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자여행 3일차 오전 / 끄라톤(Klaton)과 물의궁전(Taman Sari) ,160106
끄라톤(Klaton)
어젯 밤 꼬맹이들과의 통화에서 그리움이 묻어났다."할머니,할아버지 언제 와요?"겨우 이틀 떨어져 있는데도 손주들이 그립다.큰 넘은 열이 내렸지만 수영장 출입은 금하고 있단다.오직 방콕만 하고 있으니 갑갑한가 보다.하지만 우리한테 보다 더 잘 따르는 꼬모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함께하니 안심이다.내 사전에 여행지에서의 늦잠은 금기사항 1조였다.그러나 늦잠을 잤다.하루 종일 쏘다니며 관람하느라고 피곤했던 모양이다.늦잠이 보약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호텔 방을 나서 식당으로 내려간다.늦은 시각이라 식사하는 사람이 적다.어제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과 함께 식사를 했는데 오늘은 그들도 떠났는지 보이질 않는다.
오늘은 끄라톤(Kraton)을 둘러보고 말리오보로 거리에서 간단한 쇼핑계획을 세운다.오랫동안 족자를 통치해 온 술탄의 왕궁은 자와건축의 백미라고 한다.08:00 오픈 시각에 맞춰 서둘렀으나,입구에 다달으니 09:00에 오픈한다고 한다.우린 궁내 마을을 둘러본다.바틱을 제조하는 상점과 와양이라 하여 소 가죽을 말려 섬세한 문양으로 공예품을 만드는 공예방에도 들려 구경한다.공방에선 구매하라는 권유가 집요하다.값도 여간 비싼게 아니다.비싸게 값을 불러놓고 디스카운트가 가능하다는 말을 습관적으로 꼭 덧붙인다.바틱 가게를 돌다가 문양이 맘에 들어 아내의 상의 한 점을 샀다.커플 상의로 내 것은 사이즈가 맞지 않아 구매를 포기한다.
왕궁 입장시간에 맞추어 왕궁에 들어선다.현지인들과 어울려 궁 내부를 관람하며 역대 술탄들이 사용했던 옷가지며 생활도구를 구경한다.왕궁은 남쪽왕궁과 북쪽왕궁 두쪽의 입장 매표소가 다르다.우린 남쪽 왕궁만 관람한다.우린 왕궁보다는 외곽에 있는 따만사리(물의궁전)에 더 관심이 많다.여행 전 사전조사에서 물의 궁전은 꼭 봐야겠다고 메모해 두었었다.이 왕궁 바운다리 안에는 현재 2만5천명의 주민들이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실제 그들의 거주지가 왕궁과 붙어 있다.술탄들의 소박한 삶이 상상되었다.주민들과 함께사는 그들의 삶이 검소하고 시민적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의궁전(Taman Sari)관람과 그 뒷 이야기
왕궁을 나와 현지인 한 사람에게 따만사리 가는 길을 물었다.대략 지도엔 나왔지만 시야엔 그런 건축물이 보이질 않는다.그는 길을 직접 알려주겠다며 따라 붙는다.그런데 좀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친절치고는 과잉친절로 느꼈다.내가 그를 경계하자,자기는 현지인이라며 걱정말라는 얘기만 계속 늘어놓는다.그래도 그를 억지로 떼어놓았다.우린 지도를 보며 반얀트리 노거수 앞을 지난다.나무 아레에 현지인 몇 사람이 쉬고 있다.그들에게 다시 가는 길을 물었다.젊은이 한 사람이 유창한 영어로 자기가 안내하겠단다.자기는 가이드가 아니며 현지인이라며 걱정하지 말라는 말도 덧붙인다.나는 아무래도 이 청년도 경계가 된다.물의궁전은 지도에서 보면 이 근처인데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그의 영어 사용으로 소통이 될 듯하여 하는 수 없이 그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그는 이곳 예술촌에 산다고 했다.그를 따라 골목길로 들어선다.겨우 한 사람이 비켜 지나갈 만한 골목이다.왈칵 겁이 났다.한국인은 현금을 많이 가지고 다녀 표적이 된다는데 타국에 와서 우리가 그 꼴을 당하려는지.나는 아내에게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를 경계하며 따라갔다.이 골목,저 골목을 돌아간다.사방을 경계하며 따라가는 나를 상상해본다.내가 너무 의심을 많이 하는 것 아닌가 자문하며 그를 따른다.아내는 저만치 뒤따라오며 아무 생각없이 태평이다.(나중에 들었지만 그녀도 겁이 났다고 한다)
드디어 골목을 빠져나온다.안도의 한 숨과 함께 눈 앞에 무너진 성곽터가 시야에 들어왔다.이곳이 따만사리였다.그는 유창한 영어로 물의궁전을 설명한다.역사며 내력이며 내가 미리 알고 있는 내역을 자세하게 설명해준다.이제서야 그에 대한 의심을 거둔다.잠시나마 그를 신뢰하지 않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열심히 가이드처럼 설명이 이어진다.지하 비밀통로까지 우릴 인도한다.지금은 막혔지만 유사시 술탄들의 비밀통로는 이곳에서 바다까지 27km나 이어진다는 설명도 들었다.
