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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14(일) / 산하가족 세 부부
*관청리보건소(09:40)-큰골-1090봉-전망암-중봉-애기봉 능선-큰골-보건소(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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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 명지산 정상에서 가평천을 사이에 두고 우뚝 솟은 화악산의 모습을 상상으로만 그려 볼 뿐 운무 속에 가려 그 위용을 볼 수가 없었다. 여름철 운무가 많은 날의 경기 최고봉, 화악산(1468m)은 그렇게 호락호락 그 정상부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필자에겐 경기 5악(岳) 중 으뜸인 화악산은 경기 최고봉으로 기억되기 보다는 휴전선 남쪽에선 가장 추운 곳으로 기억되는 산이다. 겨울 철 날씨 예보 때마다 TV에서 기상캐스터가 “서울 영하 12도, 양평 영하 15도, 화악산은 영하 25도 그렇지만 체감온도는 영하 35도쯤 되겠습니다”라며 방송할 때마다 그 곳의 최고추위가 머리 속에 각인이 되어 있던 바로 그 산이다.
#산 높고 골 깊은 가평천 계곡을 돌아
가평 가는 45번 국도는 8월 마지막 휴가차량으로 팔당대교에서부터 정체를 빚기 시작한다. 20여분의 정체 끝에 팔당댐을 지나며 검단산을 바라본다. 검단산은 하남시내에서 바라보는 것 보다 팔당을 지나면서 바라봐야 그 모습이 편안하다. 예봉산, 운길산을 지나며 북한강이 가평까지 우리와 함께 동행하는 그 길은 언제 가보아도 운치 있는 전망 좋은 드라이브코스다.
가평삼거리에서 75번 국도로 갈아탄다. 용추계곡 입구를 지나 가평천을 끼고 가는 길은 계곡마다 물놀이 인파로 북새통이다. 백둔리계곡, 익근리계곡 할 것 없이 피서인파로 넘쳐난다. 명지계곡은 명지산의 넓은 산자락을 타고 내리는 크고 작은 여러 골을 만든다. 이 골들이 적목리계곡, 익근리계곡 그리고 백둔리계곡이다. 이 골들은 30 여km의 가평천을 이루며 피서객을 부른다. 또한 화악산의 큰골과 석룡산의 조무락골에서 흘러내린 청정계곡수도 가평천의 일원이 된다. 가는 길 왼편의 명지산자락이 운무에 쌓여 있다. 사향봉이 구름 속에 떠 있고 오른편의 화악산도 마찬가지다.
#큰골을 들어서며
만나면 반가운 사람들은 오늘도 관청리 보건소를 들머리로 함박웃음을 내지르며 산길을 들어선다. 오늘은 드디어 경기 최고봉 화악산을 오른다는 작은 흥분의 빛과 조금은 걱정스러움이 아내의 얼굴을 스쳐간다. 들머리가 해발 110m밖에 안되니 1400고지를 일행과 호흡을 잘 맞출지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고 한마디 하며 큰 골 개울을 넘는다. 용띠 처녀가 산 좋아하는 남편을 만나 고생 아닌 행복의 문을 들락거리는 순간이다.
1090봉을 오르는 된비알 길은 국망봉 사격장 능선 오르는 길 못지않은 땀깨나 흐르는 길이다. 처음 30여분 동안은 관목 숲을 헤치면 계류가 나타나고, 미끄러운 징검다리를 건너며 또 숲길을 헤친다. 인적이 드문 길이라 등로가 산객을 맞이하는 인사가 좀 점잖치 못하다. 희미한 오솔길 따라 나뒹구는 고목을 넘으며 키를 넘기는 잡목 숲길을 헤치며 또 개울을 건넌다.
아뿔사! 개울을 건너다가 한 여인이 미끄러운 돌 징검다리를 건너다 물에 퐁당. 그녀는 몸으로 계곡물과 한판 부딪고 싶었나보다. 우리들 사이엔 그녀는 항상 뉴스거리(news maker)다. 빼짓이 웃음 짓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 드디어 중봉(1423.7m)에 서다
1090봉에 서기까지 된비알은 인내를 시험하는 구간이다. 그러나 일행 모두 거친 숨을 내 쉬지만 경기 최고봉을 오른다는 감회 때문인지 얼굴에 흐르는 땀을 훔치는 손길만 바쁠 뿐 행복한 표정이다. 언니통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에 서니 한결 내 쉬는 숨소리가 고요해진다. 고산 능선 길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야생화의 모습에서 천상의 삶을 본다. 세 시간 30분 만에 중봉 정상에 선다. 하늘아래 중봉은 운무의 세계다.
경기 최고봉 화악산 정상엔 군사시설이 설치되어 있어 통제구간이다. 그래서 사실상 중봉이 화악산의 정상을 대신한다. 석룡산도 명지산도 운무 속에 있으련만 그 모습은 상상 속에나 존재한다. 정상에서 스쳐가는 구름안개와 함께 오가피주와 이슬초를 나눈다.
#하산길은 애기봉으로
애기봉으로 내리는 하산 길은 만만치가 않다. 가파른 젖은 내림 길은 신경을 곤두세우기에 충분하다. 바위 길을 내리고 비탈길을 내려선다. 이정목이 군데군데 뽑혀있는 모습을 목격한다. 거리표식이 잘 못 된 이정목도 발견된다. 한 참을 내려왔는데도 거리 표지는 오히려 줄지 않은 이정목도 있다.
원시림이 울창한 경기 최고봉은 깊은 골을 사방으로 품고 내리며 많은 계류를 만들어 내고 있다. 동쪽으론 오림골, 샘골 그리고 서쪽으론 조무락골, 큰골, 애기골 등 여러 골을 내린다. 계곡을 흐르는 물은 청정옥수다. 그냥 손바닥 컵으로 마셔본다. 물 맛 또한 시원하고 목줄기까지 서늘하다.
#산정(山情)을 나누고 헤어지는 아쉬움은 언제나
산을 내려와 하산주나 한 잔 하고 헤어지고파 의논하다가 올 때 길을 버리고 석룡산 유원지계곡을 지난다. 도마치 비포장도로를 돌아 백운계곡 어디쯤 자리를 잡을까했다. 가는 길엔 복주산도 보이고 광덕산도, 백운산도 하늘금을 그리며 길손의 마음을 붙잡는다.
산을 돌고 돌아 카멜레온 고개라던가. 광덕고개 쉼터가 아닌가싶다 .고개 한쪽에 주차하고 쉼터에서 포천 이동 막걸리 한사발로 하산주를 든다. 윤대장이 건네주는 하산주 속에 그의 정이 듬뿍 담겨있어 목젖을 넘기는 맛이 더욱 짜릿하다. 산그르매가 산능선을 타고 내려오고 어슴푸레한 하늘엔 반달이 걸려있다. (2005.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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