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여행 33일

남미여행기 / <엘 찰텐> '피츠로이' 트레킹 (18)

천지현황1 2018. 2. 10. 08:09

남미여행기 / <엘 찰텐> '피츠로이' 트레킹  (18)


* 2018.01.18 / 엘 찰텐 피츠로이 트레일 들머리(11:00)-카프리호수-라구나 로스 뚜레스-콘도르 전망대-트레일 날머리 (17:10)  ...21 km 


남미 일정 중 가장 기대했던 트레일,피츠로이 트레일을 걷습니다.준비하며 도상연습을 가장 많이 했던 곳이지요.어떻게 230km나 되는 엘 찰텐까지 접근할 것이며 트레일 중 피츠로이 트레일을 꼭 걸을 수 있도록 시간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사전검토를 가장 많이 했던 곳입니다.접근은 쉽게 해결됩니다.칼라파테에서 엘 찰텐까지 미니버스 두 대를 대절하여 단체투어를 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그런데 문제는 트레일 선택입니다.칼라파트로 돌아가는 시간때문에 오후 5시30분까지는 모두 하산하여 출발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지요.고작 주어진 시간이 6시간30분간 뿐입니다.피츠로이 트레일은 20 여 km 이상으로서 왕복 8시간은 잡아야 하기 때문입니다.투어리더가 추천하는 코스는 4시간 코스인 카프리호수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트레일입니다.고민을 많이 합니다.여기까지 와서 피츠로이 트레킹을 포기해야하나.아내와 의논하니 시간이 모자라는데 어찌할 수 없으니 포기하고 느긋하게 카프리호수까지만 즐기자고 합니다."으음,그럽시다".외마디 신음을 토하며 불만스런 대답을 내놓습니다.


내 생각을 숨기고


칼라파트에서 3시간을 달려 드디어 11시가 다 되어 엘 찰텐 주차장에 도착합니다.산문에 첫 발을 내딛자 나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집니다.트레킹이 아니라 등산하듯 걸음을 뗍니다.선등하며 일행과는 이미 간격이 많이 벌어집니다.아내 몰래 미리 3시간15분 후인 오후2시 15분에 알람을 맞췄습니다.피츠로이봉을 향해 걷다가 그 시각에 반환점울 돌아 하산할 요량으로 계획을 잡습니다.아내에겐 아무런 통보없이 그저 컨디션을 살피며 오릅니다.뒤따라 오던 아내는 왜 그리 빨리 가느냐,좀 천천히 가자고 제동을 겁니다.그러면서도 대충 눈치를 챈 듯 합니다.'저 산욕심쟁이가 끝내 피츠로이 트레킹을 하려나보다'고 생각해 주는 것 같습니다.그녀도 발걸음을 빨리 합니다.초입부터 너도밤나무 숲이 간간이 나타납니다.


카프리 호수 너머 라구나 로스 뜨레스까지


들머리에서 4km쯤 올라오면 카프리 호수가 있습니다.이곳에는 피츠로이봉을 전망하는 전망대가 있어 대부분의 관광객은 이곳까지 한 시간 반쯤 걸려 쉬엄쉬엄 올랐다가 원점회귀합니다.아내가 카프리 호숫물에 손을 담근 사이 시계를 들여다보니 한시간 5분이 걸렸습니다.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이제야 아내에게 내 생각을 말합니다."여기부터 천천히 걸어 가는데까지 걷다가 시간되면 돌아갑시다".그녀도 동의합니다.


피츠로이봉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뗍니다.갑자기 먹구름이 다가오더니 빗방울 두어줄금을 뿌립니다.곧 긋고 햇볕이 쨍쨍 납니다.드디어 아내의 코에서 콧노래가 터집니다.입이 귀에 걸립니다.간간이 보이는 피츠로이봉이 어서 오라고 손짓해대니 반가운가 봅니다.너도밤나무숲이 트레일 내내 이어집니다.이곳 나무는 교목으로 키가 30~40 여m로 커 숲이 울울창창합니다.빙하수가 흐르는 계곡을 서너게 건넙니다.너도밤나무 고사목이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냅니다.멀리 설산이 우릴 내려다봅니다.뉴질랜드 밀포드트레일 못지 않은 길이라고 아내에게 얘기해줍니다.환희에 찬 발걸음은 가볍습니다.


설산이 잘 보이는 너도밤나무숲 한 켠에 캠핑족들이 친 텐트 여러 동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우리는 양지바른 냇가에 자릴잡고 특별 주문해 온 김밥 한 줄과 바나나로 넉넉한 점심식사를 합니다.빙하수를 떠서 목을 추깁니다.아마 천국으로 가는 길이 이런 길일까 하고 잠시 엉뚱한 생각도 해봅니다."룰루랄라".즐겁습니다.기쁩니다.그저 감사한 마음만 듭니다.다시 길을 걷습니다.하산객들의 "올레"인삿말도 반갑습니다.그들의 얼굴에서 환희의 기쁨을 읽습니다.이런 묘한 맛에 트레킹은 더 할 만 합니다.아내도 "안왔으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것 같다"고 말하면서 마냥 좋아합니다.이젠 설산도 가까워졌습니다.바로 코 앞입니다.다 왔다고 쾌재를 부릅니다.


엇,이게 뭐람,1km 산길이 해발 400m 길이라고


피츠로이봉 1km지점 숲길에 안내판이 떡 하니 버티고 서있습니다.처음엔 설마 그럴리가 했습니다.숲길을 돌아 모롱이를 벗어나자 아찔합니다.경사 50~60도쯤 되는 돌길이 지그재그로 산 정상을 향해 나 있습니다.그러고보니 점심을 들며 바라 본 산 오름이 바로 이 산 길이었나 봅니다.우린 이 길을 비켜 계곡 어디메쯤 라구나 로스 뜨레스가 자릴잡고 있을꺼라 생각했었지요.난감합니다.아내에게 용기를 불어넣습니다."여보,시간은 충분해.남한산성 높이 밖에 안돼.슬슬 올라갑시다".아내도 이 급경삿길에 입이 꽉 다물어집니다.갑자기 말이 없습니다.


돌길을 지그재그로 오릅니다.숨이 턱까지 차 오릅니다.땀방울도 송송 뱁니다.올라도 올라도 그 자리 같습니다.중간중간에 서서 1분 정도씩 쉬고 계속 오릅니다.국내 산행에서도 이렇게 급경사에 돌길만 있는 길은 오른 기억이 거의 없네요.그래도 아내는 묵묵히 오릅니다.사실 산 타는 아내의 지구력은 나보다 낫습니다.정상이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는데 드디어 휴대폰 알람이 울립니다.알람이 울리면 돌아가자고 했던 바로 그 시각을 알립니다.10 여분만 오르면 정상입니다.바람이 세찹니다.드디어 피츠로이봉이 눈에 들어옵니다.능선의 바람이 얼마나 센지 아내의 몸이 날아가려 합니다.다행히 날라가지 않고 옆으로 휘청댑니다.마지막 급경사를 오르니 3,405m의 피츠로이봉이 라구나 로스 뜨레스를 품고 서서 우리를 환영합니다.우린 불끈 쥔 주먹인사로 기쁨을 나눕니다.고행의 순간은 지나가고 환희의 순간을 맞습니다.웅장하게 선 피츠로이봉의 기를 받습니다.아내의 기도하는 모습을 훔쳐봅니다.






내림길을 조심조심 내립니다.호사한 눈은 여유를 부려서인지 보이는 것마다 다 아름답습니다.너도밤나무숲도 아름답고 고사목도 아름답습니다.한 포기의 풀꽃도 앙증맞습니다.아내의 얼굴도 오늘따라 더 너그럽게 보이고 온화합니다.발걸음도 더 가벼워집니다.고개는 자꾸 뒤돌아봐집니다.하늘에 흘러가던 구름도 잠시 멈춰 우리를 내려다보며 축하해 주는 듯 합니다.빙하수를 물통에 담습니다.오던 길을 되돌아가는데도 길이 전혀 새롭습니다.천상의 길을 걷다가 환속하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갑자기 듭니다.천천히 걷는데도 금방 카프리 호숫갑니다.우린 반대편 우회길을 돌아 다시 콘도르 전망대에 섭니다.발걸음 떼기가 마냥 아쉽습니다.잠시 우린 천상의 길을 다녀온 겁니다.21km의 산길을 6시간10여분만에 다녀옵니다.시간만 충분했다면 조금 더 여유롭게 걸었을 듯 합니다.최상의 트레일입니다.내 생에 걸은 최상의 길로 추억될 듯 합니다.  







사진모음









카프리 호수





















해발 400m가 실제거리 1km / 급경사길















보고 또 뒤돌아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