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S맛, 한강기맥 길 (홍천 갈기산)
* 2010.06.27 / 신당고개(08:40) -갈기산-발귀현-새터마을(12:10)
주룩주룩 장맛비가 속옷까지 적신다. 운무가 바람을 몰고 산 능선을 넘는다.비가 온다는 예보도 아랑곳하지 않고 떠난 길은 꿀꿀하다.마치 꿀꿀한 일요일처럼.묵묵히 내딛는 발걸음에도 장맛비는 무겁다.구도자처럼 다문 입에도 빗물은 스멀스멀 들어온다.그래도 산길은 조용하다.가끔 참나무잎에 우두둑 떨어지는 빗소리가 정적을 깰지라도.
어젯밤 남아공월드컵 16강전 우르과이전에서 석패한 우리나라 대표팀의 경기가 못내 아쉽다.경기를 지배하고도 졌다.왜 사람들은 축구에 열광하는가. 나도 언제부터인지 축구경기에 매료됐다.월드컵은 지구축제가 된지 이미 오래되었다.지구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함성도 우렁차다.유태인은 오래 전 부터 세계인들이 3S (Sports,Sex,Screen)에 열광하도록 그네들의 전략을 세웠다.스포츠,섹스 그리고 영화 세가지 산업은 그들이 주도하는 전략산업이기도 하다. 이 산업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인이 열중하는 산업이 되었다.열광은 몰입이다. 몰입은 황홀함을 선사한다. 결국 3S는 모두 몰입을 요청한다.
산행은 나에게 몰입을 선사한다.그래서 비 오는 날에도 배낭을 짊어진다.우중산행의 맛은 독특하다.청명한 날의 산행보다 더욱 운치가 있다.산허리를 휘어감는 운무를 감상하며 걷는 맛은 또 다른 별미다.3S맛이다.
앞서가는 아내가 손을 번쩍 드는 이유
"참,잘 했어요" 뒤에 가며 말했다. 5개월 2주 된 외손녀 윤ㅇ이가 누워서 등만 대고 다리와 손을 번쩍 든다. "참 잘 했어요"하면 신이 나서 이 스트레칭을 반복한다. 날머리에 다 와서 손녀 생각이 나서 "참, 잘 했어요"했더니 아내가 두 손을 번쩍 들며 윤ㅇ이 흉내를 낸다.아내와 나는 영락없는 할배와 할매가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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