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동전을 붙이는 자와 떼는 자 (대구 팔공산)

천지현황1 2010. 1. 11. 15:48

-동전을 붙이는 자와 떼는 자 (대구 팔공산)

 

* 2010.01.10 / 갓바위주차장(10:55)-관봉 갓바위-인봉 아래-갓바위 갈림길-주차장(13:00)

 

 

  팔공산하면 제일 먼저 떠오른게 갓바위다. 입시철이 되면 전국에서 학부모들이 모여든다. 자식 사랑때문일 것이다. 갓바위부처님에게 소원을 빌면 기도 효험이 있다고 회자된다. 무병 장수, 건강 기원, 합격 등 가지 가지 소원은 많을 것이다. 불교 신자도 아니면서 아내도 무슨 소원을 빌어보고 싶은건지 갓바위 부처님을 한번 알현하고 싶어했다. 하여 아내도 즐거운 마음으로 동행한다.

 

 산행 기획을 하면서 좀 무리를 하면서도 A코스는 43년만에 개방된 비로봉과 갓바위까지 두마리 토끼를 잡도록 하고 B코스는 헐렁하게 갓바위코스만 다녀오도록 기획했다. 처음에는 아내와 별도로 A코스를 할려다 이내 마음을 바꾼다. 연로하신 회원님들의 안전과 무리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 갓바위만 가볍게 다녀오기로 하고 비로봉을 가는 회원님들에게 예정된 시간안에 산행을 마칠 것을 당부하며 수태골에서 올려 보낸 뒤 우린 갓바위지구로 향한다. 요즘 서울은 추운데 이곳 대구는 봄날이다. 갓바위 부처님을 뵙기 위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한 시간여 만에 관봉에 오르니 향내가 진동하며 기도하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갓바위 부처님은 미소도 머금지 않으신채 중생을 내려다보신다. 인상은 조금 굳은 채 엄격한 생김새다. 기억으론 석굴암 부처님과 좀 닮은 듯한 인상이다. 인파에 섞여 어디에서 아내는 소원을 빌고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왜 이다지도 무덤덤한지? 나 자신도 모르겠다. 아무 감흥도 일어나지 않고 마음의 소원도 이 순간 일어나지 않는다. 오~! 나는 불쌍한 인간인가? 불공은 언제 어디서나 항상 경외심을 놓치말고 청정한 마음으로 임하는 '진리불공'과 '실지불공'이 있다. 이곳 갓바위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의 예가 '진리불공'일 것이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경계를 만날 때마다 실제로 하는 '당처불공'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인파 속에서 아내를 찾다가 부처님이 좌정하신 바위 아래 벽에서 묘한 광경을 목도하고 말았다. 한 켠에서 동전을 바위벽에 붙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바로 옆에선 그 동전을 떼어 내 수거하는 사람이 있었다. 참 묘한 광경이다. 동전을 붙이는 자와 떼는자의 마음은 하나일까?,둘일까?  나는 언제쯤 철이 들어 그 들 모두 하나로 보일꺼나. 산을 내리면서 나는 사량계교심을 발동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