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골능선 찿아 오르는 도중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구파발
설교벽, 숨은벽, 염초봉이 나란히 등천하고 있다
"앞 부부팀도 가는디, 나도 한번 릿지해볼까?" 겁없는 초보 산님은 기어코 일을 내고만다. 전망바위 아래 50도 경사의 암벽은 초보 산꾼들에게도 누구나 릿지 구미가 당기는 곳이다.
사고는 순간이다. 해골바위에서 잠깐 한 눈을 파는 순간 동행하는 산님 중 함평댁(나중에 고향 말투로?) 이 겁없이 릿지를 한다. 처음엔 우회하라고 조언을 했는데도 막무가네다. 그런데 릿지로 거의 정상부에 다 가서 그만 신음소리에 놀라 뒤를 따라 올라 간신히 크랙을 잡고 조금씩 아래로 밀리는 몸을 받친다. 등산화가 벗겨져 있다.
여인의 양말을 벗기고 겨우 안심을 시켜 바위를 올랐을 때 나는 후회가 막급했다. 가이드를 자청한 것도 아닌데 만약 사고가 났더라면 ..........집에 가서 가족에게 무용담을 얘기하면 절대 산행 금족령이 내릴 것이라고 귀뜸해 줬지만 아마 집에 가서 무용담하고 남편한테 꾸지람 들었을게 눈에 선하다.
아~ 생각하기도 싫다. 그 순간을 기억하기도 싫다. 그래도 함평댁은 용감하다. 놀라 뒤 돌아 내려갈 줄 알았는데 백운대 정상까지 가겠단다.
하는 수 없이 나홀로 산행이 우리들의 산행으로 바뀌어 호랑이굴과 여우굴을 체험하고 염초봉을 우회하며 북한리 상가에서 하산주 냉 막걸리 한사발을 마시고 헤어질 때까지 코스 내내 긴장을 풀지 못했다. 아름다운 코스를 잘 인도받아 멋진 산행했다는 공치사를 뒤로 한 채 뒤 돌아본 삼각산은 의상봉과 원효봉 사이에 우뚝 솟아 있었다. (2005.09.10)
* 구름, 하늘 그리고 산 / 함께 했던 화정 산님들 수고 하셨습니다.
상장능선 넘어 도봉의 봉우리들과 오봉이 시골 이발소 달력의 그림처럼 다가오고
전망바위에서 잡은 망운봉, 멀리 도봉산과 오봉이
해골바위엔 원효대사가 마시던 물이 아직도 마르지않고
설교벽(Fat),숨은벽(Lean)
설교벽과 그림자 (?)
"숨은벽 좌측 능선이름은 뭐래요?" 와 멋있다를 연발하며 넋을 잃는다
뒤 돌아본 전망바위와 해골바위
"가는데 까지 가 보는기여, 오늘부턴 내 목숨도 덤인데..."
숨은 벽 능선에서 고도를 높힐수록 도봉의 모습은 한 폭의 진경산수화로 그려지고
드디어 빨래판 바위에 닿고
오늘은 바람골에 여인천하를 이루고
호랑이굴을 나와 전망 쉼터에서 바라본 만경대(위)와 인수봉(아래)
백운대 아래 전망 쉼터에서 바라본 숨은벽 능선
우이동 방향
백운대 정상에서 바라본 염초능선
여우굴 가는 길로 백운대를 하산하며 (*아래 사진 퍼 가면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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