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0 Km 터키 코우치투어 (터키 여행기 1)
# 서울의 폭염을 피해 지중해로 떠나던 날
2008.08.10 우리 부부는 금년 여름 마지막 농익어 가는 서울의 열대야를 피해 황금오리 부부와 함께 7박8일 일정으로 터키로 떠난다.이스탄불로 직접 들어가는 직항도 있지만 여행비를 아끼려고 러시아항공 SU600기를 타고 모스크바를 경유한다. 6시간이나 모스크바 세레메체보 (Sheremetyevo) 국제공항에서 웨이팅한후 다시 SU205편을 이용하여 이스탄불로 들어가는 길고도 지루한 경로를 택한다.지난 여름 동유럽 여행길에도 이렇게 모스크바를 경유하여 갔던 탓에 조금은 익숙한 길이기도 하다.
아내와 나는 해마다 방학이 되면 세계지도를 놓고 이곳 저곳을 뒤적인다. 올해 여름 방학엔 일찍 러시아 여행으로 정하고 극동지역과 바이칼 호수 그리고 모스크바를 둘러 보기로 하고 준비하고 있었다.그런데 황금오리 부부와 여행을 함께 하자고 의기 투합한 후 두 가족의 일정과 러시아 항공사에서 유류인상을 빌미로 터무니 없는 유류 할증료 부담을 요구해와 그 여행 프로그램이 취소되는 바람에 터키 일주 여행으로 그 행선지가 바뀌었다. 아내는 몇 해 전 친구들과 함께 지중해 여행을 다녀온 바 있다. 그 때 터키의 이스탄불도 둘러 보았다. 그래도 황금오리 부부와 함께 하는 여행이라 다시 한번 터키 여행을 하게 된 셈이다.
# 터키의 수도가 앙카라라고?
터키 하면 내 뇌리에 남아 있는 것은 6.25 한국전쟁 때 우릴 도와 주러 파병한 형제의 나라, 2002년 올림픽 때 축구 4강전에서 맞붙은 나라 그리고 오스만 제국의 찬란한 영광을 가졌던 나라이며 이스탄불이 너무 귀에 익어 수도가 앙카라가 아니고 이스탄불인줄 알고 있었던게 내가 아는 터키의 전부이다.중고등학교 때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오스만 제국이 가물가물 할 뿐, 더 이상의 기억이 없다.세월을 탓 해야 할지 내 기억력을 탓 해야 할지 아니면 내 무식을 탓 해야 할지 그저 난감하다.
여행 일주일 전 도서관에 가서 로데릭 대비슨이 쓴 <터키사 강의>와 이희철 교수가 쓴 <이스탄불> 그리고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쓴 <여행>이라는 세 권의 책을 뽑아 들고 와 단숨에 읽으며 그 찬란했던 오스만 제국의 역사에 빠져들었다.역시 역사는 돌고 돌았다.원래 튀르크족들은 중앙 아시아에서 거주했던 돌궐족으로 서쪽으로 이동하다가 아나톨리아 반도에 정착하여 오스만제국을 건설하게 된다.한 때는 아시아,유럽 및 아프리카의 광대한 대륙을 지배함으로써 찬란한 제국의 영광을 누렸던 나라다. 그러나 역사의 수레바퀴는 순환 원리에 따라 오스만제국은 쇠락하고 현재의 터키공화국만 남게 되었다.역사학자들은 화려했던 이스탄불의 쇠락이 십자군전쟁 때 콘스탄티노플이 점정당하던 날(1203)부터 시작되었다는 말에 이견을 달지 않는다.유스티아누스1세(483-565) 시대에 건립된 성소피아 성당의 웅장한 건축 예술을 기억하고 있는지 오늘의 이스탄불은 그저 역사 속에 화려했던 과거를 품은 채 역사 속에 녹아 있을 것이다.
