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자인가,유랑자인가 / 인도네시아 한 달 살기를 마치며
151215-160113
방랑과 유랑을 사전에서 살펴보았다.방랑자는 자신의 생계유지를 위해 일할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일을 하기보다는 걸인처럼 한가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유랑자는 정처
과거를 아쉬워하지 않는 삶,현재를 붙잡으려고 안달하지도 않고 미래를 장미빛으로 더 이상 바라지도 않는다.그저 물 흐르 듯 어디론가 흘러가고 싶다.오래전에 적어두었던 글귀 토막,'구름따라 바람같이 와서 / 산새처럼 노래하고, 강물처럼 흘러가다가 / 아름다운 소풍 끝내고 / 귀천하는 시인처럼'말이다.이젠 마음 속에 시시비비(是是非非)를 내려놓고 싶다.빈둥대는 삶이 좋아졌다.젊을 때부터 여행을 좋아했다.주말마다 전국을 쏘다니며 풍광과 눈을 맞췄다.방랑벽인가.완당 김정희 선생과 다산 정약용 선생을 더 경배하며 그 사상에 심취했던 적도 있었다.치밀한 계획과 치열한 삶을 좋아했다.몰입의 기쁨을 안다.그러나 내 마음 속엔 김삿갓과 매월당 김시습의 방랑일생이 늘 자리하며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이번 인도네시아에서 한 달간 생활은 방랑도 유랑도 아니다.어느 날 여동생에게 혼자 현지에서 사업하는 매제를 보러 가자고 제안했다.꼬맹이들 유치원 방학 직전에 체험학습 계획서를 내고 함께 동행했다.한 달동안 동생은 틈틈이 집밥을 해준다.우린 틈틈이 자와섬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사실 나는 낭인처럼 빈둥거렸다.때론 자기성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현지인의 삶도 들여다 봤다.숲과 자연도 만났다.30도가 넘는 땡볕에 얼굴을 그을리며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녔다.쨍하며 맑은 날씨가 갑자기 검은 구름을 몰고 와 스콜을 퍼 붓는 광경도 보았다.번개가 눈 앞에서 하늘을 두 쪽으로 가른다.번개가 코 앞에서 나를 혼비백산케 한다.비바람 소리가 거세게 귓전을 때릴 때는 '천지불인(天地不仁)'이 생각났다.노자가 말씀한 뜻과는 달리 천지가 두렵고 무서웠다.
5년 전 머라피화산 폭발로 산 아래 주민 300여명이 불귀의 객이 되었다.그런데도 화전 밭대기를 일구며 조상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떠나지 못한다.현지인의 모습을 보았을 때는 가슴이 찡하기 보다는 그들의 삶을 존중해줘야 할 것 같았다.이래도 한 세상,저래도 한 세상이라면 자기 마음 가는대로 사는 삶이 가장 지혜로운 삶일 것이다.자기가 주인인 삶,그 삶이 허울좋게 남을 의식하며 사는 삶 보다 낫지 않을까.
1월13일 귀국을 했다.하루 뒤 T.V에서 자카르타 도심지에서 폭탄테러가 났다는 보도가 나왔다.인도네시아에서 매제로부터 전화가 왔다.우리가 식사했던 바로 그 음식점 옆 스타박스에서 첫 테러가 일어났단다.시차만 있지 장소가 같다.이상한 생각이 들었다.'인명은 재천'이라 했던가.한 달이 금방 지나갔다.나는 또 꿈을 꾼다.다음 행선지는 어디로 하나?
인도네시아 수카르노-하타 공항에서 귀국 비행기를 기다리며
'손주들과 인도네시아 한 달 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카르타 라구난동물원 / 160109 (0) | 2016.01.26 |
---|---|
족자여행 3일차 오후 / 소노부도요 박물관 ,160106 (0) | 2016.01.25 |
족자여행 3일차 오전 / 끄라톤(Klaton)과 물의궁전(Taman Sari) ,160106 (0) | 2016.01.24 |
족자여행 2일차 오후 / 보로부두르 사원,160105 (0) | 2016.01.23 |
족자여행 2일차 오전 / 머라피 화산,160105 (0) | 2016.0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