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구불구불 배후령돌아 해산령 가는 길 (화천 해산)

천지현황1 2009. 7. 6. 15:22

-구불구불 배후령돌아 해산령 가는 길 (화천 해산)

 

* 2009.07.05 / 해산령쉼터(10:05)-해산-해산주봉-비수구미마을-국도(16:30)

 

 

 화천의 해산(日山,1194m)은 강원도 북단의 숨은 산이다.해산령을 오르는 버스는 가쁜 숨을 토하며 굽이굽이 산길을 돈다.해발600m의 배후령을 넘으면서도 버스는 고된 숨을 내지르며 산 굽이를 돌았다.마치 내가 된비알을 오르는 양 숨이 가쁘다.북녘을 향한 버스가 오음리를 지나고 옥수수밭 사이로 난 국도를 달리다 군부대를 만나고,구만리뱃터를 지나 평화의 댐 방향 구민교를 지나면서 강원도 오지마을이 동화속 마을처럼 앉아 있는 그림이 차창가에 어릴 때는 한적한 시골풍경이 정겹게 다가온다.이런 곳에서도 몇 날 살고 싶은 마음이 솟는다.

 

 오늘 산행대장인 이대장이 젊은 날 이곳 해산 부근에서 군생활을 했단다.그래서 접근하기 어려운 이 산을 기획했노라고 멘트한다.해산 정상에서 날머리로 내리는 비수구미 계곡의 청정미를 강조하다 지뢰 이야기로 겁을 주기도 한다.민간인들이 다니지 않는 산길인 셈이다.아마 정글 숲 미답의 길을 오늘도 헤치며 동물들의 이동통로나 약초꾼들이나 다녔던 그 길을 내려야 할 것 같다. 

 

 이 산의 북쪽에는 평화의 댐이 자리하고 동쪽으론 파로호가 자리하고 있다.나는 몇 년 전에 한 친구의 초대를 받아 이미 한번 다녀간 곳이기도 하다.파로호변의 어죽집에서 어죽 맛을 본 기억이 희미하게 떠 올랐다.그리고 비목공원에서 잠시 초겨울 바람을 즐기던 생각도 났다.

 

 해산령쉼터에 내린 후 민간인 출입금지란 팻말이 길을 막는다.군부대 지역이라 민간인 통제지역인 모양이다.희미한 족적을 따라 한시간 반만에 해산 정상에 올랐다.인적이 드문 곳이기에 갈대며 잡풀이 사람 키를 넘는 숲 길이다.작은 정상에 서서 사방으로 펼쳐지는 산군을 바라본다.첩첩이 포갠 산 줄기가 시야에 들어온다.아마 북쪽 끝의 산이라 북녘을 바라보는 분단의 마음 또한 편치가 않다.일행은 세 군으로 나뉘었다.정상에서 원점회귀하는 무리와 해산주봉에서 동촌리방향으로 파로호로 내리는 팀과 나처럼 길 없는 비수구미로 내리는 팀으로 삼분되었다.

 

 해산 정상에서 꼬박 세시간을 내려 비수구미마을로 하산한다.내리는 길이 해산주봉에서 부터 능선 길을 타는데 약초꾼이나 지난 흔적만 있을 뿐 길 흔적이 희미하다.미끄러지고 가시에 살갗을 긁히며 길을 찾는다.비수구미마을에서 농선을 타고 평화의 댐으로 이동하려던 계획을 바꿔 우리는 댐 갓길을 한시간 이상이나 지루하게 걷고 난 후에야 국도변에 다다른다.결국 하산 길이 네시간이나 걸린 셈이다.파로호로 하산한 일행을 태우기 위해 다시 꼬불꼬불 산길을 한 시간 가량 돌아 그들과 합류하여 춘천 소양강 입구까지 가서 춘천 닭갈비로 뒤풀이를 하고 늦은 상경 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