이스탄불은 비잔틴 제국과 오스만 제국의 수도로서 1600년을 지내 왔던 역사의 고도로서 동서양이 만나는 곳이고 동서문화의 조화를 한꺼번에 섭렵할 수 있는 세계의 박물관 같은 도시이다.로마가 동로마와 서로마로 가지가 갈라져 비잔틴제국은 동로마인 셈인데 AD 330-1453년 간 이스탄불이 그 수도였다. 튀르크인들이 동로마를 멸망시키고 오스만제국을 건설하며 역시 이스탄불을 그 수도로써 1453-1923년까지 이어왔다. 6세기에 걸친 찬란했던 오스만제국이 무너지고 1923년 아타튀르크(무스타파 케말)대통령이 터키공화국을 선포한다.그리고 수도를 앙카라로 천도한다.그래서 이스탄불은 1600여년의 수도 임무를 앙카라에 이양한 셈이다.
현재의 터키는 면적이 779,452평방KM로서 한 반도의 3.5배, 영국과 프랑스를 합친 국토 면적을 갖고 있다. 면적의 97%가 아시아 지역인 아나톨리아 반도가 차지하고 3%가 유럽 지역인 트레이스 반도 쪽에 분포되어 있다. 그래서 터키의 보스포러스 해협은 유럽과 아시아의 두 세계가 만나고 두개의 바다(흑해와 마르마라해)를 열고 닫는다.
# 터키 여행 첫날-오! 찬란한 그 옛날의 오스만제국은 어디로 가고
러시아 항공을 타고 9시간을 비행해 모스크바 공항에서 다시 이스탄불행 러시아 항공으로 갈아타고 세시간 비행 끝에 늦은 밤에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에 내렸다.우리를 맞이하는 현지 가이드 김제이님이 꽁지머리에 안경을 끼고 턱 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한다.영락없는 짚시 모습이다.그러나 터프한 인상에서 자신감과 카리스마가 넘쳐 보인다.30여분을 달려 숙소에 든 시각은 새벽 3시가 다 된 시각이다.터키는 우리나라와 여섯 시간의 시차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 시각으론 오전 9시인 셈이다.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6시에 기상하여 아침 식사 전 까지 아내와 호텔을 빠져 나와 아침 산책 길에 아타튀르크 거리에 있는 수도교를 찾았다. 우린 패키지투어이기 때문에 공식 일정에 맞춰 행동하면서 짬을 내어 이곳 저곳을 휘젖고 다니는 습성이 있어 첫 날 부터 시내를 마구 쏘다니며 구경한다.
아타튀르크 거리에 걸쳐 있는 발렌스 수도교
-발렌스 황제가 4세기에 2층짜리 아치가 있는 이 수도교를 건축하였다.
물은 다리 위의 고랑을 타고 계곡을 넘어 지하저수조까지 도달한다.
지금은 이 아치 사이를 차들이 지나다닌다.
# 동서양이 만나는 곳, 보스포러스해협
우린 첫 공식 관광으로 보스포러스해협에서 유람선을 타고 동서양을 바라본다.보스포러스해협은 터키어로는 '황소의 나룻배'(Oxen-ferry)라는 뜻이다.그리스신화에서 헤라의 분노를 피해 도망치던 제우스의 연인, '이오'가 소로 변신해 이 해협을 헤엄쳐 건너갔다고 해서 이 이름이 유래되었다.이 보스포러스대교는 1973년에 개통되었으며 1,074m의 교각 길이에 5차선을 이루고 있는데 사람이 걸어서 건너지는 못한다.양편 기슭엔 해협을 사이에 두고 옛날 오스만제국 시절 슐탄들의 별장들이 박혀있고 보스포러스대교는 현수교로 하늘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지중해와 흑해가 만나고 유럽과 아시아가 이 보스포러스대교가 가른다 육상 실크로드의 끝이고 해상 실크로드의 시작점인 이곳 지중해는 아시아, 유럽 그리고 아프리카를 품고 있다.선상에서 유럽과 아시아 땅을 서로 번갈아 보며 바라보는 기분은 황홀하다.
