몸을 담그니 선녀가 부럽지 않다.미시령 고갯길에 펼쳐진 울산바위 모습은 10년 전 보다 더욱 웅장하게 자랐다.
단풍든 산마루는 새 색시 볼처럼 울긋불긋 가을이라고 알려준다.사나이 마음도 가을이 돼 버린다.아내는 행복하다는 표정을 짓는다.나는 과연 남편노릇을 잘 하고 있는지 자신에게 물어보며 홍천, 양평을 지난다.저녁노을을 벗 삼아 귀경 길을 재촉한다. (2002.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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