이 물의궁전은 왕궁 서남쪽 500여 m거리에 있는 별궁이다.하멩꾸부워노1세가 1765년에 건축했다고 한다.왕궁의 여성들이 목욕을 하던 곳으로 술탄은 2층 계단을 올라 난간에서 창틈으로 이를 지켜보다 꽃 한 송이를 던져 그날 잠자리를 같이 할 여인을 택한다는 설명이다.캬~.스토리가 낭만적이다.계단을 내려와 여인이 왕과 잠자리를 하던 방을 들여다 본다.그는 우리에게 그 방에서 기념사진을 찍어라고 주문한다.이에 응하는 나를 보니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지금은 방치되어 겉 건물은 폐허수준이다.그러나 안쪽 목욕하던 저수조는 물을 채워놓았다.옛날엔 이곳이 술탄의 쉼터이자 여인들과의 놀이공간이었을 것이다.
그는 물의궁전 후문으로 우릴 인도하더니 어느 집 하나를 가리키며 그곳이 자기 집이라고 한다.차나 한 잔 마시고 가라고 한다.그냥 사례금 몇 푼 쥐어주고 자릴 뜰려고 했으나 갑자기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졌다.아내와 눈으로 가보자고 소통한다.열린 문을 통해 들어가니 촌로 한 분이 재봉틀을 돌리고 있다.자기 아버지라며 인사를 시킨다.그는 이곳에서 바틱을 제조하는 바틱 예술가라고 설명한다.조금 후 어머니라는 분도 소개한다.차를 가지고 나와 향을 맡는다.거실로 인도되어 바틱옷이며 머플러 등을 구경한다.이제야 우릴 가이드해준 이 청년이 부담으로 다가온다.구경은 잘 했지만 결국 자기 집에서 물건 하나를 사 달라는 얘기다.
어차피 지인들에게 선물도 할겸 맘을 편히 먹었다.바틱 옷 한벌의 가격을 물었다.오백만 R/P를 부른다.내 귀를 의심했다.손으로 숫자를 그려 넣어 보았다."와~! 우리나라 화폐로 거의 50만원이다'.디스카운트가 가능하단다.얼마면 살거냐고 되 묻는다.고개를 흔들며 머플러 한 장을 가르키며 얼마냐고 물었다.20만 루피아를 부른다.반으로 뚝 잘라 값을 흥정했다.손으로 손수 수를 놓았기 때문에 19만 루피아를 내란다.다시 15만 루피를 제안했으나 그 가격으론 안된단다.아내와 눈짓으로 사지 말고 사례금 몇 푼 주기로 하고 거실을 나왔다.주머니에서 17,000 루피를 청년에게 친절한 설명과 안내에 고맙다며 건넨다.그는 한사코 받지 않는다고 하며 거절한다.우린 손에 쥐어주며 대문을 뛰쳐 나왔다.한 참을 걷고 있는데 청년이 우릴 부른다.뒤돌아보니 그 머플러를 들고 와서 10만 루피에 가져가라고 한다.우리가 15만 루피를 제안했었는데 그것도 잊었는지 처음 반값 제안을 수락한 셈이다.못이기는 척 하면서 10만 루피를 건넨다.골목을 나오며 아내와 얘기했다.그 청년은 외국인들에게 물의궁전을 안내해 주고 자기 집 물건을 사도록 하는 삐끼일까?아니면 자기 집도 아닌 상점의 고용인일까?의심은 의심을 낳았다.허나 그 청년이 아니었었더라면 우린 물의궁전을 목전에 두고 맴돌다 갔을 것이다.그 청년에게 의심을 많이 해서 미안했다.(이 지면을 빌어 사과의 마음을 전한다)
사진기행
늦은 아침식사를 한다.여행지에서 이런 경험은 처음인 것 같다.
왕궁 오픈 시각에 맞춰 길을 걷는다
북쪽왕궁 가는 길 / 이른 아침인데 학생들이 체육활동을 하고 있었다.학교 건물은 어디 쯤 있는지 보이질 않는다
남쪽왕궁 입장
물의궁전(Taman Sari)
이곳에서 물의궁전 가는 길을 묻다가 현지인 청년을 만났다
이런 골목을 돌고 돌아갔다
바로 이 청년의 안내를 받았다
성을 돌다가 만난 꽃 / 시계꽃을 닮았다.
성내 지하통로
여인들이 목욕하던 곳
이곳에서 왕이 여인들의 목욕광경을 훔쳐보던 테라스
술탄이 여인을 간택 후 이용한 침실 / 이곳에서 인생을 즐겼다?
청년의 집이라고 했던 곳 / 공방에서 일하고 계시는 부모님
청년의 집을 나온 다음 행선지인 소노부도요 박물관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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