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꽃님이가 눈에 밟히던 날 (가평 불기산-청우산)

천지현황1 2010. 1. 17. 19:32

-꽃님이가 눈에 밟히던 날 (가평 불기산-청우산)

 

* 2010.01.17 / 포화촌마을입구(08:00)-불기산-수리봉-청우산-버틀습말(13:55)    약15km / 5시간55분

 

 가평에는 올망졸망한 산들이 많다. 오늘 산행한 불기산-청우산은 작지만 능선이 연계되어 있어 능선길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경기도 가평군 상면 덕현리와 외서면 하천리 경계를 이루는 청우산(619m)은 북쪽 멀리 명지산(1,267m)에서 남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능선 거의 끝머리에 위치하고 있다. 요즘 내린 눈으로 능선 길엔 인적이 지난 흔적이 없이 가끔 짐승 발자국만 어지럽게 왔다갔다 한 흔적만 남아 있었다. 스패츠를 한 산님이 러셀을 하고 일행은 뒤를 따른다. 능선 길 곳곳엔 20~30cm의 눈이 쌓여 있고 내림길도 급경사인 곳이 여러 곳 있어 두 번이나 미끌어지기도 했다. 이곳 눈은 뭉쳐지지도 않고 그저 설탕가루처럼 분말같다. 매서운 한파탓일게다.

 

 산행들머리를 들어서자마자 아내의 배낭에선 요란스런 휴대폰 벨소리가 정적을 깬다. 딸 아이의 볼멘 음성이 아내의 얼굴에 근심을 그린다. 3일 전 딸아이가 출산을 했다. 오늘은 집으로 퇴원하는 날인데 옆동네 사는 동생네 가족한테 부탁하고 뒷바라지를 나 몰라라 한 채 산행에 나섰다. 조금은 마음이 무겁던 차에  전화를 받은 것이다. 간 밤에 한 숨도 자지 못해 힘들다는 하소연이다. 산행내내 무거운 마음으로 눈길을 걸었다. 귀여운 손녀, 꽃님이의 얼굴이 간혹 스쳐 지나간다. 배 고파 젖 달라고 우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뒤 돌아보니 아내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한 채 눈 길을 끙끙대며 힘겹게 오르고 있다.  

 

 

 

 

 (ㅈㅎㅅ님 촬영)

 

 

 

 

 

 

 

 

(ㅈㅎㅅ님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