사진작가 황금오리 부부의 촬영 모습(위,아래)---참고로 '황금오리'란 닉은 '얼굴이 예쁘고 돈도 잘 버는 아내를 둔 사람을 뜻하고, 반대로 돈도 못 벌면서 얼굴도 예쁘지 않은 아내를 둔 사람을 탐관오리라 한다나,ㅎㅎ
초생달과 샛별이 그려진 터키 국기는 심플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준다. 초생달과 샛별은 무슬램을 뜻한다고 가이드가 귀뜸해준다.그러고 보니 이슬람 국가들의 국기에 샛별과 초생달이 그려진 것이 생각난다.
아내는 슐탄들의 별장을 바라보며 상념에 젖어 있는데 나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묻지 않았다.나는 돈이 없어 별장을 장만할 수 없으므로
하늘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현수교가 아름답다.
# 오스만제국 슐탄들의 화려한 궁전, 톱카프궁전을 둘러보고
톱카프궁전은 메흐멧2세 시대인 1467년에 완공된 궁전으로 '대포의 문'이라는 뜻이다. 이 궁전의 이름은 보스포러스해협 쪽에 대포가 놓여져 있었던 것에서 유래한다.궁전 내부를 둘러보니 오스만제국의 화려했던 시절이 상상이 된다.로코코건축의 수작이 바로 이 건축물이 아닌가 싶다.오스만제국 슐탄들이 400여년 동안 거주했던 왕궁으로 4개의 정원이 있고 많은 보물들이 전시되어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었다.특히 제2정원엔 하렘이 있었는데 이곳은 금남의 집인 셈이다. 청화백자 등 도자기 전시실엔 아름답고 희귀한 도자기들이 즐비하게 전시되어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제3정원엔 보물관이 있는데 눈이 휘둥그러질 정도의 진귀한 슐탄들의 헌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다.톱카프궁전의 백미가 아닌가 싶다.다이아몬드,루비,에메랄드,진주 등 황금으로 이루어진 보물들이 즐비하다.86캐럿의 다이어몬드를 보는 행운도 가졌다.어부가 이 다이어몬드를 주어 스푼장수의 스푼 세개와 바꿨다고 하여 '스푼장수의 다이어몬드'라고도 불린다는 설명을 들었다.
왼쪽은 골든혼, 앞은 보스포러스해협의 물이 만나는 터키의 양수리(두물머리)를 배경으로-톱카프 궁전 회랑에서
궁전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목중목(나무 속에 나무가 자라는 나무)이 기이하여 한 컷 찍었다.
# 히타이트의 도시,앙카라
이스탄불에서 톱카프궁전을 둘러보고 450여km를 6시간쯤 달려 앙카라 Tourist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이스탄불에서 보스포러스대교를 건너자 아시아존이다.유럽존에서 아시아로 건너 온 셈이다.오는 길 내내 넓은 척박한 땅에서 나무 한 그루 보기가 쉽지 않았다.고속도로는 잘 닦여 있으나 버스는 속력을 내지 않는다.간혹 키 작은 해바라기 밭이 나타났으나 온통 민둥산과 허허 벌판 뿐이다.멀리 지평선이 아른하게 보이고 산 밑엔 두서너 가옥이 보일 뿐 척박한 땅임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긴 버스투어중 마이크를 잡은 가이드 김제이님은 구수한 입담으로 터키 역사며 문화 그리고 터키인들의 생활상을 구수하게 쏟아 놓는다.터키인은 우리 한국인과 비슷한 점이 몇 개 있었다. 애기를 등에 업고, 머리에 이고,목욕탕에서 때 밀고,음식에 고추가루 뿌려 먹고,커피를 배달시켜 먹는 등 우리네 생활상과 비슷한 점이 많다. 그래서 터키를 우리의 형제국이라고 하는지.나는 한국을 떠나 올 때 왜 하고 많은 한국전 참전국중에서 유독 터키만을 형제국이라고 하는지 의문을 가졌다. 그런데 터키에 와서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았다.그것은 다름아닌 위에 열거한 생활방식이 유사해서가 아니라,가이드 김제이님의 설명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에 의하면 터키의 역사 교과서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쓰여 있다고 한다. '우리 튀르크인들은 중앙 아시아에서 서쪽으로 이동하여 아나톨리아 반도에 정착했고,다른 한 형제국은 동쪽으로 가 한반도에 가서 정착했다.' 그러고 보니 드라마 '대조영'에서 대조영이 당나라와 싸울 때 튀르크족들과 연합하여 전쟁을 치르는 장면이 떠 올랐다.그래서 "아! 이래서 터키와 한국은 형제국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먼 길을 달려 앙카라 호텔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아내와 난 호텔문을 빠져나와 시내 길을 걷는다.정처없이 걸으며 기웃기웃 거리 구경도 하고 작은 시장 골목도 들어다본다.여기 사람들은 신호등을 무시하고 목숨을 건채 횡단보도를 넘나든다.처음엔 의아하게 생각하며 준법정신이 없구나 생각했지만 바로 뉴욕의 거리 생각이 떠 올랐다.뉴요커들도 터키인들과 마찬가지로 빨간 신호등에서도 달려 오는 차를 요리저리 피하며 길을 건넌다.보행자 우선주의(Pedestrian first)인 셈이다.
