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의 실미도는 어디에 (무의도 호룡곡산)
* 2010.04.18 / 큰무리선착장(08:50)-국사봉-호룡곡산-하나개해수욕장-번영횟집(중식)-실미도-큰무리마을-선착장(15:30)
<실미도>는 1968년 창설된 ‘실미도 684부대’에 관한 영화 상영지'로 세인의 관심을 끌었던 작은 섬이다. 이름도 존재도 없이 스러져 간 684 북파부대원들의 고된 삶이 머릿 속을 스친다. 두 해 전 호룡곡산을 다녀 간 적이 있다. 당시 국사봉에서 바라 본 실미도는 오늘도 우울한 역사의 뒤안길을 품은 채 바다 속 작은 섬으로 덩그렇게 떠 있다. 그러나 바다가 갈라지는 시간 때여서 서서이 갯벌 밖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잠전도 선착장에서 배를 탄다. 갈매기 쇼를 보는 동안 벌써 배 안내 방송은 하선하라고 한다. 배에 승선한 지 아마 채 5분이나 흘렀을까. 일행과 떨어져 섬 일주를 달구지 끌고가는 늙은 소처럼 걷고 싶었다. 그러나 처음 의도와는 달리 나도 모르게 불편한 무릎을 곧추 세우며 무의도 호룡곡산 트레킹에 나선다. 솔가리가 질펀하게 내려 앉은 소나무 길은 발걸음이 가볍다. 가끔 전망대에서 먼 바다를 바라보지만 흐린 날씨 탓에 시야가 흐릿하다.
정상을 내려 환상의 길을 걷는다. 마치 지리산 둘레길의 빨지산 루트같다. 그러나 이 길은 바다 해안을 끼고 난 소로다. 이젠 높은 등정 길보다 이런 둘레길이 좋다. 그저 아무 생각없이 소처럼 느리게 걷는다. 다리 아픔도 잊은 채 걷는 무념무상의 길이다. 하나개 해수욕장이 나올 때 까지 이 둘레길은 해안을 끼고 산을 도는 길이다.
삼삼오오 떼지어 음식점에 도착한다. 일행들은 생선회에 곁들인 소주 한 잔으로 얼큰하다. 일행 중 반은 술독에 빠진다. 나머지 반은 불콰해진 얼굴들을 한 채 하나 둘씩 자리를 털고 일어나 실미도로 향한다. 해안 너덜 바위 길은 육체적으론 힘이 드나 마음은 이미 천국이다. 돌고 돌아 도착한 실미도엔 텅 빈 갯벌에서 바지락 줍는 여인들이 쪼그리고 있을 뿐 더 이상 영화 속의 실미도는 없다. "살아서 귀환하라"던 지상명령을 뒤로하고 끝내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 온 천안함 희생 장병들을 위로하듯 서해 바다바람만 살랑댄다.
잠전도 선착장에서 무의도행 무릉1호 승선
큰무리선착장에서 당산을 거쳐 국사봉 오름길
국사봉 가는 능선에서 하나개해수욕장 조망
호룡곡산 정상
하산길에 만난 부처바위
환상의 길
하나개해수욕장에서 실미도 가는 길
실미도 앞
썰물 때를 기해 실미도 건너가는 징검돌
'숲 속의 단상(斷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국토가 어디메뇨? (경주남산 금오봉) (0) | 2010.05.10 |
---|---|
-입산통제 백두대간길 (문경 장성봉-애기암봉) (0) | 2010.04.25 |
-갇힌 마음이 바람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 (봉화 청량산) (0) | 2010.04.12 |
-"불 들어갑니다" (가야산 남산제일봉) (0) | 2010.03.15 |
-2010 오륜산악회 시산제 (남한산성 장군대) (0) | 2010.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