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E.H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끈임없는 대화" 라고 했다.이것은 카의 생각을 압축해서 잘 설명해준 문장이다.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과거의 사실을 반추하여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고, 보다 진보적이고 발전적인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과거와 현재 및 미래는 시간적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연속적인 과정 중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는것이 카의 주장이다.나도 그의 생각에 동의한다.
인간이 거쳐온 모습이나 인간의 행위로 일어난 사실이나 그 사실에 대한 기록을 우리는 역사라 말한다.그래서 역사는 과거의 사실이지만 미래를 통찰할 수 있는 교훈을 주기도 한다.한 달여 동안 타임머신을 타고 기원전 753년 부터 6세기까지 신나는 지중해여행을 하느라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냈다.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역사평설 <로마인 이야기>는 저자가 로마역사의 발자취를 찾아 발로 뛰고 관련 역사서들을 읽고 저자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로마제국의 역사를 얽고 평설한 책이다.1992년 첫 권을 발간한 이래 1년에 한 권씩 2006년 마지막 15권을 발간하기까지 무려 15년에 걸쳐 집필한 로마제국의 흥망성쇠를 지배자 중심으로 평설한 대하 평설서이다.그녀의 저술 노력에 놀랐고 후세인들에게 로마사의 교훈을 조명하려는 집념에 경의를 표한다.
역사 대하소설,중국의 <삼국지>,일본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그리고 우리나라 이인화의 <한국사 이야기>는 재미뿐만 아니라 역사를 통해 통찰력을 우리에게 선물한다.이들은 모두 그 당시의 역사를 담아내는 대하작들이다.이 저작물들을 읽고 역사의 교훈이나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수확은 없을 것이다.여기에 <로마인 이야기> 또한 위 범주에 넣기에 부족함이 없다.
로마인 이야기는 기원전 753년 알바롱가왕의 딸과 군신 마르스 사이에 태어난 로물루스와 레무스 쌍둥이가 늑대의 도움으로 살아났다는 로마 건국 신화로 부터 시작한다.로마가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한 뒤 해외진출을 꾀한 로마는 지중해의 제해권과 교역권을 장악하고 있던 페니키아인의 식민지 카르타고와 한 판 전쟁을 붙는다.이것이 그 유명한 제1차 포에니전쟁이다.에스파냐의 젊은 총독 한니발 장군이 등장하여 로마의 스키피오와 카토 등과 제2차 포에니전쟁을 해 로마는 카르타고를 정복하고 마케도니아와 시리아 등을 굴복시키고 드디어 지중해의 강자로 나서면서 로마제국의 역사는 시작된다.
나는 한 달동안 역사적 인물들을 두루 만났다.율리시즈 카이자르, 아우구스투스(옥타비아누스),안토니우스와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네로황제,<명상록>을 썼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하이드루스누스 황제,로마에 기독교를 처음 공인했던 콘스탄티누스 황제,철학자 키케로까지 로마인들과 그 제국인들을 두루 만났다.
특히 로마제국 건국후 왕정이 시작되면서 카이자르가 신조로 삼은 통치기술은 지배자와 피지배자 개념보다는 로마제국을 유지하는 하나의 큰 흐름 가치는 '공존공영'이었다.그러나 로마제국은 '팍스 로마나'를 부르짖고 있지만 로마의 황제들 중 자연사한 인물보다는 자살 및 살해 등 비명에 간 황제들이 훨씬 더 많다.공존공영의 기치는 피지배자와 지배자의 공생일 뿐,권력의 핵심인 황제의 삶은 공존공영이라기 보다는 투쟁의 역사이기도 하다.역사의 영고성쇠는 자연적 순환 진리라고 본다.로마제국의 후반기 테오데시우스 황제가 AD 395년에 죽으면서 두 아들에게 로마제국을 동로마제국과 서로마제국으로 분할해 주면서 로마제국은 패망의 길을 걷는다.서고트족의 로마겁탈과 반달족의 겁탈 그리고 기독교인들과의 기세 싸움 등이 결국 로마제국으로 하여금 파멸의 길로 걷게된다.역사는 멈추지 않고 돌고돈다.흥망성쇠로 돈다.유능한 통치자 한 사람이 절실하게 요청되는 시절의 후반기 로마제국엔 왜 그런 인물이 나타나지 않고 로마제국은 스러져 갔을까? 그것도 역사의 한 흐름이었을까.
작년 여름 터키를 여행하며 성 바울 사도의 순례길을 따라 3,800km를 코우치투어하며 가던 길에 에페소스에서 그 찬란했던 로마의 유적들을 돌아보았을 때의 감동이 새롭다.비잔티움(이스탄불)의 성 소피아성당도 6세기에 로마인이 건립했던 찬란한 문화유적이 아니던가.로마의 수 많은 황제들이 동서양을 가르는 보스포러스해협을 얼마나 자주 건넜던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그 시절의 로마제국을 상상력을 동원하여 복구해 낸 로마 역사 평설이기 전에 그 당시 로마사회의 문화유적,로마의 인프라시설,로마의 법률 등,사회 전반에 대한 이해를 우리에게 선사하는 재미있고 유혹적인 저작물이다.나는 한 달여 동안 2000여년 전의 지중해여행을 하느라고 얼마나 즐거웠는지 이 지면을 빌어 저자에게 감사를 드린다.언제 한번 시칠리섬에 가서 푸른 지중해를 바라보며 그 때 그 시절을 다시 한번 회상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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