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유쾌한 만남 (예산 가야산)

천지현황1 2010. 5. 31. 16:52

 

 

-유쾌한 만남 (예산 가야산)

 

 

* 2010.05.30 / *상가리주차장(10:30)-옥양봉-석문봉-옥양폭포-상가리주차장(13:30)    

 

우리는 45년 전에 까까숭이 모습으로 교정에서 처음 만났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세가지를 바꿀 수 없다고 말들해 왔다. 자기가 태어난 조국, 부모 그리고 모교다. 그러나 지금은 변했다. 조국도 이민 등으로 국적을 바꿀 수 있다. 부모도 부모의 이혼 재혼 입양등으로 부모도 바뀔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유일하게 자기가 졸업한 모교는 바꿀 수 없다. 동창이란 인연은 이토록 질긴 인연이다.

 

 45년지기 친구들을 만나는 것은 항상 즐겁다. 학창생활을 3년 혹은 길게는 6년 동안 동고동락한 공통체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국에 산재해 살고 있어 가끔 만나면 더욱 그 정이 새롭기도 하다.

 

 한 달 전쯤 고향 동문들과 재경동문들이 함께 등산이나 한 번 하자는 얘기가 있어 중간지점인 예산 가야산에서 등산모임을 갖게 된 것이다.  익산에서 버스 한 대가 또 서울에서 버스 한대가 예산에 10 여분의 시차를 두고 도착한다. 

서로 반갑게 악수하고 포옹하며 반가움을 표시하는 모습에서 기쁨이 빵빵하다. 바로 인사가 끝나자 삼삼오오 대열을 지어 가야산 옥문봉과 석문봉을 향해  발걸음을 뗀다. 산을 오르며 그동안 못다 한 얘기꽃이 구수하다. 오늘 모임에 두명의 성직자(원불교 교무)가 참석하여 분위가 더 화기애애하다. 

 

  가야산충남 예산군 덕산면의 덕산도립공원 내에 위치한 산으로서 주봉인 가야봉(678m)을 중심으로 원효봉(605m), 석문봉(653m), 옥양봉(621m)으로 이어진다. 능선에는 기암과 암릉이 곳곳에 산재에 있어 산 타기에 즐거움을 준다.  익산과 서울의 중간 쯤 지역 중에서 혼잡하지 않고 서해안 고속도로에서 접근하기도 용이하다고 생각되어 우리 동문들의 친교의 등반 장소로 가야산을 정했던 것이다. 산행거리도 자기 수준에 맞게 얼마든지 등반거리 조정도 가능하여 중간 탈출로가 여러 개 있어 단체산행에 안성맞춤인 산이다. 

 

  들머리에 흥선 대원군의 부인 남연군의 묘소가 자리하고 있다.

  대원군 이하응이 풍수가에게 명당을 찾아 줄 것을 부탁하였는데 풍수가는 이 자리를 2대에 걸쳐 천자가 나올 자리로 지목하였다고 한다. 원래는 가야사라는 절이 있던 자리이고 무덤자리에는 탑이 서 있었는데 헌종 10년(1844년)에 가야사를 불지르고 탑을 부순후에 묘를 썼다. 그리고 인근 골짜기에 보덕사라는 절을 지어 도문을 초대 주지로 삼은 후에 남연군묘 수호일품대승이라는 직책을 내려 묘를 돌보게 한다. 7년 후 대원군은 차남 재황을 얻었는데 이가 곧 철종의 뒤를 이어 12세에 왕위에 오른 고종이다. 그리고 1868년 독일인 에른스트 오페르트가 조선과의 통상 교섭에 실패한 뒤 대원군과 통상문제를 흥정하기 위하여 이 묘의 시체와 부장품을 도굴하려다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발 빠른 친구들은 앞 서 가고 느린 걸음의 친구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옥양봉 오름길에 숨을 헐떡거리며 따른다. 뜨거운 땡볕이지만 숲 속 길은 상큼하다.

세시간의 등산을 마치고 산을 내려와 덕산온천장 옆에 있는 두꺼비식당에서 버들치매운탕으로 뒤풀이를 한다. 식탁위에 쌓이는 막걸리병이 끝이 없다. 정겨운 이야기꽃이 만발하고 개그 수준의 재미있는 깔깔대소회가 이어진다. 불콰해진 얼굴엔 어릴 적 홍조가 배어있다. 모두가 40여년 전 학창시절로 돌아가 꿈을 꾸고 있는 듯 하다.

 

 

  불콰해진 얼굴로 동문 상호간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익산으로, 서울로 제 각각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간다, 후일을 또 기약하면서. 

 

 

 

 

 

 

 

(ㄱㅇㄱ 동문 촬영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