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구름도 쉬어넘고 아내도 쉬어넘는 팔영산 팔봉 암릉 (고흥 팔영산)

천지현황1 2009. 5. 4. 18:32

-남도여행 1박2일 (고흥 팔영산) 

 

* 2009.05.02-05.03

 

 5월 2일(토)    06:00 APT 출발

                11:00 전남 벌교읍에서 중식 (맛조개정식)

                12:40 고흥군 점안면 강산리 - 팔영산 들머리 (산행시작)

                16:40 능가사 (하산완료)

                18:30 남해안으로 이동 - 소록도 일주 관광

                19:30 석식 (고흥 녹동항에서 회정식)

                21:00 숙소 도착  (휴식)


  5월 3일(일)    07:00 조식

                08:40 보성군 용추폭포에서 일림산 산행

                11:30 회령다원 하산 

                12:00 율포 해수녹차탕 목욕

                13:00 보성군에서 중식 (녹돈)

                15:25 화순 운주사 천불천탑 순례

                20:00 공주 토속식당 우렁된장 석식

                00:05 서울 도착

 

 

 첫날 팔영산 / 강산리주차장(12:32)-강산폭포-선녀봉-2봉~7봉-능가사(16:15)

 

 

구름도 쉬어넘고 아내도 쉬어넘는 팔영산 팔봉 암릉

 중국의 위왕이 어느날 세수대야에 비친 여덟 봉우리에 넋을 뺏긴다.신하들에게 중국땅에서 이 봉우리들을 찾게 했으나 찾지 못하고 조선의 남도 끝자락에서 이 산을 찾았다.왕이 몸소 이 산을 찾아와 제를 올리고 팔영산이라 이름지었다는 믿기지 않는 전설이 서려있는 곳이다.고흥군에서는 팔영산을 고흥10경중 제1경으로 꼽는다.팔영산(八影山)은 다도해를 바라보며 솟구친 봉우리가 장관이다. 스릴 넘치는 암릉 산행과 함께 다도해에 흩어진 섬들을 바라보며 아찔한 바위를 타고 오르는 맛이 백미이다.  

 

  주말에 비 예보가 있었으나 항상 여행의 설레임에 익숙해져 나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관심 밖이다.새벽6시에 서울을 출발한 버스는 다섯 시간을 달려 벌교 <거시기꼬막식당>에 산님들을 내려놓는다.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에 나오는 외서댁이 소설 밖으로 나와 꼬막식당을 냈는지 <외서댁 꼬막식당>간판도 보인다.우린 거시기꼬막식당에서 맛조개정식에 거나하게 쏘맥 반주까지 곁들여 남도의 맛을 즐겼다.구운 맛조개 맛도 일품이지만 맛조개회무침도 반주로 들기에는 입맛이 사르르 돈다.불콰해진 얼굴로 팔영의 여덟 봉우리를 만나자니 좀 미안한 마음도 든다.점심을 마치고 차를 탑승해 고흥반도로 향한다.남도의 들녁은 푸르다.청보리밭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올망졸망 낮은 산들이 도열해 있다.일행은 강산리 주차장에서 오늘 산행의 들머리로 삼는다. 

 

 

  들머리를 들어선지 얼마되지 않아 폭포를 만난다.강산폭포에 도착해 오줌줄기마냥 가느다란 폭포 물줄기를 받아 목을 추긴다.

 

 

  산을 오르며 항상 뒤돌아보는 습관에 익숙해져 있다.아니나 다를까.노송도 아닌 것이 노송인 채 다도해를 바라보며 해풍을 맞고 있다.어린 송순이 앙증맞은 모습으로 커 가고 있다.점점이 떠 있는 바다의 섬들에게 인고의 세월을 가르쳐주려는 듯.

 

 

 

  언제부터인지 딱 찝어 말 할 수 없지만 아내도 이젠 제법 암릉타기를 즐겨한다.네발로 기는 모습을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하다.처음에는 무서워 안절부절하던 모습은 간데 없고 몇 년 전 부터는 과감하게 밧줄을 잡는 모습에 안심을 한지 오래되니 내 걱정이 좀 덜하다.암릉 산행에 겁 먹던 시절에는 아래서 바짝 뒤 따라 오르며 육중한 몸을 바쳐 주던 힘 들던 시절이 있었다.그러나 요즘은 암릉 탈 때 그녀의 스틱 두 개만 받아 주는 것으로 내 임무가 끝이니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다만 나는 4개의 스틱을 한 손에 움켜쥔 채 한 손으로 아슬아슬하게 암릉을 올라야 하는 위험은 있지만.그래도 그녀 걱정을 붙들어 매는 것만으로도 암릉타기는 가볍다.

 

 

 

 

 

  뒤따라 오는 그녀를 바라볼 때 덤으로 얻는 것은 다도해 풍경이다.눈 앞에 펼쳐지는 다도해 풍광이 아름답다.오르다 뒤돌아보고 또 뒤돌아보고.비는 오지 않아 다행이지만 날씨가 흐려 조망이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스라하게 보이는 다도해 풍경은 그림같다.우린 단체 산행을 하지만 떠들썩한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아 일행을 이탈하여 아내와 뒤쳐지거나 앞장서는 버릇이 배어있다.오늘은 앞장 서서 산을 오른다.가끔 뒤돌아보면 건너편 아래 암릉에 산님들이 붙어 있다.  

 

 

 

 

 

  놀망 쉴망 오르다보니 김ㅇㅇ회원님 부부가 따라 붙는다.이 분들도 산행 경력이 오래되어 자주 선발팀에 오르시는 분들이다.이 분들 역시 같이 산행하면서 보면 부부사랑 산행거리 5m안팎을 지키시는 분들이다.묵언하며 산행하는 모습을 많이 보아 온 터에 우리 부부와 비슷한 스타일의 산행을 하시는 분들로 방해하고 싶지 않아 빠른 걸음으로 앞선다.

 

 

 

 

 암릉타니라고 얼굴이 붉은지,반주 탓에 불콰한지 아리송하다.

 

 

  그래도 한 참 가다 뒤 돌아다 보면 부부가 환한 미소로 응수하신다.그럴 때면 디카로 한 컷 잡고 다시 길을 오른다.

 

 

 

 

 

 

 20여m 되는 암릉 하산 길을 어떻게 내리나 쳐다본다.훈수를 할까 말까하다가 이내 입을 닫는다.

 

 

 

 팔영봉 아래 도착하니 팔영봉 안내판이 서 있다.제1봉우리 부터 각기 이름들이 다 붙여 있다.유영봉,성주봉,생황봉,사자봉,오로봉,두류봉,칠성봉,적취봉 그리고 그 뒤로 깃대봉이다.이 봉우리들을 차례대로 하나씩 넘는 맛이 꽤 스릴이 있을 것 같다.작지만 암봉들이 당차다.오르기 힘든 곳엔 쇠줄이 곳곳에 있어 초보자도 조금만 주의하면 오를 수 있게 배려해 놓아 최고의 암릉산행지이다.

 

 

 

  바위가 다도해를 바라보며 선정에 들었다.방해 할 까봐 한 컷 찍고 살짝 길을 비켜선다.

 

 

 

  오르고 내리고 재미있다.그녀도 재미있다고 동의한다.

 

 

 

 

  지나 온 길을 돌아보니 산님들이 암릉을 내린다.

 

 

 

  거대한 암릉에 쇠줄 길을 내 안전을 확보해 놓은 배려가 고맙다.

 

 

 

 

 이 암릉들도 두류봉을 향하여 힘차게 오르고 있다.산님들도 오르고 바위산도 정상을 향하여 오른다.앞 서 가는 바위는 부부바위 중 아내일거야.아니 아들바위인지도 몰라.'영차,힘내요.정상이 바로 저기야'

 

 

 

 

 

 암릉을 내리는데는 이처럼 위험한 곳도 있다.그래도 그녀는 겁이 없다.뒤 돌아보면 웃는 모습이니 겁이 안난다는 표정이겠지.

 

 

 칠봉가는 길엔 통천문이 있다.윗 덮개바위의 경사각이 심해 밀려 날 듯 보인다.잠시 걸음을 멈추고 흔들어보니 끄덕도 없다.그래 통천문을 만들어 놓을 때 어련이 단단하게 설계했으리라고. 

 

 

 

 

 

 

 

 

 칠봉에서 다시 6봉 안부로 길을 내려 능가사로 하산한다.연초록 세상은 평화롭고 오늘은 부처님 오신날인데도 남도의 절 능가사는 한적하기만 하다.고즈넉한 절집 풍경은 부처님 오신 날인데도 쓸쓸하다.요즘 경기 침체로 불자들의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않은 탓일까.경기침체로 생계형절도가 많다고 하던데 며칠 전에는 전임 대통령 가족들의 비리가 세인들의 입에 오르 내릴 때 전임 대통령의 측근이란자 하는 소리에도 '생계형...' 어쩌구 저쩌구 하는 발언이 신문에 실렸던데,그는 세상을 몰라도 정말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생계형범죄'란 빅톨 위고가 쓴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주인공 '장발장'이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쳤다가 19년인가 몇 년인가 감옥간 일이 있는데 그런 것을 일컬어 '생계형범죄'라고 하는 것이 아닐런지.도덕적 불감증이 너무 심한자들이 판치는 세상은 좋은 세상이 아니다.우리처럼 생계형등산을 해 보라.그 속에 세상을 보는 답이 있을 것이다. 

 

 오늘은 남도 끝자락에 팔봉 암릉을 거느린 채 늠름한 모습으로 서 있는 팔영산을 만났다는 즐거움으로 기억에 남는 하루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