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바람따라

-덕수궁 대한문(大漢門) 이야기 (덕수궁)

천지현황1 2005. 8. 1. 16:52

-덕수궁 대한문(大漢門)  이야기

 

 지난 일요일 덕수궁 돌담길을 걷다가 보니 정문으로 사용해 오던 대한문이 보수 공사 중이었다. 천으로 얼키설키 가려진 채 대한문은 보이지 않고 사진 몇 장이 붙어 있다. 사진을 들여다 보니 대한문(大漢門)은 원래 대안문(大安門)이었다.

 

 

 현판 이름을 고친 것은 1906년경이었다. 도참설에 의해 국운번창을 위해서였다는 설도 있고, 안(安)자에 계집녀(女)자가 들어 있어 좋지 않다는 당시의 통념 때문에 개명되었다는 설도 있다. 요즘 같이 여성 상위시대엔 다시 대안문(大安門)으로 개명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쯤 여성부에서 검토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가 정작 대한문이 덕수궁의 정문인 줄 알지만 사실은 정문이 아니다. 모든 궁궐의 정문은 가운데 화(化)자가 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창경궁의 홍화문(弘化門), 경복궁의 광화문(光化門), 창덕궁의 돈화문(敦化門)이 그렇고 경희궁의 흥화문(興化門)에도 가운데 화자가 들어 있다.,


 그렇다면 덕수궁엔 중화전(中和殿)이 가운데 떡 버티고 있으니 중화문(中化門)일까? 글쎄, 우연하게 문화재 이야기 책을 보다가 그 해답을 찾았다.  덕수궁의 정문은 원래 남쪽에 있던 인화문(仁化門)이었다. 지금 현재 서울 시청 별관 자리다.


 그러나 일제시대 그곳에 건물을 짓고 길이 나면서 지금은 덕수궁 돌담길만 남았다. 세월은 흐르고 덕수궁 인화문도 자리를 옮겨 대한문으로 바뀌었다. 시청 앞 로터리도 시원한 물줄기를 뿜으며 잔디 광장으로 변했다. 10년 후쯤 이 자리는 또 어떻게 바뀔까. 노숙자들의 쉼터로 바뀔 수도 있겠구나하고 발길을 돌리며 쳐다본 북악산은 말없이 나를 내려다보며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어서 집으로 가라고 냉소 짓고 있다.     (2004.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