터키산 캔맥주 EFES를 사들고 호텔로 들어와 마시니 솔직히 우리나라 카스나 하이트 맥주보다 내 입맛에는 더 맞는다.체코 프라하에서 마신 체코맥주도 맛이 괜찮았는데 이보다도 더 맛있어 여행 내내 입에 달고 살았다. 다음날 아침 일찍 우린 한국공원에 들려 6.25때 전사한 참전용사탑 앞에 모여 묵념을 했다.회랑 둘레엔 770명의 전사자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대부분 1929~1930년생들이니 살아 있으면 79~80세의 멋진 노인들일 것이다. 방명록에 '한국전에 참전한 당신들의 숭고한 넋을 기립니다'라는 글을 남기고 아타튀르크 기념공원을 돌아 카파도키아로 길을 떠난다.
사실 앙카라는 히타이트 문명 유적을 갖고 있는 도시이다.히타이트 문명은 기원전 2,000-700사이에 존재했던 철기문명이다.그래서 이곳 앙카라에는 히타이트 박물관이 있다.이름이 아타튀르크 문명 박물관인데 이곳을 들려보고 싶은데 우리 프로그램에선 빠져 있어 서운했다.
아타튀르크 기념공원
가이드 김제이님
카파도키아 가는 길에 소금호수를 들려 잠시 쉬고
다시 길을 달려
거대한 지하도시 카이막클리를 구경하고
지하도시를 나와 지하도시풍의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 세계문화유산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낸 터키관광의 백미 - 카파도키아 파노라마
아내와 나는 카파도키아에서 자연이 빚어낸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지난 1월에 대만의 야류공원에 본 자연 조형물보다 어마어마하게 널리 분포되어 있는 모습에 넋을 잃을 정도로 감탄하며 눈을 즐긴다. 물형 모습의 바위, 낙타바위,괴르메 계곡에 산재해 있는 석굴 등 터키 관광의 백미라는 생각이 든다.물론 또 다른 백미 성 소피아성당이나 블로 모스크가 있지만.
돌아가는 길에 휴게소에서 먹어 본 '돈두루마'아이스크림 맛은 쫀득쫀득한게 맛이 좋다
위는 진짜 살아있는 낙타 / 아래는 자연이 빚은 낙타 물형
...
.
.
.
(2편에 계속)
'동유럽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3,800 Km 터키 코우치투어 (터키 여행기 2 ) (0) | 2008.08.20 |
---|---|
-3,800 Km 터키 코우치투어 (터키 여행기 3 ) (0) | 2008.08.20 |
-음악의 도시 비엔나---(7) (0) | 2007.08.05 |
-아름다운 부타페스트 다뉴브강의 야경---(6) (0) | 2007.08.05 |
-타트라 국립공원과 부다페스트 시내관광---(5) (0) | 2007.0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