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산통제 백두대간길 (문경 장성봉-애기암봉)
* 2010.04.25 / 버리미기재(09:20)-옻나무골-애기암봉-장성봉-임도삼거리(14:00)
오늘은 오지산행 하는 날이다. 아파트를 출발한 버스는 중부,내륙고속도로를 달려 연풍IC에서 문경길로 접어든다. 버스 차창에 어리는 산이 연록색으로 치장하고 진달래꽃과 산벚꽃이 간혹 수채화를 그린다. 문경 읍내를 지나 쌍곡계곡으로 접어들자 적벽들이 어우러진 산세가 눈길을 잡아끈다. 굽은 고개를 이리저리 돌고돌아 마침내 버리미기재에 도착하여 일행을 토해놓는다. 속리산국립공원 쌍곡지구 관리소가 덩그렇게 고개마루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관리요원은 없고 장성봉 들머리에 철조망을 쳐놓고 위반시 벌금부과 백두대간 길 입산통제 안내팻말이 떡 버티고 있다.
입산을 망설이다가 선두가 벌써 철조망길을 돌아 진입하고 있어 일행은 졸졸졸 선두를 따르며 200여m쯤 진행했을 때 갑자기 관리요원이 아래서 나타나 소리를 쳐댄다. 우리 일행은 되돌아 나와 관리요원의 주의사항을 듣고 입산을 포기하고 기획한 코스의 역으로 애기암봉을 올라 장성봉아래 안부에서 하산하기로하고 옻나무골까지 걸어 들머리를 삼는다. 요즘 백두대간길이 수난을 겪다보니 보호차원에서 입산통제가 심하다.
애기암봉 능선길을 찾아 발걸음을 떼지만 마음이 무겁다. 처음 기획한 코스가 아니라 중간 탈출로도 쉽지 않을 것 같아 연로한 회원님들이 고생을 좀 할 듯 싶다. 오늘 산행대장을 맡은 이대장은 사뭇 미안한 표정으로 얼굴빛이 편안하지 못하다. 나도 한 달에 한번 산행기획을 하여 봉사하지만 준비를 한다고 해도 뜻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가 가끔 있다. 산불방지 기간에는 입산통제하는 산이 많아 산행지 선정도 신경이 많이 쓰인다.
애기암봉에서 장성봉능선을 타기로 하고 가다가 밧줄구간을 만난다. 여성회원도 여느때 같으면 문제없이 통과할 수 있는 구간인데도 오늘따라 미적거리며 시간을 지체하다가 못가겠다고 일행중 반 수가 되돌아 원점회귀하기로 하고 돌아섰다. 한 번 꼬이니까 만사가 귀찮은 모양이다. 산행은 안전이 제일이니까 그들의 선택이 잘 한 것 같다. 나머지 절반의 일행이 장성봉으로 가는 긴 능선을 탄다. 중간 탈출로가 있으면 하산할려고 계획하고 뒤를 따르는데 장성봉 아래까지 탈출로가 보이지 않아 결국 긴 능선길을 타고 하산한다. 아직 다 낫지 않은 무릎을 달래며 뒤쳐저 터벅터벅 걷는 발걸음이 왜 이다지도 무거운지 산을 다니면서 처음으로 산행이 지루하다는 느낌을 갖는다. 무도시락 산행인데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오후 3시가 넘어서야 문경읍에 있는 황토담 음식점에서 능이족살찌개로 시장기를 달래고 오미자 막걸리 몇 순배에 상경길 내내 골아떨어졌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산행이었다.
버리미기재-------출입금지 안내판
(ㅈㅎㅅ님 촬영 펌)
희양산,구왕봉
'숲 속의 단상(斷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덕룡의 등잔을 타다 승천할 뻔 (강진 해남 덕룡산) (0) | 2010.05.24 |
---|---|
-불국토가 어디메뇨? (경주남산 금오봉) (0) | 2010.05.10 |
-영화 속의 실미도는 어디에 (무의도 호룡곡산) (0) | 2010.04.18 |
-갇힌 마음이 바람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 (봉화 청량산) (0) | 2010.04.12 |
-"불 들어갑니다" (가야산 남산제일봉) (0) | 2010.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