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산태극 수태극 (정선 나팔봉)

천지현황1 2009. 5. 25. 06:47

 -산태극 수태극 (정선 나팔봉)

 

* 2009.05.24 / 광하파출소(10:14)-490봉-나팔봉-귤암리 잠수교(14:00) ---  약 8km / 3시간46분

 

                                            

 

  

 나팔봉은 동강 절경 산행지로 병풍 절벽으로 연이어진 암릉 곳곳에서 짙푸른 동강 물줄기가 몸을 드러내 보인다. 들머리 광석교 아래에서 조양강이 드디어 동강이란 이름을 달고 수태극을 이루며 굽이쳐 구절양장을 이룬다. 상봉은 또한 해발 693.4m란 만만찮은 높이로 불끈 솟아 그 위용을 자랑한다.

 

 나팔봉의 모산은 가리왕산(1,560m)을 동쪽으로 분가시키는 위치에 있는 주왕산(1,376m)이다. 주왕산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산릉은 벽파령에서 숨을 돌린 다음, 청옥산(1,256m)을 빚어 놓고는 두 갈래로 능선을 나뉜다. 청옥산에서 남서쪽으로 달아나는 능선 한줄기는 멧둔재를 거쳐 삼방산(980m) 방면으로 이어지고,청옥산에서 남동으로 이어지는 다른 한 능선은 비행기재에 이르러 계속 백운산 방면으로 세력을 확산해 나간다. 비행기재에서 북동쪽으로 가지를 쳐서 달아나는 능선이 있는데 이 능선이 약 3km 거리인 722m봉에서 남동으로 방향을 튼 다음, 양치고개를 지나면서 동강에 가로막혀 더 나가지 못하고 마지막으로 빚어 놓은 산이 나팔봉이다.작년 말에 정선군에서 등로 정돈을 해 놓아 산님들이 많이 찾지 않던 산태극 수태극의 아름다운 산이다.정선군에서 마련한 안내도에는 나팔봉을 모두 '수리봉'이라 칭하고 있다.산 모양이 삿갓 같다고 해 삿갓봉이라고도 한다. 

 

 진부IC에서 정선으로 가는 꼬부랑 산길은 버스 기사님에게는 꼬불꼬불 신경을 써야 하는 길이지만 탑승객에게는 그야말로 운치있는 절경길이다.가깝고 먼 산 허리에 휘감은 구름 안개가 산 능선을 타고 오르는 모습은 천상으로 오르는 이무기가 숨어 있는 듯 그렇게 황홀경이다.내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이브 코스 중 하나이기도 하다.젊은 날 얼마나 자주 이 길을 즐겼는지 눈을 감고도 그 때 그추억을 반추해 내는 또 다른 즐거움이 나에겐 있다.조양강따라 드라이브하던 날도 생각이 나고 정선 동광식당에서 황기족발에 콧등치기 메밀국수 먹던 추억도 떠 오른다.정선 장날 시골 장터에서 쪼그리고 앉아 막국수 사먹던 기억은 장터를 지나면서 떠 올랐다.동박골식당의 곤드레비빔밥은 또 얼마나 입맛을 돋구었는지.

 

 꼬부랑길을 돌아 산 들머리에 도착하자 동강이 검푸른 빛을 하고 광하교를 막 지난다.들머리 광하파출소를 지나 마을입구로 들어선다.시멘트포장 아랫길을 들어서야 하는데 윗길을 가고 있으니 다시 회귀해서 아랫길로 내려 설 때는 산님들 반이 넘는 숫자가 산행대장을 따르지 않고 멋대로 지름길 능선으로 달라 붙는다.'허~,이래서야 산행대장의 체면이 서겠는가'.그들은 오늘 산행의 진수를 맛 볼 수 없을 것이다.동강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나팔봉의 경관을 그들은 놓칠 것이다.

 

 작년 말에 등로를 정비했다고는 하나,산행 초입 들머리는 정리되지 않아 들머리 찾기가 여간 쉽지 않다.흐릿한 산길을 찾아 들머리로 삼는다.아직 산객들이 많이 찾지 않는 오염되지 않은 산이라 산 길 조차 희미하다.능선에 달라 붙을 즈음에야 뚜렷한 등로가 나타난다.

 

산태극수태극 정선 나팔봉 

 

 나팔봉 능선에서 바라보는 산 모양은 마치 한 폭의 그림이다.강가 마을은 동화 속 마을 같고 동강은 휘감아 흐르는데 산 그르매를 물 속으로 잡아 넣는다.전망대 가는 길도 흐릿하고 손 질을 해 놓지 않아 봉하마을 부엉이 바위 생각이 절로 난다.한 발 잘못 드디면 직벽 아래 동강으로 바로 떨어질 기세다.최선배님과 흔적을 남기고 선발대를 좇아 발걸음을 재촉한다.조용한 능선길 오르내림이 8부 능선까지 이어진다.나팔봉 바로 아래에 다달으니 7~800여 계단길이 기다리고 있다.이 길을 정선군에서 작년 말에 정비해 놓은 모양이다.잠시 쉬며 최선배님이 건네 주는 막걸리 한 잔이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다.정상에 오르니 선발대는 숲 속에서 먼저 식사 중이다.

 

 멀리 북쪽으로 가리왕산,청옥산 줄기가 동쪽으론 정선의 상정바위산 줄기가 시야에 흐릿한 모습으로 나타난다.정상엔 산불감시초소에 감시인이 망루에 앉아 인사를 나눈다.귤암리로 내리는 길은 가파르다.비 온 뒤 끝이라 그런지 산 길이 미끄럽다.이곳도 계단으로 정비했으면 좋으련만 예산 탓인지 정비하지 않아 몇 분의 산님은 엉덩방아를 찧었는지 하산 후 엉덩이에 진흙이 묻어 있는 산님이 몇 분이나 있다.동강 푸른물에 어린 나팔봉의 산 빛이 싱그럽다.산태극수태극 나팔봉은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다시 한번 찾고 싶은 조용한 산이었다.   

 

 하산 후 미탄면 소재 목욕탕에서 땀을 씼고, 평창읍 노람뜰 5,000여 평에 전시되어 있는 '평창바위공원'을 관람하고 귀경해서 뒤풀이는 풍원에서 해물찜을 안주로 한 잔하며 하루 일정을 접었다.

 * 포토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