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한강기맥 제2구간 (양평 소구니산)

천지현황1 2010. 1. 31. 19:11

-한강기맥 제2구간 (양평 소구니산)

 

* 2010.01.31 / 증동리(08:55)-된고개-옥산-농다치고개-소구니산-유명산-배너미고개-설매재 자연휴양림(14:40)  16km/ 5시간45분

 

 

 한강기맥 제2구간길은 증동리에서 시작해서 옥산, 소구니산,유명산을 거쳐 배너미고개에서 설매재로 하산하는 길은 대략 16km쯤 되는 거리다. 날씨는 춥지 않으나 잔뜩 흐린 날씨에 안개가 끼어 사위가 흐릿하다. 조망은 포기하고 그저 묵묵히 긴 산 능선길을 걷기로 마음 잡고 발걸음을 뗀다. 산길은 인생길을 닮았다. 오르고 내리고 힘들고 편안하고 세상만사가 다 그렇듯 산길 또한 그렇다. 된고개는 오를 때 힘이 들어 된고개라  이름하였는가. 말머리봉을 지나면서 갑자기 오래 전에 읽었던 그림형제가 쓴 <인생의 시간> 동화생각이 떠 올랐다.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당나귀,강아지, 원숭이와 인간이  창조주 하느님 앞에 서서 수명을 묻는다. "주님, 전 얼마나 살아야 합니까?"  그러자 하느님은 세 짐승과 인간에게 공평하게 공히 "30년을 살아라"라고 대답한다. 나귀가 간청한다. "그건 너무 긴 시간입니다. 제 삶을 좀 생각해 주십시요. 하루 종일 무거운 짐을 지고 날라야 합니다. 그래도 돌아오는 것은 인간들의 채찍질과 발길질 뿐입니다. 제 삶의 햇수를 감해 주시지요."  하느님은 이를 불쌍하게 여겨 나귀의 30년 삶에서 18년을 감해준다. 이번엔 강아지가 항변한다 . "저도 수명 좀 감해 주시지요?" "그래 넌 30년 삶에서 12년을 감해주마." 원숭이 또한 30년은 너무 길다고 하니 원숭이에게는 10년을 감해준다. 마지막으로 인간에게도 30년의 수명을 제시한다. 그러자 인간은 "겨우 30년은 인생을 즐기기에 너무 짧습니다. 시간을 더 주세요." 그러자 하느님은 "그래? 나귀의 18년, 강아지의 12년, 원숭이의 10년을 보태 30년 보다 두 배 보다 더 많은 70년을 가져라." 

 

 인간의 첫 수명 30년은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간다. 당나귀에서 얻은 18년은 인간에게 하나 둘 짐이 부과된다. 강아지에게서 얻은 12년은 치아도 망가지고 원숭이에서 얻은 10년은 인간의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시기가 된다. 인간의 욕심이 빚어낸 인과응보인 셈이다.  한강기맥 길을 걸으면서 갑자기 인생의 시간 동화가 생각난 까닭이 무엇일까? 나귀의 짐도 져 봤고 강아지의 12년 삶을 덤으로 살다보니 내 치아도 망가졌고 이젠 정신만 오락가락할 시간만 남았는가? '아니야 그래선 안돼.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인생을 몰입하며 살아야지' 이런 저런 상념들이 안개 속에 퍼져 갈 때 몸은 유명산 정상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