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키 카라반사라이 숙소체험 / 190724-07.25...(3)
* 2019.07.24
21세기 어느 여름날,아시아의 동쪽 끝 한반도를 출발한 풍류객은 타임머신을 탔다.진나라 황제였던 진시황이 그토록 찾던 불로장생 식품을 아라비아산 낙타 대신 제주 조랑말에 싣고 떠나 천산산맥을 넘던 대상이 걷던 길을 포기한다.또한 신라의 구도승 혜초스님처럼 구법로를 따라 걷지도 않았다.그는 하늘길을 따라 실크로드의 끝자락,서아시아의 작은 도시,쉐키에 도착한다.당시 대상은 낙타에 교역품을 싣고 하루에 20~30 여 km쯤 걸어 숙소 카라반사라이에 묵었을 것이다.오늘의 풍류객은 대형버스를 타고 바쿠에서 쉐키까지 250 여 km의 거리를 여섯 시간 넘게 걸려 피로한 육신을 쉐키 카라반사라이에 눕힌다.18세기에 바로 그 대상들이 묵던 숙소다.그의 영혼은 먼저 도착한 육신을 따라 잡느라고 아직 18세기에서 헤메고 있다.
풍류객은 카라반사라이에 짐만 부려놓은 채 '쉐키칸 사라이 궁전'을 먼저 찾는다.18세기 영주였던 '세라비칸'이 홍수로 피해를 입은 수도를 쉐키로 이전한다.그 때 여름 궁전으로 쓸 요량으로 지은 성채다.당시 40 여채의 건축물을 지었으나 현재 이 성채 하나만 현존한다.땡볕을 걸어 도착한 성곽안 궁전은 낡은 비닐끈으로 대문을 막아 놓은 채 경찰관 두 명이 입장을 막는다."입장을 왜 막노?"젊은 경관은 세계 공통언어인 몸짓 언어로 X자를 연신 해댄다.Why를 왜쳐대지만 그저 마이동풍이다.현지 노인 한 분이 다가 오더니 몇일 전에 강풍에 궁전 앞 나무가 넘어져 관람객 한 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부상을 당해 지금 복구중이라고 설명해 준다.내일은 관람이 가능하느냐고 묻자 아마 재개장까진 일주일은 걸릴 것이라고 대답한다.이 성채를 자세히 들여다 보고 싶었는데 아쉬운 순간이다.
이 궁전은 외관이 특이했다.담장 밖에서 까치발을 하고 외관을 살펴 본다.건물 전체는 서양풍인데 창문은 우리와 매우 친숙한 창살문으로 동양스타일의 문살이다.지붕도 진흙으로 빚은 너와 모양의 지붕을 얹었다.이 건물은 18세기에 지은 목조건물이라고 아까 그 노인은 설명했다.인터넷으로 검색을 했더니 1797년에 쉐키칸이 여름궁전으로 사용할려고 지었다.호두나무 목재로 지었다고 한다.내부 스테인드그라스가 예쁘다는 내용도 있었다.세계여행중 만난 성당이나 왕궁 창문의 스테인드그라스가 예쁘지 않던 곳이 있던가.여름궁전을 한 바퀴 돌며 담장 밖에서 몇 컷 찍는다.뜰 안의 양버즘나무 노거수 아래에서 카프카스 줄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다.시원한 바람이다.못내 아쉬운 마음을 안고 성안을 서성이다가 유물 박물관 앞에 섰다.아낙이 "투 마낫"하며 손가락 두 개를 표시한다.관람료가 1인당 2마낫이다.입장해서 놀랐다.당시 사용하던 18세기의 유물들이 마루 바닥에 널브러진 채 모아 두었다.전시 선반도 없이 종류별로 모듬을 이룬 채 뒹군다.말이 박물관이지 전혀 관리가 되고 있지 않았다.분실,도난의 위험도 클 것 같다.관리인이 기념품 장사를 하며 문을 열어줄 뿐 전혀 통제하지 않는다.손으로 만져보기도 하고 두드려보기도 할 수 있어 관람객은 좋다.18세기의 생활필수품들을 흥미롭게 들여다 봤다.박물관을 나와 기념품가게에서 스카프 한 개를 사들고 성곽을 빠져 나왔다.
숙소로 돌아와 카라반사라이 뒤뜰에서 노신사의 생음악을 들으며 맥주 한 잔을 들이킨다.쉐키의 밤이 나를 18세기로 타임머신을 태운다.실크로드의 먼 길을 걷던 지친 대상들이 내가 누운 바로 이 자리에서 18세기 때도 코를 곯았을 것이다.낙타는 뜰 안에 매어둔 채로.호텔보다는 편하지 않은 숙소체험이지만 상상의 나래는 타임머신을 타고 실크로드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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