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공원 내에 누구의 발자국이 가장 많이 찍혔을까?
오늘도 올림픽 공원에 발자국을 찍으러 간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열릴 때 아파트 한 채를 분양 받으며, 43만평의 앞마당 올림픽 공원도 정원으로 마음에 등록을 해 두었다. 1970년대 허허벌판 잠실 뽕 밭에 처음으로 아파트가 들어서고, 그 후 10여년 후에 지금 내 삶의 보금자리도 터를 잡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대충 17년 전의 일이다. 우리 부부는 아내의 직장관계로 경기도 일대, 문산, 동두천, 부천, 성남 등 학교 전근 때마다 이삿짐을 싸서 학교 근처에서 애들을 키웠다.(맹부 삼천지교?) 그러다가 1989년에 올림픽 아파트에 둥지를 틀어 17년간 살고 있다.(그 중 2년 정도는 분원, 하남에 살았음)
아파트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올림픽 공원이 있다. 15년여 동안 이 공원을 무상으로 우리의 정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 시절은 먹고 살기가 바쁘기도 했지만, 요즘처럼 매스컴에서 건강과 웰빙을 강조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365일 중 몇 십 날을 빼고는 저녁 식사 후 공원 산책을 계속했다. 몽촌토성 길을 말없이 또는 연애 시절 추억을 되새기며, 때론 인생 얘기를 하며 한 시간 정도의 산책을 일상화 했다.
그 당시엔 우리처럼 규칙적으로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어쩌다 로맨스를 즐기는 데이트 족이 눈에 띌 뿐, 한적한 도심 내 공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건강 걷기 운동이 유행처럼 번지자 몽촌토성을 걷는 인구가 줄을 잇는다. 가깝게는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과, 멀리는 잠실방면에 사는 시민들까지 가세하니 그 수가 이루 말 할 수 없다.
요즘도 우리 부부는 이 길을 걸으며 박경리의 <토지>를 얘기하고, 덕천가강(德川家康)의 대하소설 <대망>을 회상한다. 때론 밤하늘의 기러기를 바라보기도 하고, 공원 벤치에 앉아 아름답게 늙어가는 연습도 해 본다. 아마 공원 나무들은 알리라. 우리부부가 그들의 가장 절친한 벗임을. 그리고 우리가 가장 많이 그네들과 만나 자연의 순환을 목격했음을. (2004.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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