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단상(斷想)

-숨은벽 능선에서 벌어진 해프닝 (삼각산)

천지현황1 2005. 9. 11. 12:56

 
-숨은벽 능선에서 벌어진 해프닝 (삼각산)
 
 설교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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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10 / 나홀로 산행이 결국은...
*사기막골 매표소(09:35)-밤골능선-숨은벽 능선 해골바위-전망바위-빨래판바위-바람골-호랑이굴-백운대-여우굴-염초봉 우횟길-시발크럽-염초1봉 직벽아래-북문-북한리-산성매표소(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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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젓한 산길을 꿈꾸며 사기막골에 들어 섰을 때, 송추행 버스에서 부부산행팀과 40대 초반의 여성팀(3인)과 필자만 차를 내린다. 멀리 삼각산에 구름이 두둥실 떠 있길래 한 컷 잡는 사이에 부부 산님은 초입 능선으로 달라 붙었나보다.(그 길은 봄에 처음 가 보았는데 입장료가 무료다) 시야엔 세 여성분들이 씩씩하게 매표소 앞을 통과하고 있다.
 
 아마 자주 와 본 길이라 한 눈 팔지 않고 잘 가나보다 생각하고 입장권을 사고 졸졸 세 여인의 뒤를 따른다. 사기막골은 군 시설이 있어 휴식년제로 통제하는 걸로 알고 있었으나, 매표소까지 설치되어 있어 등로가 잘 되어 있는 줄 알았다. 한 참을 앞서 가던 산님들이 멈춰 서서 오히려 나에게 길을 묻는다. "아- 나도 초행길입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들머리에서부터 날머리까지 하루를 함께 하는 동행인이 된다. 그리고 어설픈 산행 가이드 노릇까지 자청한 꼴이 되었다.
 
 민가가 끝나는 곳에서 오른 쪽 계곡길로 들어서 밤골 능선을 겨냥하며 희미한 길을 앞장선다. 가끔씩 거미줄을 쳐 놓고 통행세를 내라고 하지만 내 얼굴이 지나면서 거미줄을 파괴하고 지나간다. '입장료를 받지 말던지, 안내판을 잘 붙여 놓던지' 하면서 짜증을 내 본다. 뒤 돌아보니 여성 산님들도 헉헉대며 잘 따라온다. 잠시 숨을 고르며 인사가 교환된다. 일산 옆 화정에서 온 친구사이로 가끔 산행에 취미가 막 붙은 산님들이다. 
 
 숨은벽 능선에 닿으니 죄측으로 상장능선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상장2봉이 하늘금을 비켜서서 하늘로 치닿고 있다.  지난 7월 연 2주동안  상장능선 2봉과 4봉 릿지길이 회상되며 빙그레 미소짓는다. 멀리 도봉의 모습은 오봉과 함께 멋진 진경산수화 한 폭을 선사한다. 바람도 쉬고 호흡만 거칠다. 드디어 해골바위 길에 올라선다.
 
 

밤골능선 찿아 오르는 도중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구파발

 



설교벽, 숨은벽, 염초봉이 나란히 등천하고 있다

 


 

"앞 부부팀도 가는디, 나도 한번 릿지해볼까?" 겁없는 초보 산님은 기어코 일을 내고만다. 전망바위 아래 50도 경사의 암벽은 초보 산꾼들에게도 누구나 릿지 구미가 당기는 곳이다.

 

사고는 순간이다. 해골바위에서 잠깐 한 눈을 파는 순간 동행하는 산님 중 함평댁(나중에 고향 말투로?) 이 겁없이 릿지를 한다. 처음엔 우회하라고 조언을 했는데도 막무가네다.  그런데 릿지로 거의 정상부에 다 가서 그만 신음소리에 놀라 뒤를 따라 올라 간신히 크랙을 잡고 조금씩 아래로 밀리는 몸을 받친다. 등산화가 벗겨져 있다.

 

 여인의 양말을 벗기고 겨우 안심을 시켜 바위를 올랐을 때 나는 후회가 막급했다. 가이드를 자청한 것도 아닌데 만약 사고가 났더라면 ..........집에 가서 가족에게 무용담을 얘기하면 절대 산행 금족령이 내릴 것이라고 귀뜸해 줬지만 아마 집에 가서 무용담하고 남편한테 꾸지람 들었을게 눈에 선하다.

 

 

 아~ 생각하기도 싫다. 그 순간을 기억하기도 싫다. 그래도 함평댁은 용감하다. 놀라 뒤 돌아 내려갈 줄 알았는데 백운대 정상까지 가겠단다.

 

 하는 수 없이 나홀로 산행이 우리들의 산행으로 바뀌어 호랑이굴과 여우굴을 체험하고 염초봉을 우회하며 북한리 상가에서 하산주 냉 막걸리 한사발을 마시고 헤어질 때까지 코스 내내 긴장을 풀지 못했다. 아름다운 코스를 잘 인도받아 멋진 산행했다는 공치사를 뒤로 한 채 뒤 돌아본 삼각산은 의상봉과 원효봉 사이에 우뚝 솟아 있었다. (2005.09.10)

 

 

 

 

* 구름, 하늘 그리고 산 / 함께 했던 화정 산님들 수고 하셨습니다.

 


상장능선 넘어 도봉의 봉우리들과 오봉이 시골 이발소 달력의 그림처럼 다가오고

 


전망바위에서 잡은 망운봉, 멀리 도봉산과 오봉이

 


                     해골바위엔 원효대사가 마시던 물이 아직도 마르지않고 

 


설교벽(Fat),숨은벽(Lean)

 


               설교벽과 그림자 (?)

 


"숨은벽 좌측 능선이름은 뭐래요?" 와 멋있다를 연발하며 넋을 잃는다

 


뒤 돌아본 전망바위와 해골바위

 


        "가는데 까지 가 보는기여, 오늘부턴 내 목숨도 덤인데..."

       



 

 


숨은 벽 능선에서 고도를 높힐수록 도봉의 모습은 한 폭의 진경산수화로 그려지고

 


드디어 빨래판 바위에 닿고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우회로 찾는 여성산님의 모습이
 
 

  오늘은 바람골에 여인천하를 이루고

 


호랑이굴을 나와 전망 쉼터에서 바라본 만경대(위)와 인수봉(아래)


 


 

 


백운대 아래 전망 쉼터에서 바라본 숨은벽 능선

 


우이동 방향

 


백운대 정상에서 바라본 염초능선

 


                     여우굴 가는 길로 백운대를 하산하며 (*아래 사진 퍼 가면 삭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