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필(落筆)

사랑의 기술 / 자귀나무.

천지현황1 2011. 5. 4. 09:43

 

사랑의 기술 / 자귀나무

 

어둠이 내리는 숲 속 길을 걷다가 빨간 어린 공작새가 꽁지를 세우고 앉아 있는 모습의 자귀나무를 만났습니다.그런데 자귀나무 잎이 몽땅 포개져 낮에 보던 그 잎 모양새가 아닙니다.복엽의 마주하던 소엽들이 둘이 포개져 있군요.이름하여 합환수라고 합니다.이를 보고 갑자기 며칠 전 읽은 글이 생각났습니다. 무심으로 걷다가 엉뚱하게 생각이 비약한 것이지요.사랑하는데도 유효기간이 있을까? <부부가 함께 사는 12가지 이유>의 저자,우르셀 부허는 이 물음에 대답을 내놓습니다.'짧으면 4주,길면 2년,시간이 지나면 사랑의 빛도 희미해진다'고 말합니다.이는 사랑이 시들기 시작하면 눈에 씌인 콩깍지가 하나하나 벗겨진다는 얘기이지요.그는' 깊은 사랑의 조건은 배우자에 대한 솔직함과 존중'에 있다고 갈파합니다.그녀의 혜안 같지만,누구나 아는 진리입니다. 이 보편적 진리를 실천으로 옮기기가 왜 이렇게도 어려운 걸까요? 문제는 실천입니다.

 

공자님이 말하는 나이 40대는 불혹(不惑)의 나이입니다.그러나 이 나이는 어쩌면 불륜(不倫)을 꿈꾸는 나이인지도 모릅니다.불혹과 불륜은 동전의 양면 아닌가요?.배우자 말고 소울메이트(soul-mate)를 두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말이 소울메이트지 바디메이트(body-mate)가 맞을 것입니다.필자도 한 땐 그것을 꿈꾼 적이 있었으니까요.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요.소울메이트 애기가 나왔으니  요즘 직장에선 오피스 스파우즈(office spouse)가 유행이라네요.직장내에서 서로 부부처럼 지내는 사람들의 신조어입니다.참으로 위험한 사랑 행태의 하나입니다.사랑하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현실로 돌아서는 것이 달아나는 사랑을 붙잡는 특효약입니다.이처럼 사랑타령은 끝이 없습니다.누구나 일가견을 낼 수 있는 주제이기 때문이지요.특히 유리그릇이 깨지기 쉽 듯,사랑도 깨지기 쉽습니다.사랑의 마법이 풀리고 나면 망아지 달아나 듯 멀리 달아나는게 사랑입니다.마치 날아가는 새와 같습니다.그래서 어쩌면 사랑은 신뢰할 만한 것이 못 되는가 봅니다.사랑에 실망하면 곧 증오와 배신으로 바뀝니다.무서운 변신이지요.

 

사랑의 유효기간을 늘릴 방법이 없을까요? 밤마다 체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합환하는 자귀나무 잎처럼,우리의 사랑도,사랑하는 행위도 공부하고 연구해야 합니다.사랑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보통 부부사이에는 허물이 없어집니다.그래서인지 생채기 내는 말 한마디도 불쑥 내지르기가 쉽습니다.사소한 말 한 마디가 가슴에 대못을 박지요.허물이 없어지다 보니 잔소리도 심해집니다.아니면 관심이 적어져 침묵으로 일관하는 경우도 많아지구요.양보와 타협은 정치인의 덕목만이 아닙니다.바로 현명한 부부는 이를 자기희생이 아닌 사랑의 기술로 활용할 줄 압니다.상호 신뢰와 존중이 밑바탕이 되어 서로 배려하고 양보와 타협하며 소통하는 것이 성숙한 부부이자 진정으로 소울메이트가 되는 길입니다.이렇게 사랑의 기술 강도에 따라 그 유효기간은 점점 길어지고 마침내 영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성 바울이 고린도 교회에 보낸 첫 서신이 고린도전서 13장에 수록되어 있습니다.동감이 가는 명쾌한 사랑의 정의입니다.물론 광의의 메시지입니다.함께 느껴보시지요.

 

"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합니다.사랑은 시기하지 않으며,뽐내지 않으며,교만하지 않습니다.사랑은 무례하지 않으며,자기 이익을 구하지 않으며,성을 내지 않으며,원한을 품지 않습니다. 사랑은 불의를 기뻐하지 않으며,진리와 함께 기뻐합니다.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주며,모든 것을 믿으며,모든 것을 바라며,모든 것을 견딥니다. 사랑은 없어지지 않습니다....(중략)....그러므로 믿음,소망,사랑,이 세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가운데서 으뜸은 사랑입니다 ."  (2011.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