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남도의 작은 금강산 (해남 달마산)

천지현황1 2010. 5. 25. 08:27

 -남도의 작은 금강산 (해남 달마산)

 

 

둘째날 / 2010.05.22 / 해남 달마산

/ 미황사주차장(08:55)-불썬봉- 문바위-금샘-대밭삼거리-동부도-미황사(12:30) 

 

백두대간이 덕유와 지리를 지난 후 무등과 월출산을 점 찍어놓고 한반도의 발찌에 두륜산을 일으켜놓았다. 다시 서운했던지 땅끝 가까이 이르러 달마산 사자봉으로 마감한다. 선인들이 이 명당을 그냥 놔 두었겠는가. 날카롭게 둘러처진 칼날 병풍아래 단아한 미황사를 앉혔다. 달마산 서쪽 양지바른 터에 정좌한 미황사는 한때는 12암자를 거느렸던 큰 절집이었지만 지금은 대웅보전과 응진전 그리고 요사채 등 경내가 단촐하다.다만 10여분 숲 속길로 벗어나면 통교사터에 넓은 부도밭이 옛 시절의 번성함을 증표해준다. 벽하당,송암당,송월당,죽암당 등 선사들의 부도가 그만그만하게 자리하며 그 옛날의 영고성쇠를 말해주는 듯하다. 

  

  산새들의 조잘거림과 함께 눈을 떴다. 보슬비를 맞으며 동일온천장(061-534-2223) 뒷산을 산책한다. 설마 숙박지가 없을까?하고 첫날 숙박지는 예약하지 않고 동일온천장에 어젯밤에 떡 들어서니 만원사례다. 해남 대흥사 주변뿐만 아니라 땅끝주변까지도  빈방이 없으니  아마 목포로 가는 게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무선동 한옥민박에 들릴려다 정읍 황금오리로 부터 전화가 걸려와 동일온천장을 소개받은 터라  난감했다. 차창 문을 열고 주인장에게 사실을 고했다. "정읍 누구로 부터 소개받고 왔습니다". "아이구,방은 없지만 차 한잔 하시지요". 그렇게 해서 우린 차에서 내렸고 3층 제일 끝방 TV는 없지만 아주 조용한 방에서 잘 수 있었다. 그 방은 단체손님을 받으면서 카운트가 잘 못 되어 빈방 한 개가 우리 몫으로 남아 있게 되었던 것이다. 우리는 결국 목포까지 쫒겨가지 않고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어 좋았다. 

 

  오늘은 달마산 미황사를 돌아보고 땅끝에서 정읍 황금오리부부와 전주 강원장부부를 만나 보길도로 들어간다. 그러나 뱃편을 예매하지 않아 고생할 것 같아 달마산 산행 전에 땅끝선착장에 들러 뱃표부터 예매하러 길을 서둘렀다. 세찬 비바람을 맞으며 달려 간 땅끝 매표소에선 예매는 하지 않고 선착순으로 표를 판다. 다시 차를 돌려 미황사주차장에 도착하여 달마산 산행을 시작한다.  

 

  진즉부터 와 보고 싶었던 산, 달마산은 빗 속에서 우리를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는 30도 땡볕에 고생 좀 했는데 오늘은 우중산행이라 시원하다. 달마산의 산자락에 몸을 의탁한 채 정좌한 미황사는 산의 정기를 고스란이 받고 있는 절집이었다. 단청도 하지 않은 모습이 화장 하지 않은 여인네 같지만 고색창연한 대웅보전의 기세가 기품이 서려있다. 미황사를 돌아보고  숲 속 등산로로 들어섰다.  아직은 가는 비다. 숲 속 풀 향기는 언제나 상큼하다. 어제도 산객이 뜸했는데 오늘도 마찬가지다. 결국 산행하는 동안 두팀만 만났을 뿐이다. 달마산 정상이 가까워지자 비바람이 세차다. 모자가 저 멀리 날라가고 비 옷 나풀거리는 소리가 귓전에 가득하다. 암릉 위에선 단단이 돌을 잡고 서 있어야 했다. 강풍에 조금은 걱정이다. 어제 덕룡산에서 암릉을 많이 탄 탓이기도 하지만 오늘은 컨디션도 좋고해서 미끄러운 암릉도 게의치 않고 즐긴다. 아내보고 주의하라고 당부해 보지만 그녀는 시큰둥하다. 오히려 나보고 주의하란다. 불썬봉에서 도솔봉으로 이어지는 암릉길이 장관이다.

 

자~ 추억의 사